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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우진의 귀를 기울이면] 순수의 역사

<코쿠리코 언덕에서>

배경은 1964년이다. 일본에서는 도쿄올림픽이 열렸고 해외여행 자율화 조치가 취해졌다. <코쿠리코 언덕에서>는 당시 작은 마을의 청춘 로맨스를 담는다. 지브리가 판타지에서 현실로 방향을 바꾼, 그러나 과거 지향적인 이 드라마는 흥미롭다. 노년의 감독과 그의 아들이 공동작업한 드라마에는 여러 가지로 ‘순수했던 시절’에 대한 향수가 지배한다. 전공투 주역이었던 68세대의 고교 시절을 거슬러 회상하는 것도, 그 부모 세대가 전후 상황에서 살아온 이야기도 그렇다. 거기서 예술에 대한 치열함, 매사에 진지했던 청춘에 대한 찬사가 낭만적으로 펼쳐진다. 전작과의 차이라면 어른이 해결할 수밖에 없는 문제가 있음을 명시하는 정도다.

이때 배경음악인 <上を向いて步こう>(위를 향해 걷자)는 1963년에 <Sukiyaki>란 제목으로 미국에서 발표되어 빌보드 1위까지 차지한 일본곡이다. 요즘에도 힙합 샘플링으로 종종 쓰인다. 희망적이고 긍정적인 메시지를 담은 컨트리팝인데 전후 시대를 풍미했던 크루닝 창법이 인상적이다. 사실 히사이시 조 이래 지브리의 테마곡은 거의 비슷한데 데시마 아오이의 <여름이여 안녕>도 그렇다. 아름답지만 식상하다. 하지만 이 속에서 반짝이는 ‘올드 팝’은 애니메이션과 현실의 접점을 드러내며 가상의 이야기를 역사 속으로 집어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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