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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누스의 얼굴, 조재현 [3] - 김기덕, 오종록, 장진이 말하는 조재현
2002-01-03

야생의 배우 조재현

조재현의 파트너_김기덕의 독백

“나는, 이제부터 그를 아껴야 한다”

악어…. 그는 고단한 사람인 것 같다. 영화 밖에서 일상을 사는 데 길들여진 게 아니라 영화 안에서 사는 데 길들여진 사람으로 보인다. <피아노>를 보면, 마치 그가 자신의 가족한테 진심을 고백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런가 하면 나의 영화 안에서 그는 욕망을 꿈꾸고 또 해갈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의 삶은 불안하고 또 위험하다.

나는 그가 우는 걸 딱 한번 보고 싶다. 영화 안에서야 많이 울었지만 실제로 그가 우는 걸 보고 싶다. 어제 <피아노>를 보고 나는 울었다. 수아가 칼국수를 끓여주니 그가 우는 걸 보며. 그건, 드라마 속 이야기로 운 게 아니었다. 나는 그 자신의 심연의 외로움을 보고 울었다. 나는 그가 우는 걸 보고 싶다. 남자인 내 앞에서는 울지 않겠지만.

파리, 베니스, 그리고 베를린. 나는 그를 여행시키고 있다. 그는 전에 한번도 외국 여행을 한 적이 없었다. 그랬던 그를 내가 여행시키고 있다. 그는, 이렇게 내게 어린아이 같다. 나를, 그도 어린아이 같다고 하겠지. 그래서 우린 만나면, 서로에게 정신차리라고 말한다. 그는 나의 프로듀서 같고 나는 그의 매니저 같다. 그는 따뜻한 사람이다. 영화 쪽에서는 몰라도, 방송사에 따라가보면, 그는 그쪽에서는 아주 따뜻한 사람으로 알려져 있다.

그와는 이제 아주 편한 사이지만, 이제부터가 내가 그를 아껴야 할 때인 것 같다. 앞으로는 여러 사람들이 그를 찾아오겠지. 어떤 곳으로 그를 끌고 갈지 모른다. 그로부터 나는, 어쩌면 내가 쓸 것을 다 쓰지 않았나 싶다. 인간적인 것이 남았다. 이제부터 그를 아껴야 한다.

그의 수첩을 본 적이 있다. 한면에 200명이 넘는 사람들의 전화번호가 기록된. 거기에 그렇게 다 적어야 했을 만큼, 그에게는 친구가 많다.

그러나 그는, 결코 외피적으로는 행복하지 않다. 대신 영화 안에서 그의 욕망을 완성한다. 그의 삶은 불안하고 위험하다. 그는 악어다.

김기덕/ 영화감독·<섬> <수취인불명> <나쁜 남자>

배우 조재현에 대한_오종록의 관찰

“예술적인 굶주림이, 그의 에너지다”

인간 조재현? 인간 조재현에 대해선 잘 모른다. 친구 동생이라…. 나랑 놀 계제가 아니었다. 내가 그런 것엔 좀 엄격해서…. 배우 조재현에 관해 말하면…,

조재현은 배우 같지 않은 배우다.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면 특히 젊은 사람들은 꼭 뽕 맞은 사람처럼 비정상이 되는데, 그런 사람이 대부분인데, 조재현은 그렇지 않다. 냉정하다고 해야 하나. 아니 냉정한 것과는 다르다. 그는 배우를 직업으로 생각한다. 배우를 치부와 인기를 얻는 수단이 아니라 그냥 배우로 생각하기 때문에, 평상심을 유지하고 있는 것 같다.

배우로서, 조재현은 대사법이나 호흡 같은 게 썩 좋다고 할 수는 없다. 근데 그의 표정은…. <피아노>가 12회까지 나왔는데, 조재현은 20대부터 시작해서 지금 거의 50살로 나온다. 아주 야리야리한 20대 얼굴에서 쉰살 초로의 얼굴까지, 조재현은 한 다섯개 정도의 얼굴을 갖고 있는 것 같다.

조재현은 영화쪽에선 김기덕 감독하고 많이 했지만, 방송쪽에서는 오래 전부터 나랑 많이 했다. 조재현 통해서 김기덕 감독도 가끔 만났는데, 김 감독도 그렇겠지만, 뽑아낼 게 없는 배우를 감독은 쓰지 않는다. 조재현은, 끝없이 무엇인가가 나오는 배우다.

배에 기름기가 끼고 뽕 맞은 상태가 되면 배우는 새로운 것을 내놓을 수 없다. 배곯고, 옛날 최진실처럼 리어카 끌고 그런 육체적인 굶주림이 아니라 예술적인 굶주림이 있어야 하는데, 조재현은 그런 예술적인 굶주림의 상태를 잘 유지하고 있는 것 같다. 그게 이 배우의 에너지가 아닌가 싶다. 사실 조재현은 집에 돈이 많다. 빌딩도 몇채고…. 돈의 개념으로는 아쉬운 게 없었기 때문에 그런 면에 집착하지 않을 수 있었던 걸지도 모르겠다.

오종록/ 드라마 PD·<내마음을 뺏어봐> <해피 투게더> <피아노>

조재현에게 부치는_장진의 편지

“형은 언제나 물오른 배우였어요, 우리가 못 보았을 뿐”

재현 형.

오랜만이네요. 언제나 ‘같이 한번 해야지’ 말만 한 지도 한 5년이 되어가는 거 같다. 그런 배우들이 있다니까… 한번 해야죠, 라고 늘 말만 하고는 한번도 현장에서 못 만나는 배우들…. 미안하기도 하고 아쉽기도 하고…. 요즘 들어 ‘조재현 물이 올랐더군’ 이런 소릴 많이 들어요. <피아노>에서의 감동도 그리고… <나쁜 남자>에서의 홀림도 영향이 크겠지만… 가장 중요한 건 아마도 형의 소리와 감정의 기억들이 사람들의 가슴에 오랫동안 남아가기 시작했나봐요. 사실 그런 소릴 들으면… ‘조재현이란 배우는 원래 물이 올라 있던 배우였어요. 우리가 못 본 거죠’라고 얘길 하고 싶어져요.

안국동 실험극장에서 <에쿠우스>의 엘런의 모습을 한 형을 보고… 기능과 힘을 고루 갖춘 배우를 만난 기분 좋음에 한참을 들떴었는데… 얼마 가지 않아 형을 직접 만나 알게 되고… 얘기해보고… 참 즐거운 시간이었어요. 난 그저 형의 사내기질이 좋고… 자유로운 행동 방식이 좋고… (물론 그것 때문에 형수님이 고생이시지만) … 형의 연기 옥타브가 좋았어요.

근데… 나 요즘 형의 연기를 매체에서 보면서… 내가 알 수도 없고 짐작조차 못했던 형의 삶에 대해 추리를 해요. 왜 난 요즘 그의 모습을 생소하게 느낄까?… 그의 웃는 모습, 걱정하는 모습, 답답한 얼굴… 화난 얼굴, 모두 다 기억한다고 생각했는데 지금 내가 만나고 있는 배우 조재현의 소리와 느낌들은 과연 어디에서 와서 어떻게 흘러갈 것인가…. 알 수 없는 깊이를 그보다도 더 드문히 드러내지 않는 재현 형…. 오늘 내가 만난 형의 연기를 보며 난 또 궁금하다…. 어떤 추리와 예감으로 형을 짐작할 수 있을는지….

장진/ 영화감독·<간첩 리철진> <킬러들의 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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