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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페셔널] 1년 365일 언제나 스마일
김성훈 사진 박승근 2010-10-12

부산국제영화제 마케팅팀 박소정 대리

피프빌리지 내 감독 의자, 기자회견장을 비롯해 영화제 각종 행사 때 기자와 게스트에게 제공되는 음료수, 관객에게 무료로 나눠주는 상영작 및 영화제 안내 미니책자 등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우리 눈에 보이는 거의 모든 것들은 기업의 협찬을 받지 않은 것이 없다. 그만큼 기업의 현물 및 현금 협찬이 정부 지원금과 함께 영화제 운영에 중요하다. 이런 협찬을 맡아서 운영하는 부산국제영화제의 살림꾼, 마케팅팀의 박소정 대리를 영화제 개막식 하루 전날 수영만 요트경기장에서 만났다.

-영화제 스탭 출신이라고 들었다. =11회 영화제 때 마케팅팀 단기스탭으로 출발했다. 13회 때 상근직원으로 승진해 지금까지 마케팅팀에서만 5년째 일하고 있다.

-영화제 마케팅팀은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하는가. =영화제를 잘 포장해서 파는 게 마케팅팀의 일이다. 오는 15일 영화제가 폐막하면 16일부터 내년 영화제를 준비한다. 각 기업에 맞는 협찬제안서를 새로 작성하고, 후원 및 협찬에 참여한 기업들에 15회 영화제의 결과를 보고한다. 추후 진행 여부를 체크하고, 그들과의 관계를 끊임없이 유지한다. 그리고 영화제에 관심을 보일 만한 기업을 찾는다. 봄이 오면 기업들에 제안서를 보내고, 피드백을 주고받은 뒤 여름에 협찬 라인업을 확정한다. 8월이 되면 부산에 내려가 본격적인 영화제 실무 작업을 진행한다. 1년을 그런 식으로 보낸다.

-원래 전공은 무엇인가. =심리학이다. 대학 시절 청년필름을 비롯해 여러 영화홍보사에서 홍보 아르바이트를 했다. 당시 알게 된, 현재 영화제 마케팅팀의 문현정 팀장님이 ‘팀에 한명이 필요하다. 내려오라’고 하셨다. 부산국제영화제 마케팅팀이 지금처럼 조직이 잘 짜여져 있지 않던 때였다. 다음날 바로 부산에 내려갔다. 그게 부산과 첫 만남이었다.

-주위 사람들 말로는 카리스마있고, 쿨하다던데. =글쎄 카리스마는 잘 모르겠다. 일을 하면서 터득한 건 무조건 친절하거나 세게 다가간다고 해서 잘하는 건 아니라는 거다. 흔히 ‘밀당’(밀고 당기기)을 잘해야 한다고들 하는데, 결과를 보면 밀당은 쓸모가 없는 것 같고…. ‘갑 같은 을’로 다가가는 게 중요한 것 같다. 안되는 건 안된다고 분명하게 말할 줄 알아야 하고, 되는 건 바로 된다고 해야 한다. 그래야 불필요한 과정을 줄일 수 있고, 일이 삼천포로 안 빠진다.

-일을 시작할 때는 실수라면. =기억나는 일화가 있다. 부산에 내려가자마자 맡은 일이 현물 협찬받은 스탭복을 받는 것이었다. 휴게소에서나 볼 법한 큰 트럭에 티셔츠, 점퍼, 모자가 들어 있는 박스 100여개가 실려왔는데, 송장이 제대로 작성되지 않은 채였다. 그래서 박스를 전부 뜯어 일일이 수량을 세어야 했다. 확인해보니 자원활동가 수보다 훨씬 부족하더라. 추석연휴 하루 전날이라 기업 담당자는 전화를 받지 않고. 추석이 지나자마자 발대식이라 급했다. 공식 메일을 보내 겨우 수량을 맞추긴 했는데, 나도 화가 났던지 담당자가 전화했을 때 화를 내고 말았다. 그때 ‘어떻게 스폰서에 화를 낼 수 있냐’고 팀장님에게 지적을 받았다. 이후 절대로 화를 내지 않는다.

-화를 내지 않는 것도 부산국제영화제 마케팅팀의 자격 조건 중 하나겠다. =일단 힘이 세고 쉽게 지치지 않아야 한다. 사람들을 대할 때 항상 웃을 수 있어야 한다. 우리가 상대하는 것은 기업이라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주려는 태도가 필요하다. 팀원을 대부분 여자로만 구성하려고 하는 이유도 사람을 대할 때 섬세하기 때문이다. 올해는 유독 많이 들어온 현물 협찬 때문에 힘쓰는 일이 많아 내년에는 남자를 뽑아볼까 생각 중이다.

-마케팅팀인데 힘쓰는 일이 많나 보다. =현금 협찬도 있지만 현물도 들어오잖나. 사무국에 현물이 도착하면 트럭에서 내려 전부 날라야 한다. 총무팀과 자원활동가들에게 무작정 ‘나르세요’라고 할 수 없다. 내가 먼저 목장갑을 끼고 나르면서 사람들에게 ‘일렬로 서주세요’라고 도움을 요청한다. 한마디로 막노동이다. 매년 같은 시기에 같은 일을 하다보니 힘들 때도 있지만, 그런 피곤함은 개막식과 함께 싹 가신다. 전날 함께 싸웠던 스폰서를 개막식 날 만나면 너무 반갑고, 웃으면서 인사하고. (웃음)

-개인적인 목표는 무엇인가. =영화제가 성장하고 있지만 여전히 마케팅팀은 기업을 상대하기에는 벅찬 부분이 많다. 새로운 아이템을 찾기도 힘들고. 팀의 내실을 좀더 강화해 매년 관객과 스폰서 모두 만족시킬 수 있었으면 한다.

-너무 진지하다. =결혼. 시집가고 싶다. (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