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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신작] 2001 칸영화제 각본상 <노맨스 랜드>
2002-01-16

웃음은, 슬픔을 먹고 자란다

No Man’s Land 제작 프레드릭 두마-자델라, 마크 바셰트, 세도미르 콜라 감독·각본 다니스 타노비치 출연 브랑코 유릭, 리네 비토라작, 필립 소바호비치 수입·배급 백두대간 개봉예정 3월23일제작년도 2001년상영시간 98분

2001년 칸영화제에서 각본상을 받은 <노맨스 랜드>는 보스니아 출신 감독 다니스 타노비치의 데뷔작. 칸영화제 상영 당시 국내 기자들로부터는 ‘보스니아판 <공동경비구역 JSA>’라는 평을 얻었다.

<노맨스 랜드>의 배경은 93년 보스니아와 세르비아의 전쟁이다. 안개에 갇힌 보스니아 순찰대는 어느새 세르비아군의 사정거리에 들어선다. 총격이 시작되고 보스니아 순찰대는 몰살당한다. 세르비아군은 그래도 생존자가 있을지 모른다고 생각해 군인 2명을 보낸다. 살아남아 있던 보스니아 군인 치키는 몰래 숨어서 세르비아 군인들이 하는 짓을 지켜본다. 시신 아래 지뢰를 묻는 잔인한 장면을 목격하며 치키는 총을 든다. 세르비아군 1명은 죽고 니노라는 이름의 세르비아 군인이 치키의 포로가 된다. 세르비아군과 보스니아군 한가운데 고립된 치키와 니노, 그들은 자기편을 향해 손을 흔들어보지만 어느 쪽도 섣불리 접근하지 않는다. 결국 치키와 니노는 유엔평화유지군의 도착만을 기다리게 되지만 오직 두 사람만이 존재하는 상황에서도 평화와의 악수는 이뤄지지 않는다. 증오의 뿌리가 어디에 있는지 몰라도 그것은 끔찍한 비극을 향해 치닫는다.

보스니아 출신 감독이 만들었지만 <노맨스 랜드>는 누군가의 손을 들어주지 않는다. 대신 감독은 추악한 전쟁의 참상에서 슬픔을 배가시키는 웃음을 발견한다. 정직한 시선이 만들어낸 이 흥미롭고 예리한 풍자극은 동족간 전쟁을 경험한 남한사회를 향해서도 예사롭지 않은 함의를 풍긴다. 남동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