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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의 한 가족사를 내밀하게 묘사한 수작 <떠도는 삶>
김성훈 2010-10-14

<떠도는 삶> Floating Lives 응유엔 판쿠앙빈/베트남, 싱가포르/2010년/113분/뉴 커런츠

<떠도는 삶>의 인물들은 저마다 과거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아버지 ‘부’(더스틴 응유엔)는 가족을 버리고 떠난 아내 때문에 가족 누구와도 소통하지 않으려고 한다. 부의 아들 ‘디엔’과 딸 ‘누옹’은 여느 또래의 아이들처럼 뛰놀고 싶지만 그 어디에도 정착하지 않으려는 아버지 때문에 험난한 강 위를 떠돌아다녀야 한다. 우연히 이들 가족에 합류한 매춘부 ‘수옹’(도 티 하이 엔)은 부재하는 ‘부’의 옆자리를 비집고 들어가 새 출발을 하려고 하지만, 여전히 자신을 매춘부로 생각하는 부의 행동에 상처를 받는다.

<떠도는 삶>은 베트남의 한 가족사를 내밀하게 묘사한 수작이다. 복잡하게 얽혀있는 가족들의 마음은 끝없이 펼쳐진 메콩강의 풍경과 대비되면서 보는 이의 가슴을 답답하게 한다. 인물들의 감정은 시종 엇갈린다. 한 사람의 마음이 풀리면 또 다른 누군가가 상처를 받는 식이다. 단순히 배우들의 감정을 능숙하게 표현했다는 이유로 이 영화를 수작이라고 말하는 건 아니다. 응유엔 판쿠앙빈 감독은 가족사를 통해 베트남의 사회 현실을 들여다본다. 극 중, 아버지의 라디오를 통해 수시로 들려오는 “조류독감 때문에 강은 오리들의 사체로 뒤덮여있다”는 ‘화면 밖 소리’는 베트남의 사회적인 이슈를 환기시킨다. 2007년 아세안문학상을 수상한 응유엔 티 응옥 투 소설가의 단편소설 <광활한 논>이 원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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