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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살아가며 무엇을 얻고 무엇을 잃었는가 <오래된 방의 소리> The Sound of Old Rooms
2011-10-06

<오래된 방의 소리> The Sound of Old Rooms 샌딥 레이 | 인도, 한국, 미국 | 2011년 | 72분 | 와이드앵글

<오래된 방의 소리>는 시인으로 살아가며 삶을 경험하면 할수록 조금씩 변해가는 샤르탁의 모습을 통해 인생이란 무엇인지에 대해 곱씹어 보게 만드는 영화이다. 별로 새로울 것 없는 이야기이기는 하지만 이 영화는 역사와 시공을 초월하는 삶의 진정성을 바탕으로 잔잔한 감동을 준다. 영화가 시작되고 시간은 20년 전 샤르탁의 대학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글을 쓰기 위해 학교를 자주 빼먹는 자신을 못미더워하는 어머니에게 짜증을 내던 아들은 어머니가 오래된 사진 뒤에 써놓았던 시를 읽으며 어머니도 자신처럼 어릴 때 시를 썼다는 사실에 흥미를 느낀다. 하지만 어머니는 시를 써서는 돈을 제대로 벌수 없다며 계속 잔소리를 해댄다. 어느덧 10년이라는 세월이 흘러 샤르탁은 대학에서 강의도 하고 시인으로도 인정을 받으며 자신의 첫 번째 시집을 출간했지만 여전히 그의 어머니는 시인의 건강을 걱정하며 잔소리를 해대고 그의 부인은 그와 토론하며 독선적인 태도에 불만을 표시하기도 한다. 술을 좋아하는 출판사 사장은 이제 그의 시가 어려워서 대중에게서 유리되고 있다고 말한다. 그렇게 어떤 것은 변하고, 어떤 것들은 변하지 않으며 시인의 인생은 자신의 부모, 자신의 아들을 통해 반복된다. 낡기는 했어도 어릴 때부터 살던 집과 가족들은 모두 그대로이지만 그를 좋아했던 출판사 사장은 세상을 떠났다. 점점 나이가 들고 몸이 불어나며 과거와 달리 날카롭지 않고 무뎌지는 느낌이지만 그것이 딱히 부정적이지만은 않은 것은 삶의 연륜과 함께 사회와 역사, 인간의 삶에 대한 통찰력을 얻는다는 역설 때문이리라. 이렇게 샤르탁의 인생은 흘러가고 어느덧 그의 아들이 그의 자리를 대체하게 될 것이다. 별로 아쉬울 것이 없는, 모두가 그렇게 살아가는 인생이기는 하지만 과연 샤르탁은 그의 삶을 통해서 무엇을 잃고 무엇을 얻었을까? 그리고 이내 영화는 우리에게 되묻는다. 당신은 살아가며 무엇을 얻고 무엇을 잃었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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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이충직 중앙대학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