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Skip to contents]
HOME > Magazine > 피플 > cinetalk
[Cine talk] 싫다고 말 못하는 겁쟁이의 관점이랄까
이다혜 사진 백종헌 2012-01-17

<안녕하세요, 고양이씨>의 저자 데이비드 세다리스

데이비드 세다리스는 2001년 <타임>이 선정한 ‘올해의 유머 작가’였다. 그의 주무기는 일상이고 주변 사람들인데, 그들의 일상을 가장 시끄럽고 불경하고 예민한 방식으로 포착하는 절묘한 능력을 갖고 있다. 화장실 개그가 섬세함을 만난 격. 그의 대표작인 <나도 말 잘하는 남자가 되고 싶었다>는 20주 동안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목록에 올랐다. 최근에는 특유의 유머감각과 세상을 보는 독특한 관점을 녹여낸 동물 우화집 <안녕하세요, 고양이씨>를 출간한 뒤 한국을 방문했다. 전날 밤 홍콩을 경유해 서울에 도착, 바로 다음날 오스트레일리아로 떠나야 하는 빡빡한 일정에도 손바닥에 쏙 들어오는 수첩을 꺼내 재밌는 일을 메모하는 그는 “이국적이려면 어떤 일의 다른 면을 보는 데 그치지 않고 세상 전체를 달리 보아야 한다”는 <안녕하세요, 고양이씨>에 나오는 문장과 똑 닮은 사람이었다.

-<안녕하세요, 고양이씨>는 이전 책들과 달리 에세이가 아닌 픽션이다. 그것도 우화 형식인데. =원래 소설을 썼었다. 우연한 기회에 전국 규모의 라디오 방송국에서 출연 요청이 오기 전까지는 그랬다. 라디오에서 할 이야기는 실제 경험한 것이어야 한다고 했다. 그래서 그때부터 에세이를 본격적으로 썼다. 해마다 봄이 되면 ‘문학 투어’를 하는데, 지난해는 52개 도시에서, 매일 밤 다른 도시에서 1시간씩 낭독회를 했다. 그렇게 투어를 다닐 때, 5분에서 7분이면 낭독이 끝나는 분량의 이야기를 써서 발표하곤 했었다.

-주로 실제 경험한 일을 에세이의 소재로 삼는다. 재미있는 이야깃거리가 떨어질까 걱정한 적은 없나. =얼마 전 나는 북한에 가보지 않겠느냐는 제안을 받았다. 북한에 대해 써보지 않겠냐며. 하지만 나는 글을 쓰기 위해 일부러 특정한 장소에 가거나 행동을 하지는 않는다. 나는 어떤 일이 생기기를 앉아서 기다리는 유형의 인간이다. 내가 가지고 있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갖지 않은 것은 이 작은 노트다. 누구에게나 재미있는 일이 일어나지만 모두 그것을 잊고 만다. 나는 내게 일어나는 모든 일들을 적는다.

-평범한 일을 경험해도 받아들이는 방식이 다른 것 같다. =무엇보다 나는 겁쟁이다. 예컨대 누군가가 내게 아이스 스케이트를 타러 가자고 하면 가고 싶지 않아도 “그래”라고 한다. 그리고 나중에 그 일에 대해 쓴다. 하지만 대개의 사람들은 현명해서 “싫어, 난 아이스 스케이트 타러 가지 않을 거야”라고 한다. 나는 글을 쓰기 위해 어떤 경험을 하는 게 아니라 어떤 일에 대해 싫다고 말할 용기가 없을 뿐이라고 하는 편이 옳겠다. 다른 사람에게 일어나지 않는 일이 내게는 일어나는 이유라면 그런 게 아닐까. 사람들은 ‘노’라고 말할 상식을 갖고 있으니까.

-당신의 책에서는 늘 가족 때문에 사건사고가 이어진다. 당신에게 가족이란 어떤 존재인가. =얼마 전 크리스마스 때 가족 모임이 있었다. 그때 다시 한번 깨달았는데, 우리 가족은 다들 성격이 뚜렷하다. 형제자매가 6명이나 돼 다들 엄마의 관심을 얻기 위해 싸워야 했기 때문에 과할 정도로 성격이 세다. 아마 만들어낸다고 해도 그렇게는 되지 못할 것 같다. 형제자매가 없는 가정에서는 좀 지루한 인간이어도 괜찮다. (웃음)

-지루하거나 공허한 기분이 들 때 어떻게 대처하나. =기분이 저조하다면 그 이유는 전부 일과 관련되어서다. 내가 하는 일이 방에 앉아서 혼자 하는 것이기 때문에, 내가 사는 세상은 정말 작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북투어를 좋아한다. 미국의 재미있는 점은 질문만 던지면 사람들이 알아서 열심히 말을 한다는 거다. 지금 살고 있는 영국은 돈이 많은 사람들이 말을 잘 안 하는 경향이 있다. 더 가난할수록 말을 더 많이 한다. 스코틀랜드나 아일랜드는 또 문화가 달라서 말하기를 좋아한다. 내가 성장한 미국 남부처럼.

-당신과 휴는 오랫동안 좋은 관계를 유지해왔는데 비결이 있나. (데이비드 세다리스는 커밍아웃한 게이이며, 21년간 함께해온 파트너가 있다.) =비결은, 그 사람이 하는 말을 전혀 듣지 않으면 된다. 휴는 내가 하는 말을 새겨듣지 않는다. 그렇지 않았다면 그는 내 곁을 오래전에 떠났을 것이다. 그는 내 말을 듣는 척하고 상황에 적절한 표정도 짓지만 사실은 내 말을 듣지 않는다. 그에게 말하는 것은 고양이에게 말하는 것과 같다. (폭소) 게다가 운전부터 세금납부까지 모든 일을 그가 처리하기 때문에 그를 떠날 수 없다. 아, 나는 그에게 충실하다. 절대 그를 배신하고 바람을 피운 적이 없다. 그런 남자는 찾기 힘들다

관련인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