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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빈대, 뉴욕 박스오피스 습격

뉴욕 극장가 빈대문제로 골머리, 집에서 DVD 관람 늘어

극장에서 영화 한편을 보려면 5천달러가 들지도 모른다. 뉴욕이 빈대(bedbug) 아웃브레이크의 진원지로 꼽히기 때문이다. 뉴욕시의 빈대문제의 심각성은 현재 10가구 중 1가구가 빈대문제를 겪고 있다는 수치를 보면 이해하기 쉽다. 그리고 빈대를 없애기 위해 집 전체를 소독하고 옷가지를 세탁하는 데 되는 비용이 약 5천달러이기 때문이다. 전문가에 따르면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이같은 대규모 빈대 확산은 처음이다.

뉴욕에서 가장 분주한 타임스 스퀘어에 위치한 AMC 엠파이어 25시어터에서 몇 개월 전 수차례 빈대가 발견돼 극장 전체를 폐쇄했고, 할렘에 위치한 AMC 매직 존슨 9시어터도 같은 문제를 겪었다. 아직도 빈대 제거를 위해 소요된 금액을 공개하기 꺼려하는 AMC 시어터쪽은 웹사이트 ‘고담이스트’(Gothamist)를 통해 “2주에 한번씩 지속적으로 빈대 검사를 하고 있다”며, “관람객이 빈대를 보았거나 물렸다는 제보가 들어온 상영관은 철저히 검사한 뒤 문제가 된 좌석을 제거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빈대의 확산을 단순히 감염된 좌석을 들어내는 것으로 해결했다는 설명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는 뉴요커는 거의 없다고 한다.

또 매년 가을 뉴욕필름페스티벌이 개최되고,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뉴욕 시립발레단, 뉴욕 필하모닉의 고향이기도 한 링컨센터와 저명한 카네기홀에서도 빈대가 속출했다는 보도가 이어지고 있다. 링컨센터 관계자들은 “빈대가 발견된 곳은 일반 관객에게 공개되지 않은 직원 로커와 오피스 등”이라며 미디어 보도에 대한 피해를 축소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일부 업체는 미디어 보도에 따른 재정적인 피해를 막기 위해, 또 그 업체 직원들은 해고의 우려 때문에 빈대 출몰을 알리지 않기 위해 뉴요커와 뉴욕을 찾는 관광객을 히스테리하고 피해망상으로 몰아가기도 한다(뉴욕시 관광업계 수입은 300억달러 규모).이 밖에도 영화 프레스 정킷이 자주 열리는 월도프-아스토리아 호텔에 최근 투숙객이 빈대로 인한 피해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으며, 백화점 블루밍데일스와 메이시스, 유엔빌딩, 뉴욕시 공립교,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 빅토리아스 시크릿, 홀리스터, 아베크롬비 & 피치, 나이키, 뉴욕시 브루클린 지방검사 사무실, <엘르 매거진> 사무실, <월스트리트 저널> 사무실, 빌 클린턴 전 미 대통령의 할렘 사무실 등 수많은 곳에서 빈대가 속출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이번 빈대 확산을 H1N1 바이러스나 테러리스트, 한센병으로까지 비유하며, 극장보다는 집에서 DVD를 보는 영화팬이 점점 늘고 있다고 한다. 이유는 빈대에 감염된 사실이 알려지면 친구는 물론 친척과 가족까지도 만나기를 꺼려하기 때문이라고. 빈대문제를 겪었던 사람은 당연히 연말 파티에서도 제외고. 전문가들은 주의 사항으로 공공장소에 외출시 필수 아이템만 소지하고, 성장한 빈대는 육안으로 식별이 가능하므로 외출 뒤 옷과 가방을 검사하고, 입었던 옷은 뜨거운 건조기에 20분 이상 넣어 돌리는 것 등을 권장한다. 빈대의 기승으로, 이제는 사용 금지된 DDT를 다시 쓰게 하자는 뉴요커들의 의견이 커지는 것은 물론, 아이튠에는 빈대가 출몰한 곳을 표시해주는 유료 아이폰 어플 ‘빈대 경보’(Bed Bug Alert)가 등장했다.

일부에서만 발견됐을 뿐이다

전미극장소유주협회(NATO) 회장 존 피티언

현재 미국 극장가는 매주 쏟아져 나와 관람객을 이미 식상하게 만들고 있는 3D영화와 개봉과 동시에 TV를 통해 집에서 주문해 볼 수 있는 비디오-온-디맨드(video-on-demand) 등으로 고전하고 있다. 여기에 또 하나 커다란 장애물이 생겼으니, 바로 대형 멀티플렉스 체인 극장에 퍼지고 있는 빈대다. 하지만 전미극장소유주협회(NATO)는 ‘빈대 사태’에 대한 미디어의 보도와 관람객의 반응을 과민하다고 보고 있다. 다음은 회장 존 피티언과의 인터뷰 내용이다(<필름 저널 인터내셔널>(www.filmjournal.com) 10월6일 인터뷰 기사 발췌).

-뉴욕시 극장에 빈대가 나타나 크게 보도된 바 있다. =우리 업계가 원래 상당히 하이 프로파일하다. 이런 점이 어떤 때는 이롭지만 반대로 해롭기도 하다.

-관람객이 3D영화나 입장료 인상에 대해 불만도 많지만 이번 빈대 소식과 관련해 반응이 크다. =이번 (빈대)문제는 단지 극장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현재 수많은 곳에서 같은 문제를 겪고 있지 않나. 크게 보도되기는 했지만 다행히도 일부 극장에서만 발견됐다.

-문제에 비해 너무 크게 보도됐다는 뜻인가. =미디어에서 크게 보도한 것은 사실이다. 지난 토론토 인터내셔널 필름페스티벌에서도 극장에는 빈대가 전혀 없었다. 전문가들을 데려와 빈대를 찾을 수 있는 개와 기계들로 찾아봤는데 없었다고 전해 들었다. 하지만 이 소식이 보도된 뒤 영화제에 참석한 사람들이 지나치게 과민반응을 보였다. 물론 벌레가 징그러운 것은 사실이지만 아직 극장주들에게 큰 이슈가 되지는 않고 있다.

-왜 미디어와 관객이 이같은 반응을 보인다고 생각하나. =극장이란 영화를 보면서 여가를 즐길 수 있는 곳이라 사람들이 상당히 애착을 가지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기삿거리가 되고, 화제가 되기 쉽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