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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범수 "'나가수' 매번 기권 꿈꿨다">
2011-06-20

(서울=연합뉴스) 이은정 기자 = '얼굴 없는 가수'로 데뷔한 김범수(32)는 요즘 '비주얼 킴'으로 불린다.

진지하게 발라드만 부르던 그가 MBC TV '나는 가수다'(이하 '나가수')에서 경연 때마다 파격적인 의상 스타일과 새로운 무대 연출로 변화를 시도하면서 붙은 별명이다.

최근 7집 '솔리스타(SOLISTA)'의 파트2 음반 '끝사랑'을 발표한 김범수를 광화문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그는 "방송 시작 때는 '나가수'의 파장이 이렇게 클 줄 몰랐다"면서 "나를 깨는 도전이었기에 다른 가수에 비해 엄청난 터닝 포인트가 됐다. 이제 무대에 임하는 자세, 자신감이 예전과 다르다. 교복입은 팬들을 보고 '나에게도 이런 날이 오는구나'란 생각이 들더라"며 웃었다.

그러나 그는 "'나가수' 무대의 긴장감은 극단적으로 표현하면 영화를 보며 '나치 포로수용소에서 포로들이 가스실에 호출받아 가는 느낌은 어떨까'란 생각을 했을 때의 느낌이다. 매 무대마다 기권을 꿈꿨다"고 심적 압박감을 털어놓았다.

다음은 김범수와 일문일답.

--'나가수'의 반향을 느끼나.

▲이 프로그램의 파급 효과가 이렇게 클 줄 몰랐다. 갈수록 말도, 탈도 많고 때론 감당하기 어려운 반응도 많았다. 그로 인해 순영향, 악영향도 생겨났다.

--순영향과 악영향이란.

▲나처럼 노출 기회가 없어 음반이 나온 지조차 모를 가수들이 재검증 받는 건 좋은 영향이다.

또 출연 가수들이 서로의 무대를 통해 배우는 '스폰지 효과'도 있다. 김건모 형이 피아노 치며 노래하는 걸 보고 난 지금 피아노를 배우고 있고 윤도현 형의 무대에 자극받아 '님과 함께'를 버라이어티하게 꾸몄다. 김건모 형은 날 보며 술, 담배를 줄였다더라. 윤도현 형이 '나가수'는 '가수 개화 프로그램'이라더라. 하하.

그러나 순위 경쟁이 과열되며 음악보다 상대를 놓고 경쟁하는 모양새가 된 건 나쁜 영향이다. 가수를 테크닉으로만 평가할 수 없는데 화려하고 독하고 자극적인 무대가 대중에게 좋은 음악으로 여겨질까봐 걱정된다.

--요즘은 누구나 알아보지만 1999년 '얼굴 없는 가수'로 데뷔해 그간 아픔도 있었을텐데.

▲장난스럽게 말하면 난 연예인 3개월 차나 다름없다. 그간 반쪽짜리 활동을 했다. 가수였던 건 확실한데 공인, 연예인이라고 말하기도 애매했다. 스스로 TV 출연을 자제한 점도 있지만 내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만 날 인지했다. 그래서 '나가수' 무대에 오를 때마다 사람들이 조명해주는 게 좋다.

--이제 외모에 자신감이 좀 붙었나.

▲난 똑같이 생겼는데 보는 분들이 익숙하고 예쁘게 봐 주니 신기하다. 한 사진 작가님이 '사랑을 받는 사람은 같은 사진을 찍어도 다르게 나온다'더라. 예전엔 나를 가리려 했는데 이번엔 데뷔 13년 차에 처음으로 뮤직비디오에도 출연했다.

사실 가수가 되기 전엔 외모 콤플렉스가 없었다. 가수가 된 후 위축됐고 날 감추며 살아왔다. 데뷔 때 같은 소속사 R.ef 이성욱 형과 비교당하며 못생겼단 말을 들어 어린 시절엔 상처였다. 일반 회사원이라면 못 생겼다고 승진에서 누락되진 않을테지만 외모로 판단되는 세상에 들어와 열등감에 빠진 것이다. 그래서 '나가수' 출연은 내게 도전이었다. 다른 가수는 새로운 패턴의 프로그램에 대한 도전이었다면 난 나 자신을 깨는 것이었다.

--미션곡의 무대 연출은 본인 아이디어인가.

▲'나가수' 무대는 내가 연출해 행복했다. 내가 무대 밑그림을 그릴 때마다 스태프는 '심한 것 아니냐'고 걱정했는데 난 '하고 싶은 것 보여주고 당당하게 전사하자'는 마음이었다. 다행히 변화에 대한 평이 좋았다. 그간 콘서트가 아니면 내 속에 내재된 모습을 못 보여줬는데 이번에 좀 보여준 것 같다. 만약 '님과 함께'를 다른 음악 프로그램에서 했다면 '제가 막장까지 갔구나'라고 했을 것이다. '나가수'의 특성상 새로운 변화와 시도가 허용되는 무대였고 난 꿈꾸던 걸 표현했다.

--'늪'을 부를 때 고(故) 앙드레김 의상은 파격적이던데.

▲앙드레 김 선생님은 생전에 날 런웨이에 세우신 적도, 옷을 해주신 적도 없다. 하하. 하지만 선생님은 내 공연 티켓을 구입해 늘 맨 앞자리에서 보셨다. 난 음반이 나오면 선생님 숍에 가서 드리곤 했다. 살아계셨다면 선생님이 기뻐하셨을 테고 무대가 더 빛났을 것이다.

--다른 가수와 달리 미션곡의 편곡을 줄곧 돈 스파이크에게 맡겼는데.

▲편곡자가 필요하단 말에 데뷔 때부터 알아온 돈 스파이크 형을 찾아갔다. 형은 실력이 대단한데 검증을 못 받은 작곡가다. 다른 가수는 장르에 따라 편곡자를 바꿨지만 나와 형은 팀워크로 갔다. 한 편곡자여서 나의 히스토리를 아니까 장르 다변화가 오히려 쉬웠다. '그대 모습은 장미'는 펑키, '제발'은 발라드, '그대의 향기'는 알앤비, '늪'은 건스앤로지즈 식의 헤비메탈 발라드, '네버 엔딩 스토리'는 발라드, '님과 함께'는 솔로 바꿔 불렀다. 내가 하고 싶은 장르가 알앤비, 솔이어서 한번씩은 다 해봤다. 기회가 주어지면 힘을 뺀 잔잔한 스타일인 보사노바와 재즈, 클래식을 접목한 크로스오버 장르를 해보고 싶다.

--미션곡이 없다면 꼭 불러보고 싶은 곡은.

▲조용필 선배님의 '그 겨울의 찻집'과 '여행을 떠나요'를 불러보고 싶다.

--가수들의 긴장감이 대단하던데 '나가수' 무대에 설 때 어떤 느낌인가.

▲극단적으로 표현하면, 영화를 보며 '나치 포로수용소에서 포로들이 가스실에 호출받아 가는 느낌은 어떨까'란 생각을 했을 때의 느낌이다. 무대 뒤에 서면 '피할 수만 있다면'이란 생각이 들어 매 무대마다 기권을 꿈꿨다. 회가 거듭돼 프로그램에 대한 관심이 커질수록 부담은 더 컸다. 지금 원년 멤버는 나와 박정현 누나, 윤도현 형이 남았는데 노래하는 장소는 익숙해졌는데 무대에 대한 부담이 어깨의 짐으로 쌓인다.

--출연 가수 간의 경쟁에 대한 압박도 크지 않나.

▲가수들 모두 같은 마음일 텐데, 난 이제 나와의 싸움인 것 같다. 열심히 노력해 무대를 꾸몄을 때 '저 무대 별로다'는 얘기를 들을까 봐, 변화가 수용되지 않을까봐, 음악적인 자존심이 깨질까봐 두렵다.

--'나가수'는 김건모 자진하차, JK김동욱 재녹화 등 여러 논란이 있었다. 이런 논란은 왜 불거진다고 여기나.

▲'태풍의 눈'이 고요하듯이 초반에 출연 가수들은 '아무 일도 아닌데 왜 밖에서 난리일까'라고 생각했다. 이유는 관심이더라. '나가수'를 시사 프로그램과 '9시 뉴스'에서 다루는 걸 보고 더 이상 예능으로 국한될 수 없다고 생각했다. 예능과 다큐를 떠나 국민 관심 속에 있는 방송인 것이다. 이제 우린 그러한 파장에도 익숙해지고 있다.

--새 음반에선 '나가수' 무대의 파격적인 시도가 보이지 않는다. 전반적으로 어쿠스틱한 사운드가 주를 이루고 목소리의 힘도 뺐던데.

▲이 음반을 기획했을 때는 '나가수' 시작 전이었다. 파트.1 음반에서 박진영 씨 등과 새로운 시도를 했지만 반응이 적었기에 평소 내 음악 스타일로 돌아간 상태였다. 변화를 꾀하기엔 시간적으로 무리가 있어 다른 소리에 방해받지 않고 내 목소리와 가사를 전달하는데 주안점을 뒀다. 하지만 '나가수'를 통해 내 영역 안에서 변화를 꾀할 자신감이 생겼다.

--타이틀곡 '끝사랑'과 '기억을 걷다' 등 수록곡 가사들이 꽤 슬프던데.

▲'끝사랑' 가사는 첫사랑이었기에 끝사랑인 양 아파한다는 내용이다. 지금 내가 겪고 있는 아픔과 같아 울면서 노래했다. 몇년 전, 10년 만난 첫사랑 여자 친구에게 내가 헤어지자고 해놓고 더 힘들어했다. 몇개월 전 그 친구의 결혼 소식을 들어 내 감정에 취해 노래했다.

박선주 씨가 작곡한 '기억을 걷다'도 정말 내 얘기더라. 박선주 씨가 '이제 네가 노래를 하는구나'라고 얘기하더라. 난 '목소리는 좋은데 노래에 삶이 투영되지 않는 게 핸디캡'이란 말을 많이 들었다. 그걸 뛰어넘었다는 게 아니라 그걸 알아가는 중이다. 노래가 내 것이 된다는 걸 처음 느꼈다.

--이승철 등 많은 선배 가수들이 노래 잘하는 후배로 김범수를 첫손에 꼽는데.

▲지금껏 난 노래를 기술처럼 했다. 선배님들은 내가 기초가 있으니 대중의 마음도 움직이는 가수가 될 것이란 가능성을 봐주신 것 같다. 임재범 선배님을 보며 노래에 사람의 인생이 투영되는 게 얼마나 중요한 지 알았다. 때론 임재범 선배님의 목이 상해있었지만 노래에 뿜어낸 한은 그대로 대중의 마음에 박혔다. 앞으로 내 삶의 희로애락을 노래에 투영시키고 싶다. 대중의 마음속 깊은 곳을 건드리는 가수가 될 것이다.

--음반 발매 기념 공연도 계획 중인가.

▲8월 중순부터 11월까지 전국투어를 한 뒤 12월에는 연말 공연을 계획 중이다. '깨방정'을 떨 순 없지만 대중이 기대하는 걸 충족시켜주고 싶다. 나의 원래 모습만 보여주기보다 화려하고 버라이어티한 무대를 보여줄 것이다.

mim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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