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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ine scope] 선 오디션, 후 캐스팅의 오묘한 세계
장영엽 사진 백종헌 2010-07-20

<액터 vs 디렉터 오디션 리그> 최종 결선 현장

최연소 결선 진출자, 이하람양은 <각설탕>의 시은(임수정)을 연기했다. 심사위원 왼쪽에는 A영화배급사, B매니지먼트 등 영화업계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꼭 영화가 있어야만 오디션을 보나요?” 서울필름스쿨 마상준 대표의 말이다. 연극영화과 졸업생들은 매년 넘쳐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감독들이 쓰고 싶은 배우는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당장 들어갈 영화가 없더라도 감독과 배우가 더 자주, 다양하게 만나면 좋은 이유다. 이같은 목적으로 서울필름스쿨이 주관하고 ‘신인 배우 발굴 마켓’을 지향한다는 제1회 <액터 vs 디렉터 오디션 리그>의 최종 결선 현장을 찾아갔다. 정윤철, 조진규, 장훈, 이경미, 박광현, 윤인제 감독이 심사위원으로 참여하고 배우 지원자 2천명 중 28명만 남은 자리였다. 100 대 1에 육박하는 경쟁률을 뚫고 올라온 자들은 대체 어떤 배우들일까. 개별 심사를 마치고 처음으로 한자리에 모인 여섯 감독의 눈이 반짝이는 가운데, 드디어 첫 지원자가 들어섰다. 갑자기 모두의 얼굴에 미소가 번지며 시선이 책상 아래쪽으로 향한다. 결선행 티켓을 거머쥔 첫 번째 지원자는 뜻밖에도 여섯살 소녀다. 방심하는 사이 소녀가 닭똥 같은 눈물을 흘리며 연기를 시작했다.

“우리 천둥이 왜 팔아?” 감정이입할 시간조차 부족해 보였는데 순식간에 <각설탕>의 시은으로 변하는 걸 보니 보통내기는 아니다. 여운이 가시기도 전에, 지원자들이 물 흐르듯 한명씩 오디션장에 들어섰다. 2차 합격증을 소품으로 들고 들어와 “저, 결승까지 붙어야 해요”라며 상황 연기를 선보이는 지원자, 바지 위에 분홍 팬티를 겹쳐 입은 지원자, 바닥에 온몸을 내던지며 열연하는 지원자까지 심사위원들을 사로잡으려는 배우의 마음이 몸으로 절박하게 표현된다. 심사위원들 또한 쟁쟁한 배우들 중에서 우열을 가리기가 힘든 모양이다. 쉬는 시간이 되자 깊은 한숨을 뱉으며 일어서는 박광현 감독을 붙잡고 이렇게 물었다. “신작에 캐스팅하고 싶은 배우가 있었나요?” 물론 있었지만, 그 배우들이 모두 결선에 진출한 건 아니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실력은 다소 부족할지라도 필요로 하는 개성이 있다면 얼마든지 캐스팅될 수 있다는 얘기다. “그러니까 떨어져도 너무 실망마세요. 오디션은 정말 많고, 연기만 잘한다고 캐스팅되는 것도 아니니까요.” 오디션의 세계는, 정말이지 오묘하다.

분홍, 파란 팬티를 바지 위에 겹쳐 입고 <슈퍼스타 감사용>의 한 장면을 연기하는 지원자.

특기로 마이클 잭슨의 의 안무를 준비한 지원자. 심사위원들은 “뮤지컬을 해도 잘할 것 같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액터 vs 디렉터 오디션 리그>의 최종 결선 진출자 명단이 공개되자 지원자들이 빼곡히 모여든다. 희비가 엇갈리는 순간이다.

오디션이 시작되자마자 닭똥 같은 눈물을 뚝뚝 흘리는 아역 지원자.

책상에 수두룩하게 놓인 프로필을 살펴보는 박광현 감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