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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성철의 가상인터뷰] 여러분이 내게 김태희고 전도연… 입니다!
주성철 2011-03-16

<사랑한다, 사랑하지 않는다>의 ‘남자’

- 안녕하세요. 그런데 지금 혹시 뭐하고 계시나요? 저 좀 봐주시죠? 제가 여기서 도대체 얼마나 얼마나 더 이렇게 바라보고 있어야 하는 거죠? = 사랑한다, 사랑하지 않는다, 사랑한다, 사랑하지 않는다, 하 이제 됐습니다. 나뭇잎의 신이 얘기해주시네요. 그녀는 저를 사랑하지 않는답니다. 소심한 제가 웃는 법까지 배웠는데 뜻대로 되지 않네요. 김수한무거북이와두루미삼천갑자동방삭치치카포사리사리센타, 아 이렇게 헛소리나 해대는 걸 보니 그냥 군대나 가야겠어요.

- 네, 상심이 크시겠어요. 결별설은 인터넷으로 접했습니다. 아무튼 입대 직전에 이렇게 독점 인터뷰로 시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안정을 취하셔야 할 텐데. = 원래 가상인터뷰라는 게 뭐든 다 독점으로 할 수 있는 거 아니에요? 죽은 사람하고도 인터뷰할 수 있는 거잖아요. 하 참, 죄송해요. 상황이 이렇다보니 제가 좀 시니컬해지네요. 웃으면서도 울고 있는 느낌이고요. 배가 고파서 그런 건지도 모르겠네요. 우리 식사라도 하면서 인터뷰하죠. 저기 포크 좀 주세요.

- 이번 영화에서 임수정씨와의 연기는 어땠나요? 갑자기 남자가 생겼다며 같이 살던 집에서 나가겠다고 하는 모습에서 울컥했어요. = 정말 화가 나요. 원래는 내가 먼저 집에서 나갈 생각이었는데 그녀가 잡아서 못 나간 거라고요. 선수 뺐긴 거죠. 전에 내가 나간다고 하니까 “갈 거야?” 하고 묻더라고요. 그래서 평소처럼 커피를 내려주면서 마지못해 “아니, 향기는 남아 있잖아”라고 얘기했다가 바로 깨질 뻔했거든요. 집에서 한 발짝이라도 나가려고 했다간 죽여버리겠다고 해서 나가지 못했죠. 그런데 이제 와서 먼저 헤어지자고 하다니, 분해요 정말.

- 그럼요, 어디 이별이 쉬운 건가요. = 맞아요, 짐을 싸다가도 함께 기억을 가지고 있는 물건들이라도 나올라치면 한참을 멍하게 있게 돼요. 이태리 장인이 한땀 한땀 지어올린 그녀의 옷을 볼 때면 흑흑. 그럴 때마다 ‘이거 진짜로 헤어질 수 있을까’ 하고 또 한번 생각하게 되죠. 하루에도 몇번씩 사랑한다, 사랑하지 않는다, 계속 혼잣말을 되뇌는 거죠. 이 바보 같은 사랑, 이 거지 같은 사랑 계속해야 니가 나를 사랑하겠니, 하고 묻고 싶어요.

- 어쨌건 지금 수많은 여자를 남겨두고 해병대로 가시는 게 최선입니까? 확실해요? = 아니, 이게 무슨 내가 군대가고 없다고 길라임이 박현빈하고 곤드레만드레 술에 취해 아주 그냥 죽여줄거라는 소린가요. 저한텐 모든 팬들이 라벤더향이 나는 김태희고 전도연입니다. 돌아올 때까지 고무신이나 거꾸로 신지 말라 그래요. 만약 다들 저를 배신하신다면 제대와 동시에 콧수염 길러서 우리 해병대 김흥국 선배와 번칠이를 따라 축구경기장에서 매일 호랑나비 춤추는 저를 보실 겁니다. 아 응애예요.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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