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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ine talk] 만화 초반 기차장면이 영화 라스트에 나오니 재밌다

<프리스트> 원작자, 만화가 형민우

만화든 소설이든 원작은 영화화가 되면 다시 한번 수면에 급부상하며 어떤 종류든 논란을 피할 수 없는 운명이다. 형민우 작가의 만화를 스크린으로 옮긴 <프리스트> 역시 개봉을 앞두고 원작의 열혈 팬들로부터 뜨거운 찬반양론을 끌어내고 있다. 현재 만화 <프리스트>는 16권 이후 연재가 중단된 상태다. 형민우 작가는 곧 연재를 재개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새삼스럽지만 만화를 업으로 삼게 된 이유가 궁금하다. =만화를 업으로 결심한 건 스무살이 넘어서다. 잡스런 취미가 되게 많았는데, 다른 취미들은 계속 바뀌어도 만화는 항상 가더라. 반찬이 달라지더라도 밥은 늘 있는 것처럼. 이십대 초반 내가 제일 잘하는 게 뭘까 하며 정체성을 찾는 과정에서 막연하게 손에 놓지 않았던 만화를 시작했다. 다행히도 운이 내 인생의 절반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웃음) 이십대 초반 공모작으로 덜컥 당선이 됐고 덜컥 연재를 시작했다.

-<프리스트>는 어떻게 시작하게 됐나. =그 전작들을 좀 무리하게 진행했었다. 하고 싶었지만 능력이 충분히 쌓이지 않은 상태에서 덤비니까 작가 본연의 기호를 살리는 데 어느 정도 실패했다. <프리스트>를 시작할 땐 그런 과오를 범하지 말자는 각오로, 내가 좋아하는 것만 쏟아부었다.

-좀비와 웨스턴과 판타지의 이종결합이라는 소재가 당시 대단히 파격적이었을 것 같다. =어떻게 보면 흔한 얘기고 흔한 장르인데 그게 섞이면서 좀 독특해 보였던 것 같다. 하지만 소재보단 그림체에 더 주목하는 목소리들이 있었고, 대부분의 독자는 그냥 장르물로 편하게 받아들이더라.

-연재 시작이 1999년이었던 걸 생각해보면 그림체 역시 상당히 낯설게 받아들여졌을 것 같은데. =어디서 만화를 배운 적이 없었고, 어차피 모르니까 용감했다. 이건 된다 안된다는 가르침이 없었기 때문에 하고 싶으면 된다고 생각해서 형식에 구애받지 않은 채 눈치 안 보고 막 던졌다. 그게 플러스가 된 거다.

-전세계 33개국에서 번역되어 100만부 이상 팔렸다. 해외 팬들의 반응은 한국 팬들이 좋아하는 지점과 많이 다른가. =나도 놀란 게 한국 팬과 해외 팬의 관점이 거의 비슷하다. 극적인 대사와 비극에서 풍기는 아우라 같은 걸 다들 좋아하더라.

-할리우드와 계약을 맺은 뒤 8년 만에 마침내 영화화됐다. 영화 <프리스트>를 본 소감은 어떤가. =그 질문을 천번도 더 받았다. (웃음) 아무래도 질문자 입장에선, 작가가 좀더 냉철하고 객관적으로 영화를 보며 공격적인 평을 해줄 수 있지 않을까라는 기대 심리가 있는 것 같다.

-부인할 수 없다. (웃음) =나로서는 객관적일 수가 없다. 내 만화로 할리우드에 진출했다는 게 영광 수준이 아니라 꿈같은 이야기다. 비판을 하기가 힘들다.

-할리우드 관계자들이 만화 <프리스트>의 동양적 감수성에 주목했다고 들었다. =한국권 드라마의 정서라고 해야 할까. 아주 디테일하고 복잡하게 감성을 묘사하는 것을 신선하게 받아들인 것 같다.

-영화에선 주인공 프리스트를 폴 베타니가 연기했다. =만화 속의 이반 비주얼과 폴 베타니는 꽤 잘 어울린다. 그런데 캐릭터를 소화하는 연기에서는 아주 달랐다.

-혹시 원작 속의 이 부분만큼은 살렸으면 한 장면이 있나. =<프리스트>를 그릴 땐 굉장히 평면적이고 이차적인 느낌을 강조했다. 그걸 영화에서 구현하는 건 글쎄, 프랭크 밀러의 <씬 시티> 같은 경우가 아니라면 힘들지 않을까. 감독이 아예 작가에게 바치는 헌정영화처럼 만들 게 아니라면 원작과 비슷하든 다르든 큰 의미가 없다고 생각한다. 난 아예 계약 당시부터 쿨한 척하면서 다 잊어버리고 있었다. (웃음)

-원작과 달라지는 부분에 대해 제작진과 논의를 했는가. =아니다. 내가 들은 바에 따르면 웨스턴물이 흥행 코드와 정면으로 대체되는 설정이라 그걸 없애달라는 얘기가 있었다고 하더라. 그외에는 8년 동안 시나리오를 수정하면서 애초의 컨셉 중 하나로 결정되는 나름의 과정이 있었겠지. 만화 초반의 기차장면이 영화 라스트신으로 나오는 건 좀 재밌었다. 출판사쪽에서 이런 코드가 잘 먹힐 거라고 얘기했었는데 정말 그런가보다 싶기도 하고.

-현재 작업 중인 작품은. =비룡소 출판사와 함께 이문열 작가의 <초한지>를 만화화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어른과 어린이 누구나 볼 수 있는, 만화의 원리에 충실한 만화가 되게끔 그려보려고 했다. 현재 2권까지 나왔고 총 10권을 출간할 예정이다. 올해 안에 2권을 더 내야 체면이 설 텐데….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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