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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들어는 봤니? 날개 없는 선풍기

디자인과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선풍기 3종

DSLR의 밀레니엄을 맞이했던 과거에 어느 술자리에서 A씨에게 뜬금없는 질문을 던졌다. “혹시 날개없는 선풍기를 본 적이 있나?” A씨의 대답은 간결했다. “예끼 이 사람! 정신 나갔나?” 2010년 오늘 이 시점에서 과거 A씨에게 던졌던 질문은 정신 없는 사람의 그것이 아닌 게 되어버렸다. 사이클론 방식의 성능 좋은 청소기로 유명한 다이슨에서 날개가 없는 선풍기를 출시했기 때문. 정식 명칭은 에어 멀티플라이어(Air Multiplier).

아이들 손가락 다칠 걱정 뚝

에어 멀티플라이어

에어 멀티플라이어는 ‘선풍기에 꼭 날개가 있어야만 하는가?’라는 질문에서 시작된 발상의 역전환이 거둔 혁신이라 할 수 있다. 동그란 원형 프레임(Airfoil) 아래로 원통 지지대를 가지고 있는 모습은 전혀 선풍기로 생각되지 않는다. 하물며 이곳에서 바람이 나온다니 실로 놀랍다. 이렇게 날개가 없는 선풍기도 놀랍지만 청소기를 만들던 회사에서 선풍기를 만들었다는 사실도 놀랍기는 마찬가지. 그러나 그리 생뚱맞지 않다. 청소기 역시 공기를 얼마나 효율적으로 다룰 수 있는가에 대한 진지한 고민 끝에 탄생한 제품이기에 이해가 안되는 것도 아니다. 물론 다이슨이라는 제조사는 공기에 관한 매우 특별한 노하우가 있기에 어쩌면 당연한 귀결이라는 생각도 된다.

이런 에어 멀티플라이어에서 바람이 나오는 원리는 약간 복잡하다. 원통형 지지대에서 바람을 일으켜 상단의 원형 프레임에 바람을 공급한다. 공급된 바람은 프레임 내부에 고리모양 바람 배출구로 옮겨지고 이때 공기는 가속도를 얻어 강력한 제트기류를 형성, 뒤에서 끌어오는 공기가 제트기류의 힘으로 풍량을 만드는 것이다. 헤어드라이기에 공기역학을 더하여 만들어진 제품이 바로 에어 멀티플라이어인 셈이다.

날개가 없기 때문에 아이들이 손가락 다칠 일이 없으며 청소하기도 매우 간편하다. 하지만 날개가 없이 바람이 나오는 것 말고도 가장 궁금증을 유발하는 것은 바로 기존 선풍기에 필적할 만큼 강력한 바람이 나오는가에 대한 것. 이런 날개가 없다는 선입견이 적용된 바람에 대한 의구심은 머리칼이 날리는 시원한 바람 앞에 무색해진다. 생각보다 튼실한 바람이다. 이 정도면 만족스럽다. 하지만 200달러가 넘어가는 가격은 기능적인 면에 한정에서 보자면 너무 사치스럽다. 신세계 부회장이 직접 챙겨올 정도로 멋진 물건이지만 아직은 노블레스한 제품. 물론 우리 현실은 날개 달린 선풍기 하나면 족하다.

로봇처럼 변신도 한다고?

Charly

HAUS2.0

스위스의 스테들러 폼 브랜드로 선보이고 있는 Charly 선풍기는 매우 클래식한 느낌의 물건이다. 모터가 달린 중심부를 제외하고 모든 부분이 와이어로 되어 있는 듯한 인상을 주어 굉장히 심플하면서 깔끔한 느낌을 준다. 어떻게 보면 70년대 미국영화에 나올 법한 디자인이고 또 어떻게 보면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 필이 충만하다. 회전도 안되는 야박함에 분통 터트릴 만도 하지만 디자인이 모든 것을 용서해주는 그런 제품. 독특하게도 아연 재질로 만들어진 제품으로 재래식과 모더니즘을 짬뽕한 느낌의 멋진 선풍기임에 틀림없다. 어쨌든 3단계로 바람이 조절되는 매우 비싼 선풍기다.

접히고 펼쳐지는 모습은 로봇의 그것과 다를 바 없다. 변신의 과정이 수동인 점이 아쉽지만 사용하지 않을 때는 접어두고 사용할 때는 다시 펼치면 되는 스타일리시한 선풍기. 건담이나 공각기동대스러운 느낌이 강하다. 외국 제품으로 오해할 만도 하지만 디자인하면 떠오르는 바로 그 이노, 국내 이노디자인에서 만든 선풍기 HAUS2.0.

다소 미래지향적인 디자인에 메커니컬한 느낌이 좋은 제품으로 접히는 구조라서 보관이 용이한 제품이다. 회전과 3단계 바람 세기의 조절 등 기존 제품과 기능적인 부분에서 문제도 없고 디자인도 멋진 제품. 다만 헤드를 지지하는 기둥이 약해 보여 약간 불안한 점이 아쉽다. 무엇보다 국내 디자인 회사에서 디자인이 중점이 된 소형가전제품을 만들었다는 시도가 돋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