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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본질을 생각하게 만든다 <맹인영화관>
2010-10-08

<맹인영화관> My Spectacular 루양/ 중국/ 2010년/ 120분/ 뉴 커런츠

영화는 ‘보는’ 것이기에 영화를 보는 사람을 ‘관객’이라고 부른다. 그렇다면 시각을 잃은 맹인의 영화 감상은 단지 소리만을 듣는 것일까? <맹인영화관>이라는 독특한 제목부터 눈길을 끄는 이 영화는 영화의 본질을 생각하게 만든다. 불법 DVD를 판매하던 첸유는 경찰에 쫓기다가 우연히 극장으로 도피하게 되는데 그곳의 관객들이 모두 맹인이라는 사실에 놀란다. 첫사랑이 시력을 잃자 영화를 설명하기 시작했다는 영화관 주인 가오는 떠나간 아내에 대한 사랑의 기억을 보존하기 위해 수지에 맞지 않는 일을 계속하고 있다. 오갈 데 없는 첸유는 영화관에 잠시 머물며 영사기사 일을 보기로 하는데, 시간이 흐르면서 관객들 한명 한명의 사연도 알게 되고 이들이 영화를 체험하는 방식도 이해하게 된다. 이곳의 관객들은 가오가 설명해주는 영화의 내용을 다 알고 있으면서도 영화관에 오는 것을 즐거워한다. 이들에게 영화관은 쉼터이자 사교의 장이다. 그럴진대 여기서 사랑이 싹트는 건 당연하다. 늘 옆자리에 앉는 메이와 장은 조심스레 서로의 감정을 확인하는 중이고 첸유를 짝사랑하는 동네처녀는 맹인 행세를 하며 영화관에 출입한다. 젊고 아름다운 메이와 머리가 벗겨진 장의 사랑이 부자연스럽다고 잠시라도 느꼈다면 그것은 시각적인 것에 의존하는 우리의 편견이다. 시각의 간섭 없이 이들은 진실한 감정을 교류하고 서로를 신뢰한다. 본다는 것에 대한 질문은 곧 영화의 존재방식을 묻는 것이기도 한데 이 영화는 쉽고 편안한 이야기 속에 이런 문제들을 녹여냈다. 너무 착한 결말이 이 시대에 맞지 않는 것 같아 어색한 느낌도 있지만 이 영화가 한편으로는 사라져가는 것에 대해 말하고 있으므로 어울리는 결론이라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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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이현경/ 영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