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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네마톡] 클로즈업으로 감정을 건네다
정리 신두영 사진 최성열 2011-03-01

<씨네21>과 CJ CGV 무비꼴라쥬가 함께하는 두 번째 시네마톡: <혜화,동>

“살짝만 건드려도 넘칠 것 같은 찰랑찰랑한 잔의 커피 같은 영화.” 김영진 영화평론가는 <혜화,동> 민용근 감독과 배우 유다인이 함께 커피를 마시는, 어쩌면 약간은 어색한 둘의 모습을 보고 그 분위기가 영화와 꼭 닮았다고 했다. 2월16일 오후 8시 대학로CGV에서 열린 두 번째 ‘시네마톡’의 영화는 <혜화,동>이다. 시네마톡은 매달 무비꼴라쥬에서 개봉하는 영화 한편을 선정해 <씨네21> 기자와 김영진 영화평론가가 관객과 함께 영화를 보고 대화를 나누는 행사다. 이날은 특별히 민용근 감독과 배우 유다인씨도 참석했다. 진행은 <씨네21> 김용언 기자가 맡았다.

동물병원에서 일하는 23살 혜화(유다인)는 유기견을 돌보며 살아간다. 그런 혜화 앞에 5년 전 갑자기 사라졌던 옛 연인 한수(유연석)가 나타나면서 <혜화,동>은 시작된다. 둘은 고등학생 때 서로 사랑했지만 원하지 않던 임신으로 헤어졌다. 혜화는 아이를 낳았고, 아이는 죽었다. 혜화는 그렇게 믿고 있었다. 그런데 한수는 죽은 줄 알았던 자신들의 아이가 살아 있고, 입양되었다는 소식을 전한다. 처음에 혜화는 한수의 말을 믿지 않고 무시한다. 그러나 마음 한구석이 흔들리는 건 어쩔 수 없다. 한수의 끈질긴 설득에 결국 혜화는 아이를 찾아 나선다. <혜화,동>은 클로즈업이 많은 영화다. 카메라는 혜화의 얼굴을 바짝 당겨서 잡고 미묘한 표정을 훔친다.

손톱 수집은 무형의 시간을 물질화 시키는 과정

상영이 끝나고 진행된 시네마톡 자리에서 김영진 영화평론가는 “올해 개봉한 한국영화 가운데 가장 좋다”면서 잦은 클로즈업을 먼저 언급했다. “이렇게 클로즈업 많은 영화는 보기 드물다. 그러면서 질리지 않게 만든 영화도 보기 드물다. 특히 혜화 역을 연기한 유다인의 클로즈업이 인상 깊었다. 그것이 영화의 정서를 많이 좌우하는 것 같다.” 그리고 김영진 영화평론가는 영화 전반에서 느껴지는 특이한 감성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혜화,동>은 굉장히 아픈 사람들의 이야기인데, 감독이 이상하게 밸런스를 잡고 묘사한다. 어쩌면 감독이 희한한 감성의 소유자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다.”

김영진 영화평론가의 감상평을 이어받은 김용언 기자는 민용근 감독에게 클로즈업을 선택한 이유에 대해 물었다. 민용근 감독은 TV다큐멘터리를 만들던 시절의 에피소드를 예로 들며 설명했다. “중요한 것은 사람의 표정이라고 생각했다. TV다큐멘터리에서 클로즈업은 미학적인 원칙이 아니라, 경제적인 원칙으로 필요한 경우가 있다. TV다큐멘터리 작업을 할 때 클로즈업이 많은 프로그램을 내레이션 없이 본 적이 있는데 어떤 영화보다 시적이었다. 정보는 한 가지밖에 없는데 그것이 쌓이니까 말로 표현하기 힘든 감정을 표현하더라. <도둑소년>이라는 단편을 찍을 때 클로즈업으로 감정을 전할 수도 있지 않을까 고민했고, 그것이 <혜화,동>까지 전달됐다.”

민용근 감독

민용근 감독은 영화에서 혜화가 그랬던 것처럼 손톱을 모은다. 김영진 영화평론가는 <씨네21> 인터뷰를 보고 이 사실을 알았다. 그는 “고금을 통틀어 손톱 모으는 남자는 처음 봤다”면서 감독의 감성이 영화 속 혜화에게 이입되었는지, 그리고 어쩌면 철이 없다고 할 수 있는 과거의 혜화의 성격에 대해서 질문했다. 한 관객도 민용근 감독의 ‘손톱 수집’을 궁금해했는데, 민용근 감독은 “20살 때부터 손톱을 모았는데 이상하게 생각하지 말아달라”고 말하며 웃었다. 그는 손톱을 모으는 의미가 “무형의 시간을 물질화하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손톱을 버리려니 내 몸의 일부인 그 시간이 버려지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시나리오 쓸 때도 손톱을 모으는 장면이 자연스럽게 들어왔는데, 혜화는 5년 정도 손톱을 모았으니, 5년의 시간을 모았다고 생각하면 된다”고 답했다.

그리고 혜화의 성격에 대해서는 “과거의 혜화를 보면 가운뎃손가락을 날리기도 하고, 분위기 파악을 못하는 듯하지만 혜화의 과거도 사실 밝지 않다”면서 “일부러 밝게 행동하는 것이 스스로 아픈 상처를 가리기 위한 행동양식”처럼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혜화,동>은 ‘개’ 블록버스터?

김용언 기자는 민용근 감독과 혜화를 연기한 유다인에게 영화에서 중요한 축을 담당한 유기견을 촬영하는 어려움에 대해 물었다. 유다인은 “혜화는 극중에서 여러 마리의 유기견을 집에서 키우는데, 강아지와 촬영하는 것은 크게 어렵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서 질문에 답한 민용근 감독은 “유다인씨는 거의 매회차 촬영에 나왔는데 개가 나오는 날은 개들에게 더 많이 신경을 쓰기 때문에 여배우로서의 대접을 못 받았다”고 말해 관객의 웃음을 자아냈다. 덧붙여 민용근 감독은 “영화에 개가 정말 많이 나오기 때문에 주변에서 ‘개 블록버스터 찍냐’는 얘기를 들었다. 영화에 등장한 개들은 한 마리만 훈련된 개고, 나머지는 유기견센터에서 데리고 온 실제 유기견”이라고 설명했다. 그리고 혜화의 집에 있던 유기견들은 촬영이 끝나고 스탭들이 입양했다는 훈훈한 사실을 밝혔다. 그는 개가 나오는 촬영은 “언제 끝날지 모르는 압박감이 있었는데 어느 순간 강아지가 내가 원하는 표정과 동작을 보여줄 때가 있다”면서 “어쩌면 운이 좋았을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이어서 관객의 질문이 이어졌다. 한 관객은 “영화에서 사용된 브로콜리 너마저의 <앵콜요청금지> 가사가 혜화에게 집착하는 한수와 비슷해 보인다”면서 영화가 끝나고 나오는 이 노래가 어떤 의미인지 질문했다. 민용근 감독은 “브로콜리 너마저의 노래를 시나리오 쓸 때 많이 들었다”고 했다. 그는 영화의 마지막 신에 대해서 “지금까지 한수와 혜화가 서로를 마주하는 건 없다. 둘은 아이라는 존재를 통해 다가가고, 만났다. 엔딩에서는 아이가 없는 상태의 둘을 보고 싶었다”고 연출의 의도를 밝히고,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서 느껴지는 분위기와 정서를 정리하는 엔딩 크레딧에 <앵콜요청금지>가 어울릴 것 같다고 말했다. 유다인도 “영화가 우울한 노래로 끝나지 않고 밝은 노래로 끝나는데 혜화의 마음도 과거에 머무르지 않고 혼자 힘으로 다시 시작할 수 있는 희망과 맞닿아 있는 것 같아서 좋았다”고 말했다.

다른 관객은 <혜화,동>의 시나리오를 쓰게 된 계기를 물었다. 민용근 감독은 유기견을 쫓아다니는 한 여자의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탈장된 개를 기다리는 차 안에서 눈물을 흘리던 그 여자의 공허한 느낌에서 <혜화,동>은 시작되었다”는 것이다.

김영진 영화평론가는 이어진 관객의 질문에 “영화에서 일종의 반전이 발생하는 부분 이후에 느꼈던 어색함을 이 자리에서 해소할 수 있었다”고 말하며 두 번째 시네마톡을 마무리지었다. 영화 속 혜화와 관객이 같은 마음이 되었던 두 번째 시네마톡. <혜화,동>은 2월17일 개봉했다. 다음 시네마톡은 3월에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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