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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한 음악으로 소통…메탈 페스티벌 꿈꿔"
2011-04-28

(서울=연합뉴스) 이은정 기자 = 헤비메탈은 국내 가요사에서 1990년대 후반까지 주류 음악으로 꼽혔다. 메탈 밴드들은 고현정과 드라마에 출연했고, 김완선과 한 무대에 올랐으며, 메이저 음반사에서 음반을 냈다.

그러나 가죽 바지에 머리를 기르고 시끄러운 음악을 한다는 오명 하에 대중의 눈치를 보게 됐고 지금은 주류 음악에도, 홍대 인디 음악계에도 분류되기 힘든 어정쩡한 상황이 됐다.

록 페스티벌에서조차 구색 맞추기로 끼는 현실을 개탄한 블랙홀, 블랙신드롬 등 메탈 1세대와 이현석프로젝트, 디아블로 등 실력파 후배들이 메탈 부흥의 기치를 내걸고 '판'을 벌인다.

다음 달 14일 마포구 서교동 KT&G상상마당에서 '메탈 하니(Honey)'란 타이틀로 합동 공연을 펼치는 것을 시작으로 오는 12월까지 매월 서울을 중심으로 전국을 돌며 공연에 나서는 것.

28일 서교동의 한 카페에서 기자간담회를 연 네 밴드는 "전국에 퍼져있는 메탈 밴드들과 교류하고 메탈 지지층에게 다가가고자 합동 무대를 열게 됐다"며 "점차 참여 밴드를 확장하고 해외 뮤지션도 초청해 언젠가는 메탈 밴드만의 페스티벌을 꾸리는 게 바람"이라고 입을 모았다.

이들 밴드의 공통점은 데뷔 이래 1년도 쉬지 않고 '한 우물'을 팠다는 점이다. 모두들 메탈 음악에 대한 선입견부터 바로잡고 싶어했다.

"친척들은 '너 아직도 메탈 하니?'라고 물어요. 메탈은 우리의 연인이자 운명이자 숙명이죠. 그래서 제목의 '하니'에는 '허니(Honey)'란 의미가 담겼어요. 이번 공연을 통해 메탈 음악이 지닌 밝고 열정적인 이미지를 복원시키고 싶어요."(블랙홀 주상균)

블랙신드롬의 김재만도 "서태지도 시나위 출신으로만 알지만 슬래시 메탈을 한 적이 있다"며 "우린 머리 기르고 고성을 지르는 미친 놈들이 아니다. TV에 노출된 일부 밴드들에 의해 이 장르가 왜곡되고 희화화된 경향이 있다"고 거들었다.

이현석프로젝트의 이현석 역시 "1990년대 초반까지 메탈 음악 팬이 많았지만 이젠 메탈 밴드의 문신을 힙합인들이 파고 있고 메탈 밴드의 여자 친구들이던 '가죽 걸'들도 힙합으로 몰려갔다"며 "그러나 이번 공연은 우리 얼굴이 아닌 음악의 진정성을 알리겠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들은 1990년대 메탈에 열광한 세대와 발맞추지 못했다는 '역할론'에 대한 자기반성도 했다.

"과거 우리 음반을 사고 우리와 추억을 공유했던 지금의 30-40대가 소녀시대, 카라, 티아라를 좋아해요. 우리 사회가 멋있는 중년을 만들지 않지만 그들 탓으로 돌릴 수 없죠. 자기 세대 문화를 찾도록 하는 건 우리 힘이니 책임감을 느껴요. 중장년 음악 팬을 끌어낸 '세시봉' 선배들을 보며 자극이 됐고 희망도 갖게 됐어요."(김재만)

디아블로의 추명교도 "메탈 음악계에도 거품이 있다"며 "좋은 연주를 보여주는 밴드가 있는 반면 '페이크(fake)' 음악을 하며 이슈몰이에 급급한 밴드도 있다. 이들을 거르기 위해선 선배 밴드들이 음악 내공을 보여줘 후배들에게 귀감이 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더불어 이들은 지금 음악 시장에 대한 아쉬움도 털어놓았다.

주상균은 "걸그룹도 엄격한 연습량을 이겨냈다는 점에서 존경하지만 소수에 의해 음악인이 길러지는 시스템에 대해선 비판적이다"며 "또 음악을 알리려면 방송을 통해야 하는 현실도 아쉽다. 가요 순위 프로그램은 존재하면서 음악 전문 프로그램이 사라지는 것도 안타깝다"고 지적했다.

이런 현실에서 이들은 합동 공연이란 작은 움직임이 큰 지각변동을 가져올 것이란 욕심은 부리지 않는다고 했다.

주상균은 "처음 뭉쳐 얘기한 게 욕심부리지 말자였다"며 "당장 뭘 한다고 바꿔지길 기대하는 게 아니라 우린 성실하게 대중이 원하는 걸 지속적으로 보여줘야 한다. 욕심부리면 이 공연은 몇 회 못한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이들은 희망을 버리진 않았다.

주상균은 "정치인들은 민심이 무섭다고 한다"며 "우리도 대중을 탓한 적이 있지만 난 대중이 정확했다고 본다. 우리는 음악으로 소통하고 계속 도전할 수밖에 없다. 그러면 대중은 제대로 판단해줄 것이라고 믿는다. 연령에 상관없이 음악으로 친구가 되려면 잘해야 한다. 산타나가 젊은층의 지지를 얻는 것도 잘하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이들에게 평생 놓지 못한 메탈의 매력을 물었다.

블랙신드롬의 박영길은 "땀흘려 만든 음악을 직접 연주하는 것"이라고, 이현석은 "메탈은 대중에게 험하게 인식돼 있지만 다양한 음악으로 표현되는 에너지가 있다"고 했다.

이어 추명교는 "언젠가 나훈아 선배님과의 공연 때 큰 가르침을 배웠다"며 "선배님은 '음악은 어떤 장르가 됐든 하나다. 구분두지 말라'고 하셨는데 새겨들었다. 이번 합동 공연에서도 크로스오버적인 걸 많이 시도할 것이다"고 말했다.

네 밴드는 모두 신보를 준비하고 있다. 디아블로는 오는 7월 선배 밴드들의 노래를 재해석해 리메이크한 음반, 블랙홀은 연내 라이브 음반을 낼 예정이며, 블랙신드롬은 최근 한 옴니버스 음반에 참여했다.

mim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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