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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의 현실을 상징적 우화로 풀어낸 영화 <까마귀와 허수아비>

<까마귀와 허수아비> The Quarter of Scarecrows 하산 알리 마흐무드/ 이라크/ 2010년/ 76분/ 뉴 커런츠

이라크의 현실을 상징적 우화로 풀어낸 영화다. 영화가 시작되면 나무에 목이 매달린 시체들과 거기에 앉아 시신을 뜯어 먹는 까마귀 떼가 보인다. 이 강렬한 프롤로그에 이어 본격적인 우화가 펼쳐지게 된다. 끔찍한 살상의 기억이 지워지지 않은 땅위로 끝없이 날아드는 까마귀들과 이를 쫓으려는 지주의 대결이 길게 이어진다. 참상의 대지에 경작을 계획하는 지주는 수확에 피해가 갈까 걱정하며 마름 하마에게 어떻게 해서든 까마귀가 내려앉지 못하게 막으라고 지시한다. “한 마리의 까마귀를 허락하면 수천 마리가 된다”는 확고한 신념을 갖고 있는 지주는 하마가 제대로 대책을 세우지 못하자 불같이 화를 낸다. 궁리 끝에 허수아비를 만들어 곳곳에 세우지만 까마귀 떼는 이를 비웃고 다시 야금야금 몰려든다. 이번에는 동네 아이들을 데려와 하루 종일 깡통을 흔들게 하여 까마귀를 쫓아 보지만 역부족이라는 걸 깨달은 지주는 최후의 수단으로 군인을 불러들인다. 아이들은 지쳐가고 마침내 한 아이가 지뢰를 밟는 사고까지 발생한다. 전쟁이라는 악몽에서 빠져나오기도 전에 또다시 지주의 횡포에 시달려야 하는 가난한 농민들의 인내는 한계에 이르고 이들은 최후의 선택을 하게 된다. 자막에는 감독의 슬로건이 적혀 있다. “전쟁터로 가서 까마귀들이 시신을 먹게 하자” 감독이 이 영화를 통해 말하고 싶어한 이 구호는 영화의 상징을 푸는 실마리가 될 터이다. 하지만 우화를 우화 자체로 보아도 무방하다. 까마귀와 허수아비라는 대조되는 이미지로 채워진 화면은 매우 기괴한 느낌을 자아낸다. 텅 빈 마을을 가득 채운 주민 형상을 한 허수아비 인형들이 뿜어내는 낯선 기운도 이에 못지않게 인상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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