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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우진의 귀를 기울이면] 10년 전 나를 보듯

<고양이를 부탁해>

인천에 오래 살았다. 역곡역 즈음에선 종로 코아아트홀에서 영화 보고 대학로까지 걸어갈까 고민하기도 했다. 스프링노트에 일기인지 뭔지를 쓰던 때, 종로3가 서울레코드, 세일음향과 대학로 SKC에서 CD를 ‘구경’만 하던 때, 차창 밖 풍경은 황량하고 이상했고 하루의 클라이맥스는 한강을 건널 때나 찾아왔다.

그래서인지 내게 <고양이를 부탁해>는 로드무비였다. 소녀들은 전철에 실려 동인천에서 동대문까지 흘러가고, 친구와 문자를 주고받고, 멍한 채 창밖을 내다본다. 그때 별의 음악이 흐른다. 시와 퍼포먼스와 디자인과 음악을 동시적으로 창작하던 이들은 막 21세기가 된 한국에서 상당히 이국적이고 세련되고 쿨한 모임, 인디와 예술과 대중성의 모호한 틈에 ‘무심한 듯 시크하게’ 위치한 집단이었다. 신촌과 홍대에서만 팔던 그 CD를 사려고 매번 전철을 탔다. 건조하지만 따뜻하고 명랑하면서도 쓸쓸한 전자음, 그 모순은 갓 스무살 아이들의 심경이기도, 대책없는 복학생의 심정이기도 했다. 그로부터 10년, 소녀들은 서른이 되었(을 테)고 복학생은 서른이 훌쩍 넘었고 별은 곧 미국에서 앨범을 발표한다. 아마도 공식적인 1집이 되리라는 그 앨범은 7월 이후 한국에도 공개된다. 1호선 전철 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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