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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 미드] 가을 시즌 미드 신작 9편 - 드라마
안현진(LA 통신원) 2010-10-26

7.마틴 스코시즈가 창조한 100년 전 씬시티

<보드워크 엠파이어> Boardwalk Empire | 출연 스티브 부세미, 마이클 피트, 켈리 맥도널드, 마이클 섀넌 / 채널 <HBO>

2006년, <소프라노스>의 후속작을 물색하던 마크 왈버그와 스티브 레빈슨은 <소프라노스>의 작가 테렌스 윈터를 찾아가 <Boardwalk Empire: The Birth, High times, and Corruption of Atlantic City>라는 책을 내밀었다. “이 책이 시리즈가 될 만한지 한번 봐줘요.” 그러고 나서 한마디 보탰다. “만약 이 시리즈가 진행되면 마틴 스코시즈가 같이 할 거예요.” 그리고 2010년 가을 TV시리즈로 탄생했다.

<보드워크 엠파이어>는 금주령이 시행됐던 1920년부터 10여년간 애틀랜틱시티를 주무른 인물 너키 톰슨(스티브 부세미)를 구심점에 놓는다. 주(州) 회계사인 너키는 앞에서는 금주령을 옹호해 여성유권자들의 표심을 사고, 뒤에서는 밀주로 검은돈을 챙기는 거물이다. 정치가와 깡패를 함께 사귀고, 선악이 한얼굴에 공존하며, 시정잡배처럼 놀아나면서도 권력과 위엄을 잊지 않는다. 뒤에 그의 등에 칼을 꽂을 수하 지미 다모디(마이클 피트)와 매의 눈으로 그를 쫓는 FBI요원 넬슨 반 알덴(마이클 섀넌)도 너키의 제국을 완성하는 데는 필수적이다.

<보드워크 엠파이어>의 가장 독특한 점은, 알 카포네, 러키 루치아노 등 당시를 주름잡았던 실존 인물들과 너키 톰슨이라는 허구의 인물을 병치한 데 있다. 역사 속의 너키를 안다고 생각했던 사람들은 TV에서 새로운 너키를 발견할 것이다.

TV시리즈로 10년을 바라본다는 <보드워크 엠파이어>의 대장정은 마틴 스코시즈의 지휘로 열렸다. 스코시즈가 직접 연출한 파일럿은 500만달러로 애틀랜틱시티를 재현한 브루클린의 세트장에서 2천만달러의 제작비로 완성됐다. 결과는 아찔할 정도로 아름답다. 갱스터 장르와 시대극에 환호하는 팬들이라면 기대해도 좋다.

Up <비열한 거리> <좋은 친구들> <카지노> <갱스 오브 뉴욕> 그리고 <소프라노스>의 조합. Down 이제 막 출발한 것치고는 기대치가 너무 높다. 거품일까 걱정된다.

8.시한부 그녀의 햇빛 찬란한 여정

<더 빅 C> The Big C | 출연 로라 리니, 올리버 플래터, 이드리스 엘바 / 채널 <쇼타임>

맘에 안 드는 남편 집에서 내보내기, 손바닥만 한 마당에 수영장 만들기, 아들 축구캠프 못 가게 하기, 목욕 욕조 경주대회 나가기, 브라질리언 왁싱, 소원했던 아버지를 찾아가 사랑한다고 말하기. <더 빅 C>(암을 의미하는 Cancer 대신에 사용한 말)에서 흑색종이라는 피부암에 걸린 캐시(로라 리니)는 즉흥적이지만 솔직하게 죽기 전에 하고 싶은 일들의 리스트를 만들어 지워나간다. 문제는 그 리스트에 “가족과 병을 나누기”가 없다는 것. 그래서 캐시가 시한부라는 사실을 모르는 남편과 아들은 살짝 이상해진 그녀가 짜증날 뿐이다. 여기까지만 해도 슬픈데, 더 슬픈 건 이 드라마의 빛깔이다. 하늘을 닮은 물은 반짝이고 캐시는 웃는다. 그리고 그녀에게 “내 사랑”이라고 불러주고 입맞춰주는 로맨틱한 사랑이 찾아온다. 더 슬프다.

Up 감상주의를 배제하고 성실하게 삶을 살다가려는 쿨한 캐시의 캐릭터. Down 달리 보면 울지 못해 웃고 죽지 못해 사는 미련한 캐시의 캐릭터.

9.경찰/검찰 패밀리, 그들에게 무슨 일이?

<블루 블러드> Blue Bloods | 출연 도니 왈버그, 윌 에스테스, 톰 셀렉 / 채널 <CBS>

신입 경찰관들에게 “그대들 덕분에 뉴욕이 안심한다”는 청장 레건(톰 셀렉)의 축하로 시작하는 <블루 블러드>는 3대가 경찰/검찰에 근무하는 가족에 대한 이야기다. 할아버지는 은퇴했고, 아버지는 경찰청장에 큰딸 에린은 지방검사, 큰아들 대니(도니 왈버그)는 강력반 형사다. 둘째 아들은 순직했는데, 그 사건 뒤 변호사였던 막내아들 제이미 역시 경찰이 되기로 결심했고, 이제 막 제복을 입었다. 가족을 가운데 놓았지만 다뤄지는 사건들은 자극적이고, 사건의 다양한 면을 조명해 가족 안에서도 정치적, 도덕적 신념이 다름을 보여주는 데도 치중한다. 범죄수사물인 동시에 가족드라마일 것 같지만 <블루 블러드>는 한 가지 플롯을 추가해 예상과는 행보를 달리한다. 바로 ‘푸른 기사단’이라는 경찰 내의 비밀조직을 FBI가 조사하는 것. 둘째의 죽음 뒤에는 푸른기사단이 있다며 FBI는 제이미에게 도와달라고 말한다.

Up 수사물도 보고 싶고, 가족드라마도 보고 싶고, 음모론도 좋아한다면 1타3피. Down 제목만 보고 뱀파이어를 기대했다면…(실제로 동명의 인기 뱀파이어 소설이 있으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