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Skip to contents]
HOME > Magazine > 칼럼 > fashion+
[fashion+] 몸매가 꽝이면… 무용지물

<저스트 고 위드 잇>의 제니퍼 애니스톤을 보며 선배의 한 마디를 떠올리다

<저스트 고 위드 잇>을 선택한 이유는 단순했다. 쉬고 싶어서. 아니나 다를까, 애덤 샌들러식 로맨틱코미디답게 영화는 시작부터 경쾌하고 기분 좋게 흘러갔다. 단 한 가지, 제니퍼 애니스톤이 너무나 늙고 초라한 모습으로 등장한 것만 빼면.

내게는 옆집 언니나 다름없는 제니퍼 애니스톤이 팔자 주름이 고스란히 드러난 맨 얼굴로 스크린에 등장했을 때, 최근 왼쪽 눈 아래 생긴 주름 때문에 인생에 회의를 느끼고 있는 나는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 ‘아아…. 제니퍼 언니, 꼴이 그게 뭐유? 보톡스라도 좀 맞지!’ 한편으로는 안도의 한숨도 흘러나왔다. ‘나만 늙는 건 아니었어. 하느님, 땡큐!’

그러나 중반에 이르면 제니퍼도 영화도 내게서 등을 돌린다. 제니퍼 애니스톤은 세상 둘도 없는 멋쟁이로 변신하고(심지어 1700달러짜리 하이힐을 남자에게 선물 받는다!) ‘미스 남가주’ 못지않은 몸매를 뽐내며, 영화는 그런 그녀로 인해 나로 하여금 많은 것을 생각하게 만드는 영화로 돌변하는 것이다.

<저스트 고 위드 잇>은 흔하디흔한 사랑 이야기가 아니다. ‘여자의 변신’에 관해 이야기하는 영화다. 이혼 뒤, 두 아이를 키우며 조용히 살아가던 여자주인공(제니퍼 애니스톤)이 이러저러한 사정에 의해 변하는 모습을 통해 이 영화는 여자가 하루아침에 ‘짠~’ 하고 변하려면 무엇이 필요한지 친절히, 그리고 상세히 가르쳐준다. 좋은 구두를 신으라고, 킬힐의 불편함을 참고 견디라고, (헤어스타일을 파격적으로 바꾸는 대신) 머릿결을 가꾸는 데 시간과 돈을 투자하라고, 평상시에 입는 옷과 다르더라도 다른 이의 시선을 단번에 사로잡을 수 있는 옷에 과감히 도전하라고. 그와 동시에 엄하고 무섭게 채찍을 휘두른다. “운동해, 운동. 몸매가 꽝이면 1700달러짜리 하이힐이고 니트 원피스고 다 무용지물이야.”

영화에서 제니퍼 애니스톤이 처음으로 몸매를 드러낼 때, 애덤 샌들러는 감탄하고 감동하느라 바쁘던 그때, 나는 대학 시절 선배가 한 말이 떠올라 새하얘지고 말았다. 나름 ‘변신’이라는 걸 한답시고 난생처음 풀 메이크업을 하고 학교에 갔던 날 짓궂은 남자 선배가 한 말.

“얌마! 메이크업만 하면 다냐? 예뻐지고 싶으면 살을 빼야지. 여자애들은 꼭 쉽고 간편한 길을 택하려고 하더라.”

<저스트 고 위드 잇>의 주인공은 애 둘 키우고 직장 다니면서 일주일에 여섯번 스피닝 클래스에 참석한다는데 난 애는커녕 결혼도 못한 주제에 일년에 여섯번도 운동할 시간이 없으니 이게 대체 어떻게 된 일일까? 나도 ‘짠~’ 하고 변신해서 새 인생을 살고 싶은데 시간이 없으니 도리가 있나…. 아, 우울한데 구두나 한 켤레 사러 갈까? 그럼 마감은? 그런 건 나중에 걱정하지, 뭐.

관련영화

관련인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