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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아로스타미 감독에게서 영화를 배워요
김성훈 2010-10-07

6회 맞는 아시아영화아카데미(AFA), 오기가미 나오코 감독·김형구 촬영감독 등 강사로 참여

“역대 그 어느 때보다 가장 성과가 나타나는 해라 할만하다.” 제15회 부산국제영화제 ‘아시아영화의 창’부문에 AFA(아시아영화아카데미)출신 감독의 작품이 무려 세 편이나 상영된다. 싱가포르의 부준펑 감독이 만든 <모래성>, 필리핀의 셰론 다욕 감독이 만든 <바다로 가는 길>, 말레이시아의 림카이와이 감독이 만든 <향기의 상실>이 그 주인공이다. AFA를 진행하는 부산국제영화제 조영정 프로그래머는 “물론 에드윈 감독의 <날고 싶은 눈먼 돼지>, 크리스 총찬휘 감독의 <가라오케>가 각각 2008년, 2009년에 상영된 적이 있지만 올해처럼 세 편이 한꺼번에 상영된 적은 없었다”면서 “세 명 모두 AFA 초창기 졸업생들로 데뷔작을 들고 (부산으로) 돌아온 것은 환영할만한 일이다. AFA의 성과가 조금씩 나타나는 것 같다”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AFA가 어느덧 6회째다. 지난 2005년, 부산국제영화제와 동서대학교, 영화진흥위원회, 한국영화아카데미가 아시아 지역의 젊고 재능 있는 영화작가를 발굴·육성하기 위한 취지로 만들어진 프로그램이다. 아시아 거장 감독들로부터 그들의 노하우와 경험을 전수받을 수 있다는 장점 덕분에 아시아 각 지역의 학생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받아왔다. 그동안 임권택, 허우 샤오시엔, 구로사와 기요시 등, 거장 감독들이 교장을 맡았고, 브리얀테 멘도사, 펜엑 라타나루앙, 황악태 등이 연출과 촬영을 지도해왔다. 올해 역시 명성에 어울리는 교수진이 구성됐다. 압바스 키아로스타미가 교장을 맡았고, <카모메 식당>의 오기가미 나오코 감독과 한국의 김형구 촬영감독이 연출과 촬영을 가르친다. 조 프로그래머는 “압바스 키아로스타미 감독과 김형구 촬영감독은 해마다 고려 대상이었는데 일정이 맞지 않아 매번 무산됐다. 올해는 시간이 되셔서 모실 수 있게 됐다. 오기가미 나오코 감독은 젊지만 <카모메 식당>으로 해외에서 투자를 받거나 해외 로케이션을 한 경험이 있다. 그와 관련한 노하우들을 학생들에게 전수할 수 있겠다싶어 요청했다”고 교수진 선정 배경을 설명했다.

올해 AFA는 18개국에서 158명이 지원해 16개국 24명이 최종 선정됐다. 학생들은 17일 간의 수업을 통해 두 편의 HD단편영화를 만들어야 한다. 단편이긴 하지만 한 편의 영화를 완성하기에는 다소 촉박한 시간인 듯하다.

조 프로그래머는 “그래서 수업 한 달 전부터 시나리오를 비롯해 로케이션 헌팅, 캐스팅 등, 프리프로덕션 과정을 온라인을 통해 진행했다. 부산에서는 장소의 최종 선정 작업과 촬영, 그리고 후반작업만 진행하면 된다”고 말했다. 쉴 틈, 잠잘 틈 없는 일정이지만 매년 학생들은 AFA의 수업을 즐기고 또 만족한다고 한다.

무엇보다 올해부터 후반작업 프로그램을 다양화했다는 점이 큰 변화다. 조 프로그래머는 “지금까지 AFA는 영화제와 거리를 두려고 했다. 영화제만 가면 (학생들이) 풀어지더라. 그런데 거리를 두는 것만이 능사는 아닌 것 같다”면서 “카를로스 사우라 감독과 마이크 리 촬영감독의 마스터클래스 청강을 후반작업 프로그램에 포함시킨 것도 일생에 한번 볼까하는 거장들로부터 더 많은 가르침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이 밖에도 그는 “유럽의 프로듀서와 아시아 감독이 함께 하는 펀드 지원 워크숍인 ‘EAVE Ties That Bind’에도 참여하고, 유럽 프로듀서들에게 학생들을 따로 소개하는 자리도 마련한다”고 덧붙였다.

매년 장비수급, 촉박한 일정 등의 어려움을 겪지만 AFA는 지금까지 부산국제영화제, 부산마켓을 최대한 활용하는 등, 시스템을 탄탄하게 구축하는데 집중해왔다. 그런 노력덕분에 “아시아 젊은 영화인들을 하나로 묶고, 재능있는 작가들에게 기회를 제공한다”는 AFA의 취지가 결실로 맺어지고 있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