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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희의 오마이이슈] 권력·자본·수구신문 트랜스포머
김소희(시민) 2011-12-05

설, 추석에 이은 3대 명절로 김장을 포함시켜야 할 것 같다. 요즘 고속도로는 명절 못지않게 붐빈다. 김장 대이동이다. 늦은 김장 하거나 가지러 가는 분들 가운데 ‘부모님 댁에 종편 채널 4개 지워드려야겠다’는 분들 많다.

“신문 하면 (천천히) 말라 죽고 종편 하면 (빨리) 한방에 죽는다”는 자조 섞인 말을 내뱉던 거대신문 간부들은 요새 종편 비즈니스에 올인하고 계신다. 신문사 처지에서도 판돈을 몽땅 걸고 베팅한 셈이니 죽느냐 사느냐다. <동아일보>가 대주주인 종편은 “보도상품 패키지(앞뒤 및 중간광고 묶어서 구매)를 진행하면 ‘광고주 맞춤형 특별기획 프로그램’을 제작·방송하겠다”고 홍보하고, <조선일보>가 대주주인 종편은 ‘안티 포퓰리즘’을 제목으로 내건 프로그램을 마련했단다. <매일경제>가 대주주인 종편은 기업 총수들 띄우고 모시기에 혈안이 됐다. 상도의도 없고, 예상되는 논조도 괴이쩍다.

종편들은 권력과 자본과 수구신문 3자가 합체된 ‘변종’답게 막강 기행을 자랑한다. 집권여당의 날치기로 출발해 유료 케이블방송이면서 종합편성을 하는, 다른 나라에는 없는 낯선 방송영역을 개척했다. 모자라는 자본은 각하의 친구들이 운영하는 금융사와 서민 푼돈으로 흥청댄 저축은행 등에서 거침없이 변통했다. 신문지면을 무기로 국회의원들 목줄을 쥐고 미디어렙(방송광고 판매대행사) 법안 처리를 끝내 좌초시키며 직접 광고영업을 하는 무공을 자랑한다. 역시 각하의 멘토인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일명 종편위원장)의 적극지원으로 10번대 황금채널을 따내는 기염까지 토했다. 일반 PP(방송채널 사용사업자)는 꿈도 못꿀 특혜다. 지상파도 위협한다. 국내제작물 편성비율 기준은 낮은 반면 광고량과 시간, 품목에서는 빗장이 풀렸다. 게다가 KBS1과 EBS만 누리는 유선방송의 의무송신 혜택까지 받으니, 도시 외 지역의 수신 환경을 고려할 때 KBS2와 MBC를 뛰어넘는 시청 범위를 갖는다. 한마디로 아무렇게나 만들어도 배불릴 수 있는 여건을 완비한 것이다.

센 놈들이 뭉쳐 그만큼 약탈했으면 최소한의 염치라도 있어야 할 것을, 개국 축하 인터뷰 도중 잠깐 앵커 흉내를 낸 김연아의 사진과 멘트를 자사 신문지면에 대문짝만하게 박아 ‘낚시질’ 하는 뻔뻔함에는 혀가 내둘러진다. 이들이 저지르는 ‘방송 생태계 교란’이 하루빨리 ‘한방에’ 끝나길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