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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아] 그녀, 두번 살다
김성훈 사진 백종헌 2011-10-06

<투혼>의 김선아

두 유형의 배우가 있다고 치자. 자유자재로 캐릭터와 일상을 오가는 배우가 있다면 작품이 끝난 뒤에도 캐릭터의 잔향에서 쉽게 벗어나지 못하는 배우가 있다. 굳이 분류하자면 김선아는 후자에 가까운 배우다. 스튜디오에 들어온 김선아는 얼마 전 종영한 드라마 <여인의 향기>의 ‘연재’ 를 온전히 간직하고 있었다. 핼쑥 들어간 볼이며, 입술을 동그랗게 모은 채 반 박자 느리게 내뱉는 말투며, 김주혁의 가랑이를 소심하게 차는 시늉은 ‘로맨틱코미디의 여왕’ 김선아가 아닌 영락없는 연재의 그것이다. “연재가 많이 그리울 것 같다”는 말을 던지자 김선아는 말한다. “그립기까지는 아직 시간이 남은 것 같다. 솔직히 지금도 드라마가 끝난 것 같지 않다. 몸이 아픈 것을 떠나 정신적으로 너무 힘든 캐릭터였으니까. 되돌아보면 지금까지 맡았던 캐릭터 모두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S 다이어리>(2004)나 드라마 <내 이름은 김삼순>(2005)처럼 늘 힘겹게 사랑을 이루고, 힘겹게 무언가를 쟁취했던 것 같다. 작품이 끝나면 감정이 오랫동안 남아 있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인 것 같다.”

이처럼 감당하기 힘든 시한부 인생을 김선아는 지난 1년 동안 두번 살았다. 하나가 위에서 언급한 ‘연재’라면 또 다른 하나는 영화 <투혼>의 오유란이라는 여자다. 김선아는 오유란을 “어디서나 볼 수 있는 엄마”라고 설명한다. 한때 한국 최고의 투수였지만 지금은 사고뭉치가 된 남편(김주혁)과 초등학생 아들, 유치원생 딸 등 두 자녀를 그림자처럼 따라다니며 뒷바라지하고, 낮에는 빵가게를 운영하는, 그러나 제 몸 하나를 간수하지 못해 뒤늦게 암 선고를 받는 대한민국 아줌마인 그다. “한신 출연한 <황산벌>(2003)의 계백 장군 처를 제외하면 엄마 역할은 이번이 처음이다. 여성 원톱으로 출연해 액션 위주의 연기로 극을 이끌었던 전작과 달리 <투혼>은 남편 역의 김주혁 오빠와 아역배우를 받쳐주는 리액션 위주의 연기를 해야 했다. 영화적으로나 연기적으로나 하나부터 열까지 전부 큰 도전이었다.” 그럼에도 배우로서 시한부 인생을 연달아 사는 게 부담스럽지는 않았을까. “연재가 죽는 역할이었다면 <여인의 향기>에 출연하지 않았을 거다. 1년에 두번 죽을 수는 없잖나. 결말을 보고 드라마 출연을 결정한 거다. 연재와 오유란이 비슷한 나이대라도 드라마가 담고 있는 메시지가 너무 좋았다. 사람은 누구나 시한부 인생이 될 수 있다는 주제 말이다.” 오유란이 처한 상황은 비극적이지만 김선아는 “오유란은 끝까지 가족을 생각하는 여자”라는 명제를 가지고 평범하게 접근했다. “대부분의 엄마가 그렇듯이 따뜻한 밥은 아버지와 자식들 먹이고 본인은 식은 밥을 먹고. 왜 여자가 그렇게 해야 할까라고 생각하다가도 그게 엄마의 마음이 아닐까라는 생각도 들었고. <투혼>을 보면 단 하루라도 엄마한테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들 것이다.” 보편적인 엄마의 감정에 집중한 덕분에 경상도 출신, 남편 윤도훈과의 소원한 관계, 그럼에도 남편을 마지막까지 챙길 수밖에 없는 심정 등 캐릭터 감정과 설정의 잔가지들이 오유란이라는 따뜻한 나무를 풍성하게 지탱할 수 있었다.

당당하고, 코믹하고, 의욕 넘치는 배우 김선아가 익숙한 관객에게 <투혼>의 오유란은 분명 낯선 모습이다. “그런 걸 의식하고 연기한 건 아니다. 언제까지나 캐릭터에 접근하는 과정과 태도가 중요하다. 그래서 상처를 더 잘 받는 편이고. 모르겠다. 오랫동안 관객의 가슴에 남는 작품을 하고 싶다. 차기작도 <투혼>의 홍보를 마무리하고 결정할 거다. 그게 작품과 함께 일하는 사람에 대한 예의다.” 확실한 건 김선아가 자신의 필모그래피 안에 새로운 영역을 마련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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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일리스트 김영주·헤어&메이크업 우현증·의상협찬 DKNY, 체사레파죠티, 스테파넬, 찰스앤키스, 림죠이엘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