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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성철의 가상인터뷰] 모두가 행복한 조류 공동체 꿈꿔요
주성철 2011-08-03

<마당을 나온 암탉> 잎싹

-안녕하세요. 여기가 바로 얼마 전 양계장을 탈출해 구사일생으로 살아남은 잎싹씨가 운영하신다는 잎싹네 치킨 맞나요? =네 그렇습니다만. 제가 바로 잎싹입니다. 그런데 가게 앞에는 24시간 CCTV가 돌아가니 주차는 가까운 유료주차장을 이용해주세요.

-아 네, 어쨌든 너무 반갑습니다. 일단 양념 반, 후라이드 반, 그리고 500 한잔 주세요. 여름에는 더우나 비가 오나 무조건 ‘치맥’이죠. =무는 셀프니까 마음껏 가져다 드세요. 그리고 저희 가게는 부위를 절대 속여팔지 않습니다. 다리 개수를 확인해주세요. 그런데 어쩐 일로….

-요즘 사회적으로 싱글치킨맘들의 수가 늘어나고 있는데 다들 잎싹씨를 부러운 눈길로 바라보고 있어요. 이렇게 독립하는 것 자체가 쉽지는 않은데 말이죠. 게다가 양계장을 탈출하셨다는 기적 같은 얘기에 세상 사람 모두 깜짝 놀랐습니다. 어떻게 준비를 하신 건가요? =일단 모이도 물도 먹지 않기로 했죠. 빌빌거리는 암탉은 양계장에서 퇴출되거든요. 그렇게 병든 닭들과 함께 구덩이에 버려졌다가 청둥오리 나그네씨가 저를 구해주셨어요. 하마터면 족제비한테 잡아먹힐 뻔했는데, 나그네씨 정말 멋있었어요. 족제비를 딱 보자마자 터프하게 “누구냐 넌!” 그러시더라고요.

-요즘처럼 각박한 세상에 아기 오리를 입양하신 것도 주변 닭들에게 큰 귀감이 되고 있습니다. 참 훈훈한 미담이에요. =아니에요. 머리 색깔만 다르다뿐이지 진짜 내 자식이에요. 보자마자 내 ‘아가’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날개를 활짝 펴고 아기를 안았는데 작지만 따뜻한 것이… 저도 모르게 눈물이 나더군요. 정말 꿈만 같았어요. 이제 우리 닭 사회도 변화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이민자 정책도 바꿔야 해요. 해마다 불법체류로 수천 마리씩 추방당하는 닭둘기들에게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우리처럼 날지 못하는 다른 새들에게도 애정을 가져야 한다는 말씀, 정말 잘 새겨듣겠습니다. 그런데 얼마 있다 초록과 이별해야 한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어쩌겠어요. 닭과 청둥오리는 엄연히 다른 걸요. 목소리는 우렁차고 날개는 훤칠하니 언제까지 여기서만 살겠어요. 저도 저런 날개가 있었으면 식당은 대충 하고 접고서 멀리 떠났을 거예요. 정말 나도 가고 싶죠. 저들을 따라서 훨훨 날아가고 싶죠. 하지만 우리는 그들처럼 날지 못하니까 지금보다 더 돕고 살아야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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