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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반] ≪오지은과 늑대들≫

오지은과 늑대들 / 해피로봇 발매

오지은의 정규앨범을 좋아했던 이들이라면 오지은과 늑대들의 앨범이 낯설 것 같다. 그러나 의외의 분위기는 결과적으로 오지은이라는 음악가의 포지션을 새삼 돌아보는 계기로도 작동하는데, 수록곡 대부분의 테마가 ‘연애’에 맞춰져 있다는 건 꽤 흥미로운 단서다. 이 ‘연애’의 주체는 20대(이상) 여자들이다. <넌 나의 귀여운!> <뜨거운 마음> <사귀지 않을래> <아저씨 미워요> <만약에 내가 혹시나> 같은 곡들은 그 순간의 마음을 ‘캡처’해 올려놓은 블로그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런데 이 20대의 연애담은 신선하다기보다는 관습적이고 따라서 기존의 오지은 앨범에서 감지할 수 있던 까끌까끌한 돌기, 전형적이지 않은 어떤 태도와는 정반대의 감수성을 반영한다. 대신 이 관습을 지탱하는 감정과 상황에 대한 묘사는 상당히 디테일하다. 이때 기존 팬들(과 비평가들)은 헷갈리겠지만, 사실 무슨 상관인가. 이 앨범으로 확인할 수 있는 건, 뭘 어떻게 부르든 오지은은 오지은이라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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