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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웃어라 동해야' 작가 문은아
2011-05-15

(서울=연합뉴스) 윤고은 기자 = "우리 사회에서 일종의 마이너리그에 속하는 안나와 동해 모자가 건강함을 발산하면서 자신들에게 상처를 준 사람들을 이해하고 용서하며 진정한 가족을 찾는 여정을 그리고 싶었습니다."

'국민 드라마' KBS 일일극 '웃어라 동해야'를 끝낸 문은아 작가의 목소리는 차분했다.

높은 시청률만큼 '막장 드라마'라는 비난도 거셌기에 드라마 종영에 대한 소회가 남다를 듯하지만, 수화기 너머 들려오는 그의 음성에서는 웬만한 일에는 동요하지 않을 듯한 조용한 힘이 느껴졌다. 그는 모든 표현에 조심스러워하며 겸손했지만 물러서지도 않았다. 그런 힘이 바탕에 있었기에 지난 8개월간 흔들림없이 버틸 수 있었으리라.

시청률 가뭄 시대에 40%라는 꿈의 숫자를 넘나들며 수많은 시청자를 매일 저녁 TV 앞에 불러모았던 '웃어라 동해야'가 지난 13일 8개월의 여정을 끝냈다. 새와(박정아 분)라는 인물의 온갖 악행과 꼬일 대로 꼬인 관계 등으로 '막장 드라마'라는 비난에도 직면했지만 '웃어라 동해야'는 긴 길을 돌아 모두가 용서와 화해를 통해 새롭게 거듭나는 모습으로 마무리됐다.

미국으로 입양된 정신지체 미혼모 안나에게서 태어난 청년 동해가 아버지를 찾으려고 엄마와 함께 한국으로 돌아와 요리사로 일하며 진정한 가족을 만들어가는 여정은 시청자들을 단단하게 사로잡았다.

2008년 방송돼 역시 대히트한 전작인 KBS 일일극 '너는 내 운명'에 이어 또다시 시청률 40%의 위업을 달성하며 일일극 신화를 만들어낸 문은아 작가의 육성을 전한다. 그는 13일 '웃어라 동해야'의 마지막 방송 직전 1시간가량 전화인터뷰에 응했으며 사진촬영은 사양했다.

--먼저 긴 여정을 끝낸 소감이 궁금하다.

▲매번 그렇지만 계속 대본을 써야 할 것 같은 느낌이 든다. 허무하고 만감이 교차한다. 지난주에 마지막 대본을 넘겼는데 야외 결혼식으로 그렸던 동해-봉이의 결혼식 촬영 날 비가 온다고 해서 이번 주 초 실내 결혼식으로 수정한 게 마지막 작업이었다.

--전작에 이어 시청률이 30-40%를 넘는 고공행진을 했다.

▲우선은 고맙다. 모든 이에게 고맙다. 사실 난 시청률을 잘 체감하지 못한다. 드라마 방영 한 달 전부터 작업실에 틀어박혀 바깥출입을 안 하기 때문에 사람들을 만나지 못한다. 지난 7-8개월간 신발을 신은 날이 며칠 안 된다. 그저 시청률 표 보고 '어 높구나', '민폐 수준은 아니구나' 할 뿐, 매일 글을 써서 넘기느라 여념이 없다. 언제나 그렇지만 높은 시청률에는 운도 좀 따른다. 연기자 복도 있었다. 고마운 배우들이 많다.

--높은 시청률만큼 막장 논란도 거셌다.

▲난 인터넷 게시판을 보지 않는다. 나 역시 인간인지라 비난을 보면 속상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다만 시청자의 반응을 보며 고민해야 하는 부분도 있기 때문에 보조작가들이 반응을 체크해 필요한 부분을 회의 때 이야기하면 같이 논의한다. 드라마가 나 혼자 하는 작업은 아니니 다른 사람들이 어떤 생각을 하는지는 알아야 하는데, 보는 사람이 많아질수록 의견도 다양해지기 마련이니 비난에 대해서도 어느 정도 예상은 했다. 온 가족이 볼 수 있는 시간대에 방송되니 이런저런 잣대가 많을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막장 드라마라고 하는데 우리 작가들도, 또 KBS도 스스로 심의를 많이 한다. 충분히 고민을 하지만 불특정다수를 대상으로 150회 이상 드라마를 끌고 가려면 여러 반응에 직면할 수밖에 없는 것 같다.

작가로서 늘 두 가지를 안고 간다. 첫째는 책임감이고 두 번째는 시청자가 궁금하게끔, 기다리게끔 하자는 것이다. 드라마의 미덕 중 하나는 재미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나부터 재미있어하는 내용을 쓰려고 한다. 내가 흥미가 생겨야 시청자도 흥미롭게 볼 것이라 생각하고 쓴다. 그래서 초심을 잃지 않고 계속 밀고 갔다.

--새와는 악녀인가. 새와를 그릴 때 어떤 마음이었나.

▲시청자가 안나와 동해를 응원하게 하려면 여러 요소가 필요했는데 새와의 악행은 그 중 하나였던 것이다. 하지만 난 새와를 악녀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욕망이 강하고 이기적인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정서적으로 결핍되고 자존심이 강하기 때문에 늘 자기 입장에서만 생각하고 내 것을 잃지 않으려는 인물이다. 개인적으로 새와가 불쌍하다. 이뤄지지 않을 욕망을 꿈꾸기 때문이다. 뭘 해도 들통이 나서 전전긍긍하니 편한 삶이 아니다. 박정아 씨가 잘해줬다.

--새와의 이혼 후 임신과 김국장(강석우)의 병은 다분히 상투적인 설정이었다.

▲새와의 임신은 일부러 이혼 후 밝혀지게 설정했다. 안나처럼 미혼모가 될 처지에 놓인 그가 안나와 동해의 입장에서 한번 생각해보게 하고 싶었다. 김국장의 병은 한두 달 고민한 사안이다. 김국장은 나쁜 사람이 아니다. 바르고 따뜻한 사람이지만 이 모든 사건의 원인 제공자라는 원죄가 있다. 시청자 반응을 살피니 벌까지는 아니지만 김국장이 그 비슷한 것을 받기를 바라는 의견이 절반 정도 되더라. 그리고 그가 배다른 두 아들인 동해(지창욱)와 도진(이장우)의 완전한 화해까지는 아니지만 둘을 연결하는 매개체는 돼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 벌에 버금가는 병을 안겨줬다.

--안나(도지원)가 정신지체 장애인이라는 설정이 이 드라마의 가장 큰 특징이다.

▲사실 초반에 안나의 설정 때문에 KBS 일부에서 반대 의견이 나왔다. 이전까지 드라마 주인공의 엄마가 지적장애인으로 설정된 적이 없고, 매일 저녁 보는 드라마에 지적장애인이 등장하면 혹시라도 시청자에게 불편한 감정을 줄까 봐 걱정하는 목소리였다. 하지만 안나의 설정을 바꾸면 난 안 하겠다고 했다. 안나와 동해 모자는 이 드라마가 다른 작품들과 차별되는 중요한 설정이다. 냉정히 말하면 그들은 우리 사회 마이너리그다. 외국으로 입양된 미혼모와 그 아들이 우여곡절 끝에 한국에서 행복하게 살아가는 이야기를 그리고 싶었다.

그래서 안나를 생각하면 시청률이 높았던 게 기분이 좋다. '거봐, 이 부분이 사람들의 응원을 받았잖아'라고 말하고 싶다. 도지원 씨가 대본보다 잘해줬다. 연구를 많이 하더라. 지적 장애인이 우리와 가까이 있고 대화를 할 수 있다는 것, 그들이 사물을 아름답게 바라보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 엄마가 지적 장애인이기에 아들 동해와 더 끈끈한 일체감을 표현할 수 있었다.

--주인공 동해가 신인이라 초반에 불안했을 것 같다.

▲일일극은 신인 발굴의 장도 되니 그런 점에서는 괘념치 않았다. 지창욱 씨는 감독님이 추천했는데 사실 잘생기고 선하게 생겨서 내 생각과는 좀 달랐다. 난 동해의 남자다움이 좀 더 부각되길 바랐다. 그런데 감독님이 시청자들의 응원을 받으려면 동해가 선하게 생겨야 한다고 해서 캐스팅했다.

--'너는 내 운명'에 이어 '대박'이다. 시청자의 마음을 잘 아는 것 같다.

▲감독님도 그런 질문을 하는데 시청자의 마음은 아무도 모른다. 그걸 어떻게 알 수 있겠나. 다만 내가 보고 싶어하는 거면 시청자도 보고 싶어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늘 '뭘 보고 싶어할까' 고민한다.

pretty@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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