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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페셔널] 뭐니뭐니해도 성실성이 우선
김성훈 사진 백종헌 2010-12-21

나무엑터스의 매니저 김광태 팀장

신기하게도 배우 김주혁의 매니저 이름은 김광태다. 즉각적으로 김주혁이 주인공을 맡은 영화 제목이 떠오른다. <광식이 동생 광태>. 김현석 감독이 매니저 김광태의 이름에서 제목을 떠올린 건 아니다(광태는 <YMCA야구단>에서 황정민이 연기한 ‘류광태’에서 나온 것이다). 그래서 배우 김주혁과 그의 매니저 김광태가 더욱 인연이라 할 만하다. 김광태 매니저는 김주혁을 비롯해 유준상, 김태희, 문근영, 김강우, 신세경 등 수많은 배우들이 소속된 매니지먼트사 나무엑터스의 팀장으로, 2005년부터 지금까지 5년 동안 김주혁의 파트너로 활동했다. 매니저 생활을 한 지 10년이 되는 내년으로부터 한달 앞둔 그는 “그래도 아직 부족하다”고 했다.

-매니저는 어떻게 시작하게 됐나. =중학교 시절 친구가 고 장진영씨의 매니저였다. 25살 때인가, 제대하자마자 그 친구의 소개로 당시 대형 매니지먼트사였던 ‘싸이클론’에 입사했다. 친구가 둥글둥글한 내 성격을 눈여겨본 것 같다. 그때 처음 맡은 배우가 정혜영씨였다. 친구 따라 강남 간 셈이다.

-나무엑터스의 일주일 일과가 궁금하다. =오전 9시에 출근해서 저녁 6시30분에 퇴근하는 건 일반 회사와 비슷하다. 월요일마다 주간회의가 있다. 자신이 맡은 배우의 스케줄을 동료와 서로 공유하고, 회의에서 나온 정보들을 취합한다. 그외에는 배우가 출연하는 드라마나 영화의 스케줄에 따라 움직인다. 대개 프리 프로덕션부터 홍보 마케팅 과정까지 전부 참여한다고 보면 된다. 동시에 들어오는 시나리오도 모두 읽는다. CF 출연이나 언론 인터뷰 요청은 들어오는 대로 바로 처리한다.

-김주혁의 매니저를 맡은 건 언제부터인가. =2005년부터다. 중간에 김지수, 한혜진 등 소속사의 다른 배우들도 맡았다. 나무엑터스는 로테이션 시스템이다. 그러니까 매니저가 한 배우만 계속 맡는 게 아니라 일정 기간 돌아가면서 담당한다.

-로테이션 시스템의 장점은 뭔가. =다양한 상황에서 능숙하게 대처할 수 있는 경험을 길러준다. 가령, 여자배우와 남자배우는 정말 다르다. 여배우들 중 털털한 사람이 없는 건 아니지만 남자배우에 비해 훨씬 예민하다. 그런데 항상 남자배우들만 맡으면 여배우들을 담당했을 때 제대로 일할 수 있겠는가.

-어떤 작품의 출연을 놓고 배우와 매니지먼트사간에 의견 차이가 생길 수 있다. 그럴 때 매니저의 역할은 무엇인가. =배우의 의견이 제일 중요하다. 다만 아닌 건 아니라고 얘기한다. 영화 <여배우들>에서 고현정씨가 그랬던가. 배우 주위에는 항상 좋은 말만 하고, 나쁜 말은 안 해주는 사람만 있다고. 시나리오를 주면서 이 역할을 선택했을 때 발생하는 장점과 단점을 동시에 이야기해주는 게 필요하다. 그게 배우와 매니저, 서로의 발전을 위한 과정인 것 같다.

-매니저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요즘은 대학이나 아카데미에 매니지먼트 학과가 많더라. 나무엑터스는 정원이 생길 때마다 회사 홈페이지(http://www.namooactors.com/)를 통해 공고한다. 경력직만 선발하는 건 아니다. 성실하면 누구나 지원 가능하다. 아무리 일을 잘해도 거짓말을 하거나 성실하지 않은 사람은 소용없다. 일을 못하는 사람은 가르치면 된다.

-매니지먼트사에 인터뷰를 요청하면 답변이 늦게 오거나 오지 않는 경우가 많다. 어떤 면에서는 불편하다. =우리도 ‘배우의 스케줄이 가능한지’, ‘꼭 필요한 일인지’ 등 여러 요소를 고민한다. 다만 빨리 피드백을 해주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 업계에 ‘책임지지 못할 말은 하지 마라’는 말이 있다. 그만큼 안되는 건 안된다고 얘기해야 하는데, 매번 거절하는 게 힘들다. 어쩌면 매니저라는 직업은 ‘거절’하기 위해 생긴 직업인지도 모르겠다. 원래 물렁물렁한 성격이었는데, 이 일을 하면서 성격이 많이 바뀌었다.

-지금까지 매니지먼트 일을 하면서 가장 기뻤던 순간은 언제인가. =작품이 잘됐을 때! 시나리오를 읽을 때 가끔 ‘필’이 오는 장면이 있다. 그 느낌대로 현장에서 배우가 그대로 연기할 때 기분이 정말 좋다. 또, 현장에서 모니터할 때 ‘이 장면은 아니’라고 생각할 때 감독님께서 정말 ‘이건 아니’라고 할 때도 기분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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