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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델리] 반값 티켓으로 윈윈게임을

상업영화 찍던 노장 감독, 저예산영화의 생존방식 고민하다

<러브 익스프레스>

지난 35년간 <파르데스> <탈> <비욘드 러브> 등 스타급 배우들이 총출동하거나 막대한 자본이 투입된 영화를 만드는 것으로 유명했던 수바쉬 가이 감독이 그간의 행보와는 전혀 다른 향후 계획을 밝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올해 예순여섯살의 노장 감독은 대기업들의 진출로 인도 영화계가 많은 변화를 겪었으며 특히 스타급 배우들의 출연료와 제작비가 천정부지로 치솟으면서 제작자들이 손실을 보는 구조로 바뀌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수바쉬 가이 감독은 자신이 직접 운영하는 영화학교인 휘슬링 우즈 인터내셔널(이하 WWI)과 영화배급사 묵타 시네마를 통해 신인 영화인들과 저예산영화들을 활성화하는 데 전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수바쉬 가이의 첫 시도는 6월10일과 17일에 개봉한 두편의 영화 <러브 익스프레스>와 <사이클 킥>에서 나타났다. WWI 학생들이 만든 이 저예산영화는 묵타 시네마가 관리 중인 160개 스크린에서 기존 복합상영관 티켓의 반값에 관객을 맞이했다. 수바쉬 가이 감독은 “저예산영화의 티켓 가격이 막대한 예산을 들인 영화의 티켓 가격과 같다면 오히려 관객을 모으는 데 방해가 된다”며 저예산영화 티켓 가격을 조정하는 일에 대해서 생각해봐야 한다고 제안했다. 90년대 이후 도시화의 급속한 진행과 중산층의 증가로 복합상영관 시설 역시 다변화하고 있지만 인도에서 복합상영관 티켓 가격은 젊은이들에게는 여전히 높은 문턱이다. 저예산영화 두편을 일반영화 한편 가격으로 상영한다거나 (저예산영화의) 티켓 가격을 현재보다 낮추는 방법을 강구한다면 신인감독, 극장주, 관객 모두에게 이익이 되는 윈윈게임이 될 수 있다는 게 수바쉬 가이 감독의 생각이다. 실제 묵타 시네마는 향후 3년간 130억원을 들여 인도 중소도시의 극장주들과 연계해 저예산영화의 배급률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인도에는 1050개의 스크린이 있으며 이중 268개는 인도 재계 6위인 아닐 디루바이 암바니 그룹 소유의 빅 시네마가, 140개는 멀티플렉스 체인 PVR이 소유하고 있다. 인도상공회의소와 KPMG가 공동 발간한 2010년 보고서에 따르면 2013년까지 인도의 복합상영관 스크린 수는 1600개를 넘길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연평균 35억장의 영화 티켓이 팔리는 인도에서 멀티플렉스 업체들의 공격적 확장은 어쩌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이러한 상황에서, 수바쉬 가이 감독의 발언을 통해 작은 영화의 생존방식을 고민하는 사람들과 작은 영화를 위한 공간 마련에 관심을 두는 사람들이 더욱 늘어나길 기대한다.

인재 발굴에 매진하고파

수바쉬 가이 감독

-요즘 인도 영화산업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나. =좋은 영화의 기준이 소재나 시나리오가 아니라 스타급 배우의 출연이 된 것 같다. 영화인들끼리 만나도 어떤 이야기의 영화냐고 묻기보다는 누가 출연하느냐를 먼저 묻는 것이 현실이다. 이러한 상황이 인도 영화계 전반에 불균형을 초래했고 마치 롤러코스터를 탄 형국이 돼가는 것 같다.

-저예산영화에 주목하는 이유는. =저예산영화들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앞서 말했지만 영화가 좋은 이야기보다 스타와 거대 예산으로만 연결되는 상황에서 좋은 이야기를 기반으로 한 저예산영화의 존재 이유는 더욱 크다고 본다. 관객도 거대한 예산이 들어간 발리우드 마살라 영화에만 환호하던 시절은 지나갔다고 생각한다.

-직접 연출한 다음 작품은 언제 볼 수 있나. =현재는 새로운 인재들을 발굴하고 장을 만들어주는 일이 훨씬 즐겁다. 신인들과 작업하면 제작기간이나 제작비 문제에서 훨씬 자유로워지는 것이 사실이다. 한동안 재능있는 친구들을 발굴해 이끌어주는 일에 매진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