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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명! 교황의 우울증을 치료하라

난니 모레티의 <하베무스 파팜>

<하베무스 파팜>

교황은 우울하다. 난니 모레티의 신작 <하베무스 파팜>은 우울한 교황, 혹은 교황의 우울함을 다루는 도발적인 영화다. 바티칸이 있는 보수적인 가톨릭 국가에서 교황을 풍자하는 영화라니, 이야기는 더욱 도발적이다. 하베무스 파팜(Habemus Papam, 라틴어)은 새로운 교황이 선출되었을 때 선포하는 선언문을 말한다. 교황이 죽자 세계의 추기경들이 바티칸에 모여 콘클라베, 즉 새로운 교황을 선출한다. 새롭게 당선된 교황(미셸 피콜리)은 막상 자신이 가톨릭 교회 전체를 통솔하는 절대적인 권력의 종교 지도자일 뿐만 아니라 바티칸 시티라는 독립된 국가를 다스리는 세속 지도자라는 위치를 자각하고 걱정과 근심으로 시름시름 앓는다. 교황의 근심은 점점 정도가 심해지고 바티칸은 교황을 치료할 정신과 의사(난니 모레티)를 부르기로 결정한다. 이제 정신과 의사는 교황을 도와서 교황의 우울장애를 치료해야 한다.

바티칸 시티와 시스틴 예배당 촬영 거부

우울한 교황에 대한 영화를 만들기 위해 난니 모레티는 바티칸을 자기 집처럼 드나들었고, 잔프랑코 라바시 몬시뇨르(몬시뇨르라는 칭호는 총대주교·대주교·주교 등 존경받는 성직자들에게만 주어진다)와 직접 접촉했다고 알려졌다. 라바시 몬시뇨르는 시나리오를 읽고 가볍고 아이로니컬한 코미디라고 칭찬했으나 바티칸 시티와 시스틴 예배당 장소 협조는 강력하게 외면했다. 그래서 난니 모레티는 로마의 치네치타 스튜디오와 프랑스 대사관이 있는 팔라초 파르네시나에서 촬영했다. 풍자할 대상의 본거지로 들어가지 못한다면 아예 새롭게 지을지어다. 난니 모레티의 과감한 선택이다.

비밀 속에 감춰졌던 <하베무스 파팜>은 지난 12월, 이탈리아 국영방송에서 주최한 영화 10년을 기념하는 행사에서 처음 모습을 드러냈다. 사실 모레티는 <하베무스 파팜>의 촬영 중 모든 언론과의 접촉을 통제했다. 다소 민감한 소재를 다루기 때문이다. 행사에 참석한 모레티에게 이탈리아 기자들은 새 영화를 왜 극비리에 촬영했냐고 질문들을 던졌는데, 모레티는 너스레를 떨었다. “기자들은 참 말하는 걸 좋아한다. 그럴듯하게 꾸미는 것도 참 잘한다. 이 영화 현장에는 내 친구들을 비롯해 많은 사람들이 다녀갔다. 어째서 극비리냐.” 어쨌거나 극비리에 촬영된 <하베무스 파팜>은 바티칸의 현재를 보여주는 의식적인 영화일 게 틀림없다. 어떤 장르의 영화인가라는 질문에 모레티는 “코미디 돌로로소(고통스러운 코미디)가 될 것”이라고 단언했다. “아무것도 못할 것 같은 한 개인이 11억명 이상의 신자가 있는 가톨릭 최대 교파의 당수가 되어 세계에 산재해 있는 문제를 풀어야 하지만, 이에 대응할 힘도 흥미도 없이 무기력할 뿐인 한 인간을 다룬 영화다.”

모레티 영화 중 가장 거대한 영화

촬영장의 난니 모레티.

<일 카이마노> 이후 3년의 휴식을 끝내고 영화계로 돌와온 난니 모레티에게 정치와 종교는 함께할 수도 떨어질 수도 없다. <하베무스 파팜>은 코미디일 것 같으면서도 코미디만은 아닌 영화, 어쩌면 종교적 색체가 짙은 영화라기보다는 종교와 한 인간의 심리를 지극히 사적인 공간에서 풀어가는 영화가 되지 않을까. <하베무스 파팜>은 난니 모레티가 직접 운영하는 사케르 필름과 판당고, 프랑스 제작사 레 팍테와 라이 시네마가 공동으로 제작했다. 이탈리아 기자들은 공개된 1분짜리 예고편을 보고 ‘Kolossal’(거대한)이라는 표현을 사용하며 모레티가 지금까지 만든 영화 중에서 가장 거대한 영화일 거라고 장담하고 있다. 오랜 촬영을 끝낸 <하베무스 파팜>은 3월 즈음 이탈리아 개봉을 앞두고 후반작업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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