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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르셀로나] 영화도 조기 교육 시대

스페인 카탈루냐주 공립학교에서 7년째 진행 중인 ‘학교에서 배우는 영화’ 프로젝트

스페인 카탈루냐주에서는 ‘영화 만들기’를 교과목으로 가르치는 학교들이 있다. 이는 ‘Cinema en Curs’(학교에서 배우는 영화)라는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바르셀로나 같은 도시부터 피레네 산맥 산골짜기의 학교들까지 고루 참여한다. 교육과 예술을 결합한 프로젝트를 만드는 아바오아쿠(A Bao A Qu)가 시네마테크 프랑세즈와 함께 기획한 이 행사는 카탈루냐주 정부와 영상자료원, 각 도시의 교육청이 후원해 공립학교에서 진행된다. 2005년에 시작해 7년째를 맞은 올해는 20군데 학교에서 영화를 제작 중이다.

아이들은 시나리오 쓰기부터 연기, 촬영, 더빙, 편집 과정을 거쳐 6∼9분짜리 단편영화를 만들고 학기 말에 작품 시사회를 연다. 잘 만든 영화들은 파리의 시네마테크 프랑세즈에 ‘해외 상영’ 된다. 프랑스에선 1995년부터 이미 ‘Le cinema, cent ans de jeunesse’라는 이름으로 같은 프로젝트가 진행 중이다.

영화는 주로 학교생활과 교우관계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6살짜리 꼬마들이 만든 <집에 가는 길>은 특별한 플롯도, 배우도 없이 하교시간에 맞춰 학교를 빠져 나오는 학생들을 아이들 가슴 높이에 설치된 카메라로 찍은 작품이다. 14살 사춘기 아이들의 사랑, 불타는 질투와 복수를 그린 <빼앗긴 사랑>은 틴에이저식 드라마가 담긴 스토리보다 손발이 오그라드는 대사 처리와 어색함이 뚝뚝 묻어나는 카메라 구도가 더 재미있는 작품이다.

보딜스초등학교 6학년생들이 제작한 <잘가, 친구야>라는 9분짜리 작품(‘vimeo.com/12249663’에서 관람 가능)은 부모의 이혼으로 이사를 가게 된 같은 반 친구의 이야기에서 모티브를 얻어 이별을 앞둔 두 소녀에 관한 영화로 제작됐는데, 올해 7월에 열린 서울국제청소년영화제(SIYFF)의 ‘발칙한 시선’ 부문에 출품되기도 했다. 숲이 우거진 마을을 담은 영상과 음향, 슬픈 감정이 절제된 두 소녀의 대화장면이 오랜 여운을 남긴다. 아이들의 눈높이와 관점에서 제작된 작품들을 보면 잘 만들어진 대로 혹은 부족한 대로 웃고 울게 된다. 어린 제작자들의 고민과 주제의 진정성이 여과없이 전해져 관객으로서 몰입과 공감도 그 어느 영화들보다 높아진다. http://goo.gl/P8axf에 올라온 엄선작들로 이 행복한 경험을 함께 나눌 수 있었으면 한다.

책임감, 협동심, 창의성이 쑥쑥

‘Cinema en Curs’ 기획자 라이아 콜레이, 누리아 아이델만 인터뷰

왼쪽부터 라이아 콜레이, 누리아 아이델만

-Cinema en Curs의 목표는 무엇인가. =영화 제작에 관한 전반적인 이해와 교육 방식으로서의 영화에 대한 접근이다. 아이들은 1년간의 영화 제작 과정에서 카메라, 음향, 편집에 대한 기술적인 지식도 습득하지만 함께 만든 이야기를 영상화하면서 창의성, 협동심, 책임감, 인내심과 토론 능력도 배운다.

-아이들이 가장 어려워하는 점과 재미있어하는 점은 무엇인가. =기술적인 부분은 의외로 금방 배워 큰 문제가 없지만 이야기를 영상으로 담아내는 걸 어려워한다. 하지만 완성작에 대한 기대로 다들 힘을 낸다. 노력 끝에 스크린을 통해 영화를 발표하는 날은 학생들이 가장 즐거워하는 순간이다.

-교사와 학생들은 각각 어떤 점에 가치를 두나. =선생님들은 영화 제작의 문턱이 낮아지고 참여할 기회가 생긴다는 것에 의미를 두고, 학생들은 각자 역할을 하나씩 맡아 책임을 지는 일에 가치를 둔다.

-올해로 7회를 맞았다. 프로젝트가 지속되어온 원동력은 무엇인가. =영화를 통한 문화와 교육의 창의적인 상호작용. 매해 참여 학교와 학생 수가 늘어는 것뿐 아니라, 여러 해 동안 참여한 교사와 영화인들의 긍정적인 평가와 경험이 모여 프로젝트가 전체적으로 성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