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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지석의 시네마나우] 다음 기적은 있을까?

대만영화의 위기와 기회… 신작 제작·흥행은 순조로우나 중국어권 국가로의 인력유출 심각

<몽가>

위기와 기회를 동시에 맞이한 대만영화계. 2011년 대만영화의 상황을 정리하면 이렇다. 먼저 기회. 올 상반기에 개봉한 영화 중 <계비영웅>(鷄排英雄)은 1억3천만위안을 벌어들임으로써 대만영화 역대 흥행 3위에 올랐다. <계비영웅>의 흥행은 대만이 자기만의 하세편(賀歲片) 방식을 정착할 가능성을 보여주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홍콩과 중국에서는 매년 구정에 개봉하여 흥행을 성공시키는 ‘하세편’이 있다. 주로 코미디영화에 호화캐스팅 등이 공식이다. 대만은 지난해 니우치엔저의 <몽가>가 설날에 개봉하여 역대 대만영화 흥행순위 2위에 해당하는 2억6천만위안의 수입을 기록한 바 있다.

7월과 8월에 개봉예정인 인터넷 소설작가 겸 감독인 기덴스(필명)의 <내 눈에 당신은 사과>, 린유시엔의 <점프 아신>, 리펑보의 <살인하지 않는 킬러> 등이 각 1억위안 이상의 흥행수입을 올릴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게다가 하반기에는 최고 기대작이 기다리고 있다. 웨이더솅의 <세디그 발레>로 9월에 상하편으로 나뉘어 개봉한다. 대만영화 역대 제작비인 7억위안을 들인 <세디그 발레>는 총 150개관을 개봉관으로 확보해둔 상태이다. 대만 현지에서 전망하는 총수입은 11억위안이다. 이는 대만영화 역대 최고 흥행작인 웨이더솅의 <하이자오 7번지>의 5억5천만위안의 두배에 달하는 금액이다. 제작비 3억5천만위안을 들인 차이유에의 <흑과 백>도 하반기 개봉을 기다리고 있다. 대만영화계가 예상하는 올해 대만영화 총흥행수입은 15억위안이다. 만약 이 예상이 들어맞는다면 이는 엄청난 성과다. 10년 전인 지난 2001년 대만영화 총 흥행수입은 불과 739만위안이었다. 10년 만에 흥행수입이 무려 203배나 뛴 것이다.

역대 최고였다는 2008년의 6억1천만위안과 비교해도 2배가 넘는다. 신인감독의 등장도 흥미롭다. 최근 몇년 사이에 해외 화교 출신 감독들이 데뷔하면서 이전에 대만영화에서 볼 수 없었던 새로운 스타일과 이야기의 작품들이 선을 보이고 있다. 미국 화교 출신의 아빈 첸(<오브아 타이베이>), 말레이시아 화교 호위딩(<피노이 선데이>)이 데뷔한다. 이 모든 성과들이 허우샤오시엔, 차이밍량, 장초치 등의 신작이 없는 올해 이루어지고 있다. 외부 투자도 점차 늘고 있다. 대만 최대 규모의 배급사인 캐치플레이는 9억위안의 캐치플레이 필름프로덕션펀드를 조성했고, 미디어재벌 양덩궤이는 폴리페이스 엔터테인먼트를 설립하여 향후 5년간 영화와 TV제작에 30억위안을 투자하기로 했다.

이처럼 활기 넘치는 대만영화계에 겉으로 잘 드러나지 않는 위기가 도사리고 있다. 대만영화계의 전문인력이 중국으로 빠져나가고 있는 것이다. 특히 후반작업, 마케팅 인력의 유출이 심하다. 신작 <섭은랑>을 준비 중인 허우샤오시엔 감독마저 우려를 표명할 정도다. 돈과 인프라를 갖추고 있지만 정작 인력풀이 모자라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국이 파격적인 조건을 내걸고 같은 언어권의 대만 인력을 빼가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그러한 인력들이 중국으로 건너간 뒤 중국의 실정에 맞게 단순 스탭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시나리오작가는 검열 때문에 쓸 수 있는 소재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고, 이는 결국 작가의 창의성을 제한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중국으로 건너가 일하다가 대만으로 돌아온 전문 인력들이 있지만 돌아온 뒤 대만영화계에 적응하기란 쉽지 않다. 중국 자본이 대만영화에 직접 투자하거나 아예 대만영화인에게 제작을 위임하는 경우도 있다. 대만의 제작자 예루펀과 감독 조리는 중국 자본의 요청으로 최근 신작 <다음 기적>을 만들었다. <다음 기적>은 중국의 저명 대중연설가 로키의 일대기를 그린 작품이다. 자본도 로키의 회사에서 나왔다. 문제는 이러한 인력유출 위기에 대처할 방법이 마땅치 않다는 것이다. 그래서 2011년 대만영화는 양날의 칼 위에 서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