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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승재, “소재 갉아먹는 영화사 언젠간 큰코 다친다”

“지금 당장은 큰 시너지 효과가 안 나오지만 이런 노력들을 쌓아가는 회사와, 안 하는 회사는 영화시장 규모가 더 커지고 세계적인 경쟁을 하게 되는 날 큰 차이가 날 것이라고 생각한다.”

영화사 사이더스의 차승재(41) 대표는 한국영화를 가장 많이 만드는 제작자이면서도 남들이 안하는 일을 많이 한다. 올해 그가 제작한 영화는 <나도 아내가 있었으면 좋겠다> <인디안 썸머> <썸머타임> <무사> <봄날은 간다> <화산고> 등 여섯편. 크게 실패한 영화도 없지만, 크게 성공한 것도 없어서 합하면 조금 번 정도다. 그러나 한국과 중국의 스태프 300명을 모아 5개월 동안 중국대륙 1만km를 횡단하며 현지촬영을 하고(무사), 컴퓨터그래픽에 의지한 가상공간에서의학원 무협물이라는 전에 없던 장르를 시도했다(화산고). <화산고>에서는 또 외국의 전문 기술진 없이 맨땅에 헤딩하듯 달려들어, 10m 높이에서 공중제비를 도는 고난도의 와이어 액션을 해냈다. 99년 <유령> 때도 그랬다. 적은 돈에 수도 없는 시행착오를 거쳐, 실내에 연기를 뿜어대는 방법으로 해저의 느낌을 살려 국내 최초의 잠수함 영화를 만들어냈다.

“<유령>의 순제작비가 20억원이라는 말에 일본사람이 놀랐다. 일본에서 그 정도 만들려면 10억엔도 넘었을 거라고 말했다. 순제작비 45억원짜리 <화산고>도 일본 사람들이 보면 마찬가지로 놀랠 것이다. <화산고>에 썼던 컴퓨터그래픽과 와이어 액션을 가지고 형사물 한편을 더 계획하고 있는데 이번에는 예산이 더 줄어들 것이다. 돈이 조금 더 있으면 컴퓨터그래픽 회사를 직접 갖고 싶다. <화산고> 정도의 화면을 외국에 보여주면 주문이 들어와 자체 영업이 가능할 것 같다.”

차 대표는 <유령>과 <화산고>에 이어, 공중에서 비행전을 펼치는 공군영화 <발해>를 준비하고 있다. “<유령>의 기계장치에, 조금 더 발전한 미니어처를 갖추고 <화산고>의 컴퓨터그래픽 기술로 배경을 만들어 공중전을 연출해보려 한다. 그걸 하고 나면 다음은 공상과학물이다. 내가 스토리라인을 쓰고 시나리오 작업을 맡겼다. 제작비 4천만달러짜리 할리우드 영화 <이벤트 호라이즌> 보다 시각적 규모가 큰 걸 염두에 둔다. 그 정도면 유럽시장을 두드려볼 만하다. 계산을 해보니 제작비 1천만달러면 가능할 것같다. 우리가 다 대는 게 아니라, 한국 중국 일본이 4:4:2의 비율로 투자하는 걸 계획하고 있다.”

사이더스의 올해 영화사업이 조금 벌긴 했지만, <친구> <조폭마누라> 등 일련의 `조폭' 소재 영화보다 관객이 덜 들었고 특히 제작비 대비 수익을 계산하면 한참 처진다. “나도 조폭코미디의 코드를 담는 영화를 해야할지 고민중이다. 한가지 답답한 건 언론의 태도다. 이전에는 돈 잘 버는 영화와 좋은 영화가 다른 개념이었는데, 지금은 돈 잘 버는 영화를 좋은 영화로 여긴다. 산업논리로 가면서 너무 획일화되는 게 아닌지, 조폭코미디도 좋지만 모두가 그것만 만든다면 큰 문제다. 6 ̄7년 전에도 <마누라 죽이기> 나온 뒤에 로맨틱 코미디 붐이 일어 한동안 그 장르를 만들기만 하면 다 됐다. 그러다가 관객이 갑자기 식기 시작했다. 그래도 그때는 시장이 작아서 금방 수습이 됐는데, 지금같은 규모에서 조폭코미디만 쫓다가 관객이 외면하기 시작하면 후유증이 엄청 클 거다.”

<무사> <화산고> 등 사이더스의 영화에는 60 ̄70년대 웨스턴의 정서가 배있다. 차대표 세대의 향수가 작용한 셈인데, 두 영화의 흥행은 예상보다 부진했다. “나나, 김성수 감독이나 김태균 감독이나 다 어릴 때 웨스턴을 보고 자란 세대다. 그 향수의 코드가 시대에 뒤져가는 게 아닌가 싶다.<화산고>같은 경우는 확실히 우리와 관객 사이에 즐기는 코드가 안 맞은 것 같다. 감각적으로 더 부지런하고 젊어져야겠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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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