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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훈의 가상인터뷰] 그분들이 오래 사는 이유를 알려주마
김도훈 2010-10-06

<불청객>의 포인트맨

-직업이 좀 독특하시네요. 은하연방 론리스타 수명은행의 포인트맨이라고…. 정확하게는 무슨 일을 하시는 건가요? =뭐, 간단합니다. 루저들의 생명을 적립해서 나이 들고 돈 많은 분들의 수명을 연장해주는 일을 하고 있죠.

-쉽게 이해가 안되는데요. =거 참. 영화기자라 경제 관련 상식이 부족하구먼. 외환은행 론스타 사태 기억하죠? 텍사스 부동산투자 전문 헤지펀드인 론스타가 여러 가지 상황을 조작해서 외환은행을 헐값에 매각한 건 잘 알고 있죠?

-당연히 알고 있죠. 외환은행에서 헐값에 주식을 산 다음 국민은행에 되팔았고, 오른 주식가격 덕분에 4조3천억원의 차익을 얻었는데도 한국에 세금을 한푼도 안 내고 토꼈잖아요. =토낀 건 아니죠. 공정하게 미국과 유럽의 여러 지역에 걸친 출자구조를 통해서 매각했기 때문에 과세 대상이 아니었던 거죠.

-그것도 사기는 사기잖아요. =이 사람아. 그게 왜 사기야. 사기당한 외환은행과 너네가 바보지…. 아이고, 말이 좀 거칠었네요. 죄송합니다, 기자님. 여튼 은하연방 론리스타는 텍사스 론스타와 같은 일을 합니다. 헐값에 루저들의 돈 대신 생명을 사들이고 그걸 되파는 거예요. 아주 공정한 회사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근데 대체 어떤 루저를 루저라고 하는 겁니까? =루저들도 시대에 따라서 조금씩 성격이 달라지더라고요. 80년대, 90년대에는 대개 신림동 고시촌에서 사법, 형법, 행정법 붙들고 있는 고시생들이었습니다. 그런데 점점 고시생 수가 줄어들더군요. 유전무죄 무전유죄 세상이 온 거지. 돈 없으면 이제 고시공부도 못해요. 그래서 요즘은 주로 10년간 입봉만 준비하는 영화감독을 노리고 있습니다. 게다가 한달 죽어라고 일해봐야 88만원밖에 못 버는 젊은 애들이 갑자기 쏟아지는 바람에 론리스타 주식이 팍팍 오르는 중이에요.

-왠지 슬프면서 기분이 살짝 나빠지는군요. 그렇다면 그런 사람들 수명을 적립해서 대체 누구에게 승계하시나요. =누구겠어요. 이제 가실 때도 됐는데 왜 저렇게 오래 사냐 싶은 사람들이겠죠.

-그런 사람 한둘이 아니에요. 특히 전직 대통령 몇분은 어쩜 그렇게 수명이… 자… 잠깐…. =씨익.

-그렇다면 그중 한분이 이 나라 경제를 말아먹은 것도 다 계획된 일이었다는 건가요? 자기 수명을 늘리기 위해 일부러 88만원 세대 루저들을 잔뜩 창조했다는 겁니까? 다 자기 오래 살자고 저지른 짓이라는 건가요? =저는 의뢰인의 신분을 지켜야 하는 입장이므로 정확한 성명은 공개할 수 없습니다.

-아아. 맙소사. I don’t want to believe! =Truth is out there! 음화화화화!(<엑스파일> 주제곡 흘러나오며 포인트맨은 은하계로 사라져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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