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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훈의 가상인터뷰] 당장 매립장에 빈소를 마련하라
김도훈 2010-08-18

<토이 스토리3>의 랏소

-랏소님 반갑습니다. 어머. 근데 어쩐지 몸이 좀 깨끗하시네요. =명색이 픽사 영화인데 잔인하게 종말을 맞이할 순 없잖아. 트럭 운전사 양반이 깨끗하게 씻어서 조카에게 선물로 나를 주더라고. 덕분에 개과천선한 허그 베어가 되어 행복하게 살고 있지.

-다행입니다. 악역이긴 했지만 어째 픽사 영화치고는 좀 잔인한 결말이다 싶기도 했거든요. =그러게나 말이야. 하지만… 그 빌어먹을 카우보이 색희와 멍청한 우주비행사놈만 생각하면….

-헉… 다시 트럭 앞에 매달리셔야겠군요. =뭔 소리야. 그놈들을 생각만 하면 이 폭신폭신한 배로 꼬옥 안아주고 싶다는 말이여.

-아하. 그렇군요. 그나저나 랏소 선생님과 토이 스토리 친구들을 보고 있으면 어린 시절 제 친구들이 생각나 마음이 짠해집디다. 저도 어릴 때 장난감 꽤 갖고 놀았어요. 그 친구들 지금은 다 어디에 있을지…. =어디 있기는, 다들 쓰레기통으로 직행한 뒤 산산이 갈려서 쓰레기 매립장에 묻혀 있겠지. 플라스틱이라 썩지도 않을 테니 아직도 경상남도 어딘가의 매립지 밑에서 이를 바득바득 갈며 울고 있겠지.

-꽤에엑. 그런 슬픈 소리 하지 마세요. =인간아. 그런 슬픈 표정 하지 말아요.

-그럴 리 없어요. 제 친구들은 다른 아이들 집에서 행복하게 살고 있을 겁니다. =아직 니가 정신을 못 차렸구나. 니가 어린 시절에 살았던 나라가 미국이니? 1970~80년대 한국의 소도시 아니었니? 그 시절 그런 도시에 무슨 장난감 도네이션이 있었겠어. 다들 버려지는 즉시 쓰레기장으로 직행이지.

-아아. 그건 그렇지만… 그래도…. =게다가 니가 갖고 놀던 장난감이 뭐였지?

-버튼을 누르면 막 걸어다니면서 불을 뿜던 로봇 친구들이 있었고요. 참. 조이드 시리즈는 전부 다 모았어요. 조이드라고 공룡이나 곤충 모양으로 생긴 로봇 장난감 시리즈 있잖아요. 하나하나 신제품이 나올 때마다 용돈 아껴서 모조리 사모았었는데. 친구들이랑 대결도 하고, 서로 바꾸기도 하고. 아아 막 새록새록 기억납니다. =바비나 켄, 양배추인형이면 빈티지로 취급받아서 이베이에서 비싸게 팔리기나 하지. 조이드 따위를 누가 지금까지 남겨놓겠니. 잔인한 기억 미화하지 말고 불쌍하게 사라져간 친구들 생각하며 절에서 불공이나 드려.

-조이드들의 운명은 그렇다치고, <스페이스 간담 V> 극장 개봉용 사은품으로 나눠줬던 ‘스페이스 간담 V’는 아직도 세상에 남아 있지 않을까요? 고아원으로 흘러들어간 뒤 한 어린 소년이 훌륭한 과학도로 거듭나게 되는 계기가 된다거나. =역시 기자라 그런지 과거 미화를 아주 환경 미화하듯이 하는구나.

-그저, 매립지에서 사라져간 제 친구들을 생각하니 슬퍼서 그럽니다. 흑. =누구도 원망하지 마라. 운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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