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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ine talk] 와우, 그들의 백스테이지를 들여보다니
장영엽 사진 최성열 2011-08-23

제천에서 만난 <스웰 시즌> 카를로 미라벨라 데이비스 감독

<Falling Slowly>를 부르자 사랑이 이루어졌다. 인디밴드 ‘더 프레임즈’의 보컬이었던 글렌 한사드와 객원보컬 마르케타 이글로바는 2007년 전국을 강타한 음악영화 <원스>에 출연하며 실제 연인 관계로 발전했다. 영화 출연 이후 그들이 결성한 밴드 ‘스웰 시즌’은, 그러므로 사랑의 이름이었다. <원스>로부터 4년이 지났다. 그동안 뜨거웠던 그들의 사랑은 빛이 바랬고, 이별의 아픔을 담은 앨범 《Strict Joy》(2009년 11월 출시)가 발매됐다. 스웰 시즌의 세계 투어를 촬영하려다 그들의 사랑과 이별까지 카메라에 담게 된 사람들이 있다. 글렌 한사드의 영화 선생님이자 영화감독인 카를로 미라벨라 데이비스와 그의 동료 닉 어거스트 페르나, 크리스 댑킨스다. 이들이 4년간 스웰 시즌과 동고동락하며 만든 다큐멘터리 <스웰 시즌> 이야기를, 제천국제음악영화제를 찾은 카를로 미라벨라 데이비스 감독에게 들을 수 있었다.

-밴드 ‘스웰 시즌’과 어떤 인연인가. =2007년 뉴욕필름아카데미에서 영화 강의를 맡았는데 당시 글렌 한사드가 내 수업을 듣고 있었다. 어느 날 글렌이 내게 큰 규모의 월드투어를 계획하고 있다고 말했는데, 문득 스웰 시즌의 투어 과정을 다큐멘터리로 만들어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떠오르더라. 우리의 제안을 스웰 시즌이 받아들이면서 투어 버스에 오르게 됐다.

-두 주인공이 카메라를 부담스러워하지 않던가. =글렌은 정직하고 진실된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 했지만 막상 촬영이 시작되니 어느 정도의 벽이 보이더라. 이 문제에 대한 촬영팀의 해결법은 절대 그들을 쫓아다니지 않는 거였다. 우리는 글렌과 마르케타가 어느 곳에 있을지 예상한 뒤 그 방에 머물렀다. 물론 그들이 방에 들어올지 확실하지 않고, 방에 들어온다 해도 우리를 보고 나갈 수도 있는 일이었다. 그런 불확실성을 감수하고 편안한 분위기를 만들어주니 나중엔 카메라를 카메라로 보지 못할 정도로 편안한 분위기에서 촬영에 임하더라.

-그렇게 불확실한 상황 속에서 4년간 촬영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을 텐데. =촬영을 접고 싶은 적이 한두번이 아니었다. 체코에서는 글렌과 마르케타를 놓쳐서 길바닥에 주저앉아 “나 이제 안 할래” 한 적도 있으니까. (웃음) 게다가 밴드는 공연이 끝나면 분장실에서 쉬기도 하고 술도 마시지만 우리는 그 장면까지 촬영해야 했으므로 새벽 3시까지 일할 때가 다반사였다. 하지만 백스테이지의 상황을 그대로 볼 수 있다는 건 나에게 정말 마법 같은 경험이었다. 스웰 시즌 최고의 음악은 무대가 아닌 리허설이나 분장실에서 영감을 받아 즉흥적으로 만들어낸 음악이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마이티 스워드> 같은. 이런 과정을 겪으며 가치있는 장면을 얻으려면 정말로 많은 노력을 해야 한다는 걸 깨달았다.

-내레이션 없이 주인공의 상황과 공연장면을 교차해서 보여주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마치 그들의 음악이 주인공의 상황을 해설해주는 느낌이었달까. =그 질문을 해줘서 고맙다. 스웰 시즌은 멤버의 개인적인 이야기를 음악에 밀접하게 반영하는 밴드다. 음악 자체가 그들의 상황을 설명해주는 경우가 많았다. 우리는 마치 오페라를 연출하는 느낌으로 다큐멘터리를 편집했다. 음악은 스웰 시즌의 레퍼토리 중 감정을 최대한 살릴 수 있는 것으로 선곡했다.

-흑백영화로 연출한 특별한 이유가 있나. =현실적인 이유로는 스웰 시즌의 공연 모습을 담았기 때문에 조명을 맞추기가 너무 어려워서다. 개인적으로는 흑백영화만이 줄 수 있는 영속적이고 로맨틱하고 아름다운 느낌이 있다고 생각한다. <원스>가 다큐멘터리 형식을 취한 극영화였다면 <스웰 시즌>은 다큐멘터리지만 극영화 같은 느낌을 주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흑백영화가 우리의 연출 의도를 잘 살려준 것 같다.

-연인이었던 글렌과 마르케타가 이별을 맞게 될 줄은 아무도 몰랐을 텐데. <스웰 시즌>에는 두 사람이 결정적으로 이별을 결심하게 되는 카페에서의 대화가 담겨 있다. =이별 수순을 밟아가며, 카메라 앞에서 너무도 솔직한 그들의 모습에 오히려 우리가 놀랄 정도였다. 특히 카페에서의 말다툼 장면을 찍고 난 뒤, 우리 셋은 얼싸안고 ‘이게 바로 우리 영화’라고 생각했다. 친구로서는 글렌과 마르케타가 헤어진다는 것이 무척 슬픈 일이었지만 연출자로서는 그들의 진솔한 모습으로 인해 <스웰 시즌>이란 영화에 영혼이 깃들어가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이 영화를 통해 사람 사이의 관계, 좋은 영화란 무엇인가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됐다. 영화인으로서 큰 성장을 가져다 준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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