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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네마톡] 이 영화 어떻게 보셨어요?
김성훈 사진 오계옥 2011-01-26

<씨네21>과 CJ CGV 무비꼴라쥬가 함께하는 첫번째 시네마톡: <윈터스 본>

<씨네21>은 올해부터 CJ CGV 다양성영화 브랜드인 무비꼴라쥬와 함께 ‘시네마톡’을 진행한다. 시네마톡은 매달 무비꼴라쥬에서 개봉하는 영화 한편을 선정해 <씨네21> 기자와 김영진 영화평론가가 관객과 함께 영화를 보고 대화를 나누는 행사다. 2011년 첫출발은 데브라 그래닉 감독의 <윈터스 본>으로, 1월14일 오후 8시 CGV대학로에서 주성철 기자의 진행으로 열렸다.

<윈터스 본>은 미국 미주리주의 오자크 지역을 배경으로 어린 두 동생과 치매에 걸린 엄마를 돌보며 살고 있는 열일곱살 소녀 리 돌리(제니퍼 로렌스)를 그린 이야기다. 매일 끼니를 걱정할 정도로 가난한 리 돌리는 어느 날 집에 찾아온 경찰관으로부터 마약 제조 혐의로 입건된 아버지에 대한 얘기를 듣는다. 경찰의 말에 따르면 리 돌리의 아버지는 보석금을 내고 가석방됐는데 여전히 마약을 제조하고 있고, 그가 재판에 출두하지 않으면 보석금 담보로 잡힌 리 돌리 가족의 집과 땅이 전부 경매에 넘어가게 된다는 것. 위기를 느낀 리 돌리는 마을을 뒤져가며 아버지의 행방을 찾기 시작한다. 그 과정에서 그는 마을 전체가 마약 제조에 찌들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큰아버지 티어드롭(존 호키스)에게 마을 여기저기를 들쑤시면 위험해질 거라는 경고를 받는다. <윈터스 본>은 가족의 운명을 홀로 짊어지고 가는 한 어린 소녀의 삶을 냉혹한 현실과 대비하여 보여주는 차가운 작품이다.

제니퍼 로렌스의 열연과 고립된 미국의 시골

영화 상영이 끝나고 진행된 시네마톡 자리에서 김영진 영화평론가는 크게 두 가지 감상평을 말했다. 하나는 여주인공의 인상적인 연기였다. “이 영화를 보면 누구나 비슷한 생각을 할 것 같은데, 여주인공이 매력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보여주는 연기의 방식이 굉장히 미니멀하다. 리 돌리를 연기한 제니퍼 로렌스는 제스처가 많지 않고 감정 표현을 안 한다. 실제로 사람이 힘든 상황에 처하면 감정 표현을 안 하게 되잖나. 어떻게 보면 배우로서 힘든 연기인데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제니퍼 로렌스는 그걸 해내더라. 마치 ‘내추럴 본 배우’랄까. 그 점에서 감독이 영화를 찍으면서 너무 기뻐하지 않았을까 싶더라.”

또 하나는 <윈터스 본>에서 묘사하는 미국의 풍경이다. “영화의 주요 배경인 산골 마을은 선댄스영화제 수상작에서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는 공간이다. 미국영화를 보면 흔히 나타나는 ‘미국사회의 상’이라는 게 있잖나. 영화 속 오자크 지역은 시내와 고립된 미국 시골의 모습이 잘 드러나 있다. 그 점에서 이 영화의 폐쇄적이고 균열된 공간은 한 소녀가 자신과 가족의 안위를 보존하려는 이야기의 성격과 잘 맞물린다.” 서부극에서 흔히 등장하는, 외부의 위협으로부터 방어하는 마을의 모습을 떠올리기란 어렵지 않다.

주성철 기자 역시 혜성처럼 등장했던 <소년은 울지 않는다>(2000)의 배우 힐러리 스왱크의 예를 들면서 제니퍼 로렌스의 연기를 칭찬했다. 그의 말에 따르면, 1990년생인 제니퍼 로렌스는 현재 할리우드가 가장 주목하는 신성 중 하나다. 1월17일(현지시각)에 열렸던 골든글로브 여우주연상에 내털리 포트먼, 니콜 키드먼 등과 함께 노미네이트됐다. 현재 <엑스맨: 퍼스트 클래스>에서 미스틱 역을 맡았고, 촬영을 끝낸 <비버>에서 멜 깁슨과 조디 포스터의 딸로 출연한다. 주성철 기자는 “<윈터스 본>에서 장녀 역할을 했던 것과 달리 제니퍼 로렌스는 실제로 두명의 오빠를 둔 막내”라면서 “극중 동생으로 등장하는 아이들이 비전문 배우인데, 제니퍼 로렌스가 극중처럼 그 아이들을 잘 챙기면서 현장을 이끌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데뷔작 <버닝 플레인>에서도 제니퍼 로렌스는 가족 몰래 바람 피우는 엄마(킴 베이싱어)를 의심하고, 동생들을 챙기는 장녀”였다면서 “장녀처럼 믿음직스럽게 영화를 이끌어가는 모습을 보면 오랜만에 주목할 만한 신인 여배우를 발견한 느낌”이라고 덧붙였다. 주성철 기자는 앞서 시골 마을의 폐쇄성을 언급한 김영진 영화평론가에게 “지난해 개봉한 한국영화 <이끼>도 고립된 마을을 배경으로 하는데, <이끼> 속 공간과 <윈터스 본>의 그것과 어떻게 비교할 수 있는지”를 물었다.

김영진 영화평론가는 두 영화가 ‘공간’을 다루는 방식은 크게 다르지 않으나 <윈터스 본>의 시골이 <이끼>의 그것보다 훨씬 더 폐쇄성이 심하게 나타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영화가 시골을 다루는 일종의 클리셰들이 있다. 특히 한국영화가 심한데, 보통 시골하면 ‘고향’, ‘순수’ 등을 떠올리잖나. <이끼>의 배경인 마을은 굉장히 폐쇄적이고, 마을 사람들은 그들만의 비밀을 공유하고, 바깥세상보다 훨씬 더 권력적인 이해관계가 심하다. 또 자연이 가지는 ‘야성’도 도드라져 보인다. 미국영화 역시 마찬가지다. 가령, 리안 감독의 <브로크백 마운틴>(2005)은 미국 남부의 보수적인 분위기가 잘 표현된 영화다. 지나가던 차가 집 앞으로 다가오면 집주인은 적대감을 가지고 커튼을 살짝 걷어 차의 정체가 무엇인지 엿보지 않나. 아무도 믿지 않는 분위기, <윈터스 본>의 배경이 딱 그런 느낌인 것 같다.”

자본주의의 모순을 지적한 관객과의 대화

주성철 기자와 김영진 영화평론가의 대화가 끝나자 관객과의 대화가 이어졌다. 한 여성 관객은 “극중 주인공 소녀가 자연 속을 뛰어다니는 꿈을 꾸는 장면이 나오는데, 어떤 의미가 있는지”를 물었다. 주성철 기자는 “개인적인 생각인데, 그 장면 자체가 어떤 의미가 있다기보다 감독이 소녀에게 줄 수 있는 유일한 배려인 것 같다”면서 “현실은 굉장히 냉정한데 꿈에서만큼은 소녀가 현실과는 다른 세계를 경험할 수 있게 하기 위한 목적이 아닐까”라고 대답했다. 김영진 영화평론가는 주성철 기자의 말에 동의하면서 몇 가지를 덧붙였다. “어쩌면 소녀의 꿈속 세계가 현실이어야 하는데, 현실의 소녀에게는 늘 어떤 문제와 고난이 닥친다. 그 점에서 소녀가 자연을 뛰어다니는 시퀀스만큼은 극중 소녀의 유일한 해방구인 것 같다.”

또 다른 여성 관객은 “이 영화는 단순히 이 아이가 선과 악, 두 가지 구조에 놓여 있는 상황을 설명하는 건 아니”라면서 “극중 아이의 행동과 이야기의 갈등은 이 아이가 자본주의 사회의 구조를 알아가면서부터 시작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아이가 아버지를 찾는 게 아니라 아버지가 죽었다는 사실을 증명할 수 있는 도구를 찾는다는 것은 자본주의 사회가 낳은 모순이고, 더 가혹한 건 당장의 급한 상황은 해결했지만 이 아이에게 더 거대하고 냉혹한 세상이 기다리고 있다는 현실”이라고 덧붙였다. 주성철 기자는 “데브라 그래닉 감독이 이 영화 전에 찍었던, 장편 데뷔작 <다운 투 더 본>의 제목도 공교롭게도 <윈터스 본>과 마찬가지로 ‘뼈’가 들어간다”면서 “<다운 투 더 본> 역시 두 아이의 엄마이자 코카인 중독자인 여주인공(베라 파미가)이 더이상 마약값을 감당할 수 없어 재활치료기관에 들어간다. 그러나 상황이 이전보다 전혀 달라지지 않는, 아니 오히려 더 나빠진다. 그런 걸 보면 감독은 냉혹한 자본주의 시스템 안에서 여주인공이 현실을 대하는 태도에 관심이 많은 것 같다. 방금 이야기한 관객의 의견과 연결해서 생각해볼 문제 같다”고 말했다. 영화에 대한 다양한 의견이 오간 뒤에야 2011년 첫 번째 시네마톡은 끝났다. <윈터스 본>은 1월20일 극장 개봉을 통해 관객을 찾을 예정이다. 다음 시네마톡은 2월에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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