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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 추억을 파는 기묘한 서커스
심은하 2011-07-07

서커스 <레인>

서커스 <레인> / 7월10일까지/ LG아트센터 / 02-2005-0114

올봄을 달군 ‘태양의 서커스’의 열기를 또 다른 서커스단 ‘서크 엘루아즈’가 시원하게 적시고 있다. <바레카이>의 뒤를 이어 <레인>이 상륙한 것.

<레인>은 <바레카이>와 같은 진일보한 아트서커스다. 하나 다르다. <바레카이>가 판타지 블록버스터라면 <레인>은 한편의 인생드라마다. 그만큼 <레인>은 현실적이다. 그리고 추억의 앨범을 들춰보듯 아련하다. 이 느낌은 무대에서부터 시작된다. <레인>의 무대는 서커스 전문 공연장인 천막이 아닌 극장이다. 신비로운 생명체도 등장하지 않고, 신화 속 전설도 없다. 그냥 서커스 리허설 중인 한 극장을 배경으로 그곳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들을 사진처럼 펼쳐 보인다.

서커스 <레인>은 한 배우가 자신의 이야기를 관객에게 들려주는 것처럼 시작한다. “첫 폭풍우가 치던 날 골목길에서 놀아도 된다는 허락을 받았습니다. 옷을 차려입고 빗속에서 놀았어요. 신발까지 신고 있었지요. 이것이 자유에 대한 나의 기억 의 전부입니다. 아주 아름다운 자유… 빗속에서 놀아본 적 있나요?”

그리고 서커스단의 공연이 펼쳐진다. 노래를 부르고 저글링을 하고 텀블링을 하고 애크러배틱 묘기를 부리면, 때론 웃기고 때론 가슴이 철렁 내려앉으며 사람 애간장을 녹인다. 서커스 <레인>은 드라마를 바탕으로 곡예, 연기, 무용, 음악 등을 기술적 요소와 결합했다. 여기에 감성적 코드를 삽입한다. 피날레, 제목 그대로 10여분 동안 무대 위로 비가 내린다. 그 쏟아지는 빗속에서 배우들은 어린아이처럼 흥겹게 논다. 그 풍경이 노을이 진 저녁과 닮았다. 가물거리는 기억의 저편, 그리고 그 시절로 다시는 돌아갈 수 없다는 현실이 서글픔을 불러온다.

마지막에 배우는 고백한다. “앞으로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르기 때문에 우리는 항상 한 계절의 첫 번째 폭우를 기억해야 합니다. 우산을 펴지 마세요. 삶이 몸에 뿌려지게 내버려두세요. 행복은 비와 같습니다. 눈 깜짝할 사이에 내려와 떠나고 싶을 때 떠나버리지요. 하지만 그때의 기억은 절대로 사라지지 않습니다.” 그렇게 <레인>은 잊지 못할 추억을 심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