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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희의 오마이이슈] 서장이 아니라 교장이 나서야지
김소희(시민) 2012-01-02

피해학생이 가해학생이 되거나 가해학생이 피해학생이 되기도 한다. 교사들은 외면하거나 포기하고, 학교는 방치하거나 은폐한다. 여파는 교실, 학교 울타리를 넘는다. 아이들은 상처를 안고 자란다. 자라지도 못하고 세상을 등진 아이도 있다. 학교폭력은 절대로 그냥 ‘학교’ 폭력일 수 없다. 상담할 교사가 적어서 꼭 이런 일이 벌어지는 것은 아니다. 실태를 모르는 것도 아니다. 교사들이 책임져야 할 아이들은 너무 많고 처리해야 할 ‘보고용 업무’는 그보다 더 많으며(오죽하면 ‘업무 보는 틈틈이 수업 한다’는 말까지 나올까) 평가에 목매는 학교는 인성을 가르치지 못하며 학부모는 너무 바쁘거나 욕심이 많고 아이들은 각종 스트레스에 시달린다. 이 문제들은 게다가 지역별로 계급별로 빛깔을 달리한다. 과연 관할 경찰서장이 (가해자 처벌을 전제로)나설 일인가.

그전에 교장부터 정신 차리거나 정신 차린 이가 맡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특히 자기 학교에 폭력이 없다고 보고하는 분들, 학교폭력대책자치위의 심의를 꺼리는 분들, 절대적으로 요주의 교장님이다. 학교의 1인자는 교장이다. 월급 줄 책임은 없으면서 인사에 미치는 영향은 막강하고, 수업?학습 분위기와 내용을 좌우할 수 있으며, 학교운영위를 거친다고 하지만 급식부터 수련회, 수학여행, 방과후 교실, 각종 공사 및 집기 마련까지 크고 작은 행사?행정에 사실상 결정권을 갖는다. 사건?사고가 터지거나 승진 점수에 불만을 품은 이가 ‘찌르지’ 않는 한 자리도 보존되며, 범죄에 연루되지 않는 한 막강 연금도 보장된다. 이렇게 ‘노난 CEO’ 자리는 없다. 그런데 우리 교장님들, 그만한 역할을 하고 계신가.

교장 한명 바뀌면서 학교가 바뀌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급식의 질부터 촌지문제, 교사들 표정까지 싹 바뀐다. (최근 옆동네 초등학교 교장의 편지 “방학 때 효도하세요. 어떻게 효도할지는 알아서 정하세요. 실컷 노세요. 누가누가 잘 놀았나 도전해보세요”를 보고 패러디 게시물로 오해했다. 이런 분들이 교사에게 재량권을 안 줄 리 없다.) 교사도 교장도 사람이다. 모든 것을 불완전한 사람의 ‘인격’에 기대할 수는 없다. 좋은 가르침을 줄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가장 시급한 과제이다.

그 첫발로 딱히 바쁠 일도 없어 보이는 교장 선생님들, 부임하시면 학교 ‘일진’들과 ‘양(의자매, 의형제) 맺기’를 무조건적이고 우선적인 책무로 하실 것을 제안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