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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아유> 촬영현장
2002-01-02

ID `멜로`, 사랑에 접속하다

라라 크로프트 의상에 멋진 미소를 날리는 아바타가 내 진짜 감정을 전달할 수 있을까? 몇개의 알파벳으로 조합된 아이디가 내 진짜 이름일까? 사이버 공간에서 만나 손도 한번 잡지 않은 채 서로를 가장 이해하는 사람이라고 믿지만 그게 진짜 사랑일까? 때론 네가 누구인지, 내가 누구인지 모르는 게 나을 때도 있지, 이 세계에서 내 존재를 지우는 데는 독극물도 자해도 옥상으로부터의 비행도 필요없어. ‘탈퇴하시겠습니까?’란 질문에 ‘YES’라는 대답 외엔.

<바이준>의 최호 감독이 4년 만에 메가폰을 잡은 <후아유>는 21세기판 ‘젊은 <접속>’이다. 사이버 게임기획자인 형태(조승우)는 자신의 존재를 ‘멜로’라는 아이디 뒤에 숨긴 채, 세상을 향해 귀를 닫아버린 수족관 다이버 인주(이나영) 혹은 ‘별이’를 향해 사랑을 키워나간다. 그러나 세상에서 가장 높은 호수 ‘티티카카’로 명명된 둘만의 아지트도 이들의 사랑을 키우는 완벽한 온실이 되지 못한다.

<후아유>는 63빌딩을 주배경으로 하는 영화답게 연회장으로 사용되던 58층을 인주와 형태가 만나게 되는 게임 ‘후아유’의 기획사무실로 꾸몄다. ‘딴지일보’ 사무실 세팅을 차용했다는 이 공간은 일주일간의 대대적인 공사 뒤, 젊은 게이머들의 부엉이 같은 생활을 사실적으로 담아낼 그럴듯한 벤처사무실로 탈바꿈했다. 이날 촬영은 형태의 사무실로 게임매뉴얼을 돌려주기 위해 인주가 방문하는 장면과 대학로에서 광화문과 종로3가를 거쳐 국세청 광장까지 뛰며 걸으며 언쟁을 벌이는 형태와 인주를 담았다.

모니터 앞에 앉아 지시하기보다는 카메라 앞으로 달려가 배우들의 얼굴을 보면서 의견을 나누는 최호 감독의 모습은 <후아유>가 관객에게 제시하는 커뮤니케이션 방법이기도 하다. 빈정대듯 툭툭 던지는 말 속에도 온기가 숨어 있는 형태 역의 조승우는 <춘향전> <와니와 준하>의 과거 속 이미지의 결박을 풀고 비로소 현실의 연인으로 돌아왔다. 이나영 역시 CF 속 예쁜 미소 대신 털털하고 엉뚱한 본연의 매력을 유감없이 뿜어낸다. 끈적임 없이 물기있는 멜로영화 <후아유>는 운중로에 벚꽃이 흩날리는 올해 4월, 관객에게 달콤한 ‘벙개’를 청할 예정이다.

글 백은하 lucie@hani.co.kr·사진 정진환 jungjh@hani.co.kr

1. 티격태격 엇갈리던 형태와 인주가 서로를 향해 진짜 마음을 열어보이는 마지막 시퀸스는 총 11개 신으로 나누어 `힘`을 실었다.

2. 실제 이나영이 조승우보다 한살 연상이지만 현장에서는 조승우가 의젓한 오빠 같은 느낌이다.

3. <바이준> 이후 오랜 공백을 깨고 돌아온 최호 감독. 21세기, 그가 그려내는 청춘의 초상은 4년 전 그것과는 다른 모습니다.

4. 인주가 `별이`임을 알고 있는 형태. 형태가 `멜로`임을 모르는 인주, 그러나 설레는 감정은 두 사람에게 공평히 다가온다.<사진 순서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