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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 우울한 11월에는 다큐를 보세요

프랑스, 전국적으로 다양한 주제·규모·장르의 다큐멘터리 행사 열려

무더운 여름, 시원한 극장은 한국인의 주요 피서지. 햇볕 짱짱한 여름, 어두침침한 극장은 햇볕에 굶주린 유럽인의 기피 장소 1위이다. 청명한 하늘빛 덕에 갈수록 심해지는 기후변화를 감안하더라도 가을은 한국인에게 일년 중 가장 기다려지는 순간으로 남아 있다. 하지만 아침이고 낮이고 가릴 것 없이 어둑어둑한 회색빛 유럽의 가을 하늘은 기나긴 겨울을 예고하는 그야말로 ‘우울함’의 대명사이다. 이렇듯 프랑스의 11월은 바로 겨울맞이를 준비하는 참으로 우울한 시즌임과 동시에 영화 배급이나 실내 문화 행사 진행에 가장 위험부담이 적은 시기이기도 하다(대부분의 유럽 배급업자들은 새 영화를 개봉하는 날, 날씨가 좋을까 대단히 노심초사한다).

이런 ‘꿀꿀한 날씨’의 장점(?)을 적절히 이용해 프랑스에서는 지난 2000년부터 매년 11월을 ‘다큐멘터리의 달’로 지정해 한달 내내 전국 국립·시립 도서관, 문화원, 대학, 작은 극장을 중심으로 다양한 주제, 규모, 장르의 다큐멘터리를 다양한 관객층에 집중적으로 소개하는 자리를 가진다. 또 대부분의 다큐멘터리(상영작의 70% 정도)들은 상영 이후 영화작업 참여 스탭이나 관련 분야 전문가들을 초청해서 관객과 토론의 자리도 마련한다. 이 행사는 전국적으로 1200여개 상영관, 3천여개의 상영, 15만여명의 관객으로 쉽게 무시할 수 없는 프랑스의 11월의 중요한 이벤트로 자리잡았다.

이 행사의 일환으로 ‘스크린의 다큐멘터리’(Documentaire sur Grand Ecran) 조직과 괴테학회(Goethe-Institute) 공동으로, 11월3일부터 5일 동안 독일 다큐멘터리스트 볼커 코엡의 회고전을 진행했다. 이 행사는 파리를 거처 리옹, 클레르몽 페랑, 투르, 툴루즈 등 프랑스 지방에서도 연이어 한달 동안 진행될 예정이다.

언제나 상영 뒤 토론과 만남의 자리가 있다

‘스크린의 다큐멘터리’의 배급 담당 에마뉘엘 마들린

독일 다큐멘터리스트 볼커 코엡의 회고전을 준비한 단체 ‘스크린의 다큐멘터리’의 에마뉘엘 마들린과 짧은 만남의 시간을 가졌다.

-당신이 속해 있는 단체 ‘스크린의 다큐멘터리’와 그곳에서 당신이 맡고 있는 일을 간단히 설명해달라.

=우리는 2000년에 ‘다큐멘터리의 달’ 행사가 대대적으로 시작되기 10년 전인 1990년에 조직되었다. 그 당시 프랑스 관객은 텔레비전의 르포와 영화예술로서의 다큐멘터리의 차이를 잘 구분하지 못했다. 그래서 다큐멘터리가 그 자체로 예술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을 심어주자는 취지로, 단체 이름이 잘 설명하듯이 극장에서의 다큐멘터리 상영을 주된 목적으로 해 활동을 시작했다. ‘다큐멘터리의 달’이 일년 중 한달 동안 집중적으로 행사를 진행하는 데 반해 우리는 일년 내내 행사를 치른다. 정기적으로 다큐멘터리를 극장에서 상영하고, 관객과 피드백을 가질 수 있는 토론의 자리를 마련한다. 또한 다큐멘터리 카탈로그도 제작해 배급의 기반을 서서히 구축해왔다. 현재 우리 단체의 카탈로그에 속해 있는 영화는 230개 정도 된다. 나는 이곳에서 배급을 담당하고 있다.

-다큐멘터리 배급만 담당하고 있는데, 극영화 배급과 특별히 다른 점과 노하우는 무엇인가. =‘다큐멘터리의 달’ 행사와 ‘스크린의 다큐멘터리’ 상영의 공통점이 무엇인 줄 아나. 언제나 영화 상영 뒤 토론과 만남의 자리가 있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다큐멘터리를 보러오는 관객은 (매체의 특징이 그렇듯이) 영화에 제시된 현실과 진짜 현실과의 관계가 가까우면 가까울수록 작품에 더 매력을 느끼게 된다는 것이다. 극영화의 관객처럼, 영화의 세계만을 일방적으로 제공해서는 만족하지 않는다는 얘기다. 관객에게 피드백의 기회를 제공하도록 언제나 노력하고 있다.

-지난 20년간 다큐멘터리에 대한 관객의 인식이 많이 달라졌다고 생각하나. =그렇다. 하지만 아직까지 모든 관객이 다큐멘터리를 하나의 완성된 예술작품으로 인식한다고 단언할 수는 없다. 2000년 이후, ‘다큐멘터리의 달’ 행사는 우리 단체가 활동범위를 넓히는 데 많은 도움을 주었고 우리 단체도 이 행사에 적극적으로 참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