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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희의 오마이이슈] ‘우리민족빼고’를 제자리로
김소희(시민) 2011-12-26

근자에 들어 이렇게까지 국론이 합해진 일이 있나 싶다. 일부 논객과 신문지를 제외하고는, 울고 싶어도 울지 못하는 3대 세습자를 보는 시선과 마음은 크게 다르지 않다. 걱정되지만, 부디 잘하길. 북한이 극심한 격변이나 비상사태 없이 김정은 체제로 연착륙하기를 말이다. 조선중앙TV 앵커의 ‘존경하는’, ‘위대한’ 울먹임을 배경음으로 잔뜩 긴장해 있는 그는 지금 한반도의 미래를 짊어지고 있다. 꼴통보수 할배들조차 “저 어린것을 두고 김정일이 눈이 안 감겼을 것”이라고 안쓰러워할 정도이니, 문득 이 대목에서 같은 민족, 같은 경험, 같은 언어라는 질긴 인연을 확인한다.

그 ‘어린것’이 ‘조문외교’를 시작했는데, ‘우리민족끼리’는 커녕 ‘우리민족빼고’ 국면이 펼쳐지고 있다. 미·중·일·러의 발빠른 대응과 달리 우리 정부는 속수무책이다. 국가정보원장과 국방장관도 시청자와 나란히 소식을 들었다고 하고, 앞서 대통령은 고깔모자를 쓴 청와대 직원들과 생일잔치를 벌이고 있었다. 다행히 별다른 ‘비상’ 없이 ‘일상’을 지내고 있지만, 남쪽 최고 통치권자가 종단 지도자와 정당 대표들을 차례로 만나 거듭 강조한 이야기가 “(북한 발표 전까지 김정일 사망을) 우리뿐 아니라 세계 어느 나라도 몰랐다”는 것이라니, 새삼 한반도가 얼마나 ‘비상한’ 상태인지 짐작한다. 휴. 온갖 대북 교류 중단에 미국 편파 외교를 일삼고 심지어 국정원 인적정보망까지 없앤 분다운 말씀이다. 그분이 강조한 두 번째 이야기는 “후진타오 주석은 우리뿐만 아니라 누구와도 통화 안 했다”는 것이다. 세 번째는 “미국과 정보공유가 대단히 잘 이뤄지고 있다”. 꽈당. 뽀글머리 아저씨, 평생 대치해온 남조선 최고 통치권자에게 본인의 죽음이 이렇게 취급받는 걸 알면, 살짝 억울하지 않을까. 명복을 빈다.

박근혜 언니는 지난 대선 전 경선에서 BBK, 도곡동 땅 등과 그분의 연관성을 거론하며 그분의 행적 중 ‘위장전입’을 ‘위장전업’으로 발음했던데, 맞는 소리였나보다. 대통령은 위장전업이었던 거야. 스물아홉살 스트레스성 과체중의 북쪽 청년 못지않게 참 안 맞는 자리에 놓인 분이다.

그나저나 정말 안 맞는 자리에 가신 또 다른 분은 우리의 봉도사. 찧고 까불고 캐내고 낯내기 좋아하는 이분이 어쩌다가 ‘양심수’로 영어의 몸이 되는 지경이 됐을까. 새해에는 모두가, 모든 게 제자리를 찾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