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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무로는 통화중] 비디오도 영화인데…
2001-12-24

요즘 허진호 감독의 심기가 불편하다. <봄날은 간다>가 국내외 각종 영화제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데도 그의 마음에 먹구름이 낀 것은 12월11일 출시된 비디오테이프 때문이다. 그가 문제 삼고 있는 것은 화면비율과 화질. 애초 허 감독과 제작사 싸이더스는 비디오를 출시할 때 일반 TV 사이즈인 4:3이 아니라, 영화의 원형을 보존할 수 있는 레터박스 형태로 제작하기로 출시사 스타맥스와 합의했다. 하지만 정작 비디오를 확인해보니 4:3 비율이었던 것. 화질도 이상하리만치 흐릿했다. 이 사실을 확인한 싸이더스는 스타맥스에게 “모든 테이프를 회수하라”는 요구와 함께 강경하게 항의했다.

21일 스타맥스는 이 테이프를 전량 회수하고 레터박스형으로 교환한다는 내부 결정을 내렸지만, 싸이더스와는 아직 합의를 보지 못한 상태다. 스타맥스의 한 관계자는 “비디오 시장에서 레터박스형은 고객들이 좋아하지 않는다. 게다가 출시가 임박해서야 마스터테이프를 받았고, 제작사와의 커뮤니케이션이 잘 되지 않아 벌어진 일 같다. 미안한 마음이다”라고 밝혔다.

하지만 당장 허 감독과 싸이더스의 마음이 가라앉을 것 같진 않다. 출시된지 1주일이 넘었으니 많은 이들이 본 뒤 실망했다는 점과 비디오샵의 반품 요구로 금전적 손실을 입을 전망이기 때문이다. 비디오까지 감독의 창작물로 볼 것인가라는 문제는 논란의 여지가 있지만, 비디오 제작사들 또한 갈수록 올라가는 관객의 눈높이를 신경쓸 수밖에 없을 것 같다.

문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