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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의 취향] 그래서 슈즈홀릭이 된 거야
글·사진 손홍주(사진팀 선임기자) 2011-08-12

나는 살면서 항상 평범하다고 생각하면서 살았었다. 그러니까 군대에 가기 전까지는 그랬다. 강제적인 구보와 행군을 통해서 난 다른 사람들의 발과는 조금 다르다는 것을 뒤늦게 알게 되었다. 그 전까지는 그저 발바닥에 살이 많아서 그럴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군 면제를 받을 정도가 아니니 평발은 아니지만 오래 걷거나 뛰고 난 뒤에 다리와 몸으로 전해지는 고통은 엄청났다. 그때부터 시작된 듯하다. 사진기자가 되어선 더더욱 그랬던 것 같고. 쇼핑몰에 빼곡히 진열되어 반짝거리고 있는 상품들이 나와는 상관없는 물건들로 여겨지며 관심이 없었다. 그날도 부실한 발바닥으로 많이 걸었으니 피곤했음은 물론이었다. 빨리 볼일을 보고 집으로 돌아가서 쉬었으면 하는 바람뿐이었다. 그리고 여러 브랜드의 운동화가 진열된 매장을 지나는 순간이었다. 칼 모양의 로고가 눈에 들어왔고 너무나 반짝이는 그놈을 보면서 나는 꼼짝할 수가 없었다. 정신을 차려보니 내 손에는 운동화가 들려 있었고 그 편한 신발을 신은 대신 ‘왕빈대’가 되어서 여러 날을 친구들에게 붙어서 살아야 했다. 편한 신발을 신어야 사진도 좋고 기분도 좋아지고 덜 피곤하니 어쩔 도리가 없다. 그래서 여분의 옷가지들과 장갑을 비롯한 목도리 등이 카메라와 함께 필수장비인 나에게 또 하나의 필수장비가 바로 신발이다.

추운 겨울의 추위를 피할 수도 없고 여름이라고 더위를 피하면서 사진을 찍을 수도 없는 직업이었다. 현장은 친절하지 않았다. 화창하고 그늘도 있으면서 바람이 솔솔 불어주는 그런 현장은 결코 없었다. 친절한 상황은 우리와 같은 직업을 가진 사람들의 일터와는 거리가 멀다. 하루의 많은 시간을 다리로 해결하고 좋은 사진을 위해 높은 곳을 올라야 했다. 그러면서도 다른 사람들의 눈에 기능만을 중요시한 신발로 보이는 것은 싫었다. 신발은 예쁘고 편안하고 색도 좋아야 하고 의미도 있어야 한다. 그렇게 하나둘 사기도 하고 (신발을 달라고 뻔뻔하게 요구해서 받은) 선물로 받기 시작한 것이 이제는 신발장의 많은 부분을 채우게 되었다. 한 켤레씩 놓을 수가 없어서 사진처럼 포개서 정리하는 케이스도 장만했다. 쉽게 버리지도 못하고 사놓고서 신지도 못하는 것도 있지만 아침마다 출근을 위해 신발장을 열면 식구들은 한숨을 쉬지만 난 소중한 보물을 보는 것처럼 기분이 마구 좋아진다. 이제는 조금 자제하라고 하니 참고 있지만 사실 눈에 밟히고 아른거리는 예쁜 놈이 있다. 내 신발장에 들어오면 그놈 모습이 참 예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