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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의 취향] 이런 빈티지 룩 보셨수?
김용언 2011-05-20

“그런 옷은 대체 어디서 사니?” 이런 질문 참 많이 받는다. 하지만 죄송스럽게도 구입 장소를 명시할 순 없다. 내 옷들의 대부분은 빈티지 제품이기 때문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가격이 상상할 수 없을 만큼 저렴하고, 간만에 빼입고 젊음의 거리에 놀러갔을 때 똑같은 옷을 입은 사람을 마주칠 일이 없기 때문이다(가끔 유니클로 티셔츠를 입고 나갈 때 그런 경우가 허다하다).

빈티지 구입 요령은 생각보다 간단하다. 광장시장이나 홍대의 유명 빈티지 옷가게에 직접 가서 심혈을 기울여 고를 수도 있지만, 생각보다 시간이 많이 걸린다. 대부분 가게들은 옷을 대량으로 쌓아놓고 팔기 때문에, 매의 눈매와 진정한 센스가 없다면 맘에 드는 옷을 고르기가 쉽지 않다. 먼지만 뒤집어쓰고 나오기 일쑤다. 그래서 내가 애용하는 건 인터넷 빈티지 의류 사이트다.

여기서 장소를 명시할 수 없는 진짜 이유를 고백해야겠다. 빈티지 옷은 그 특성상, 단 한벌밖에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니까 어떤 옷을 발견하고서, 누구보다 빠르게 머릿속에서 남들과는 다르게 그 옷을 입은 나의 모습을 상상해보고 구매 버튼을 바로 클릭하느냐에 따라 그 옷을 입을 수 있느냐 없느냐가 결정된다. 나의 단골 사이트를 공개하면 그만큼 경쟁률이 치열해지기 때문에 절대 공개하지 않겠다. 하하핫.

가장 중요한 것은 신체 사이즈를 정확히 아는 것, 그리고 나에게 이 옷이 어울리는가의 여부를 확실히 아는 것이다. 내가 절대로 사지 않는 종류는 소녀 스타일, 혹은 지나치게 깜찍한 스타일이다. 나이가 서른을 넘어가면서부터 이젠 ‘귀여운 옷’이 어울리지 않는다는 걸 인정해야 했기 때문이다. 옷은 대부분, 어느 정도 신체 사이즈로부터 여유가 있는 곳을 고르는 편이 안전하다. 어정쩡하게 크다면 수선집에서 줄이면 되지만, 내 몸보다 작은 옷은 어떻게 할 수가 없다. 주로 일본 빈티지를 많이 사는 편인데, 고급스런 천으로 개인이 직접 맞춘 옷들이 꽤 많고, 한국에선 결코 찾을 수 없는 괴상하지만 멋진 일러스트가 그려진 티셔츠나 희한한 재단의 디자이너 옷들도 파격가로 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일본 남성 옷조차 워낙 사이즈가 작기 때문에 여성이 입어도 별 문제가 없다. 남성 옷 100사이즈 미만으로 사면 걱정없다. 싸니까, 예쁘니까 옷을 너무 많이 사게 되는 게 유일한(그리고 치명적인) 단점이라는….

가끔 옷장이 터져나가기 일보 직전, 사놓고 거의 안 입은 옷들을 몇 가지 골라 홍대쪽 벼룩시장에도 내놓을 때가 있다. 뭔가 나와 취향이 비슷한 사람이 한 사람쯤은 있겠지 하고 기대해보지만 내 옷은… 아무도 안 산다는 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