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Skip to contents]
HOME > Magazine > 칼럼 > 타인의 취향
[타인의 취향] 한잔해요!
강선미 2012-02-17

“한잔해!” 친구와 문자하다가 내가 아침에 한 말이다. 여기서 한잔은 바로 물 마시기다. 사실 물이 맛있지는 않지 않은가. 게다가 나는 싫어하는 편이기까지 하다. 물을 많이 먹는 사람이 많을 수도 있겠지만 나는 유독 물을 잘 마시지 못한다. 밥을 먹고 난 뒤 먹는 물 한컵이 하루 물 마시는 양의 전부이니 말이다. 며칠 전 생명공학을 전공한 선배를 만났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건강에 대한 이야기를 하게 됐는데 내가 끙끙 앓는 소리를 하며 “변비도 걸리고 피부도 푸석거리고 위도 장도 안 좋은 것 같다”고 세상의 병을 다 짊어진 사람처럼 이야기했더니 갑자기 “너 하루에 물 몇잔 마셔?”라고 물어봤다. 곰곰이 생각해서 “한잔 마시나? 그리고 음식물로 섭취해. 커피에 들어간 것도 물이고” 등등 말도 안되는 이론을 늘어놓았더니 한심하다는 듯이 “그러니까 그런 거지”라며 혀를 찼다(참고로 그날 선배는 커피숍에서 커피 대신 미네랄 물을 시켜놓고 물에 대해서 일가견있다는 듯 이야기를 했다). 그러더니 종이를 펴놓고 이상한 세포 모양과 수치화된 기호들을 그리기 시작하더니 물을 많이 마셔야지라며 결론을 내려줬는데 그때는 간단한 물 마시기가 세포 그림과 맞물려 굉장한 것으로 생각되었다.

사실 물을 마시면 건강에 좋은 건 누구나 알고 있는 상식이다. 오죽하면 다이어트 방법에 물 다이어트까지 있을까. 물 마시는 게 습관이 안된 탓도 있겠지만 그냥 아무 맛이 나지 않고 배만 차는 느낌이라 잘 못 먹다가 몸에서 정말 갈증을 느낄 때 한번씩 마셔주니 물 애호가인 선배가 보기엔 혀를 찰 만도 하다. 물을 잘 마시고 싶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잘 못 마시는 나같은 사람들은 하루 마셔야 할 양을 체크해주는 어플의 도움을 받아도 되고, 물을 마실 때마다 체크해도 괜찮다. 아니면 탄산수라든가 미네랄 워터같이 조금은 맛이 다른 걸로 시작해도 괜찮겠지만 커피값만큼이나 비용이 만만치 않다.

아무튼 그 영향으로 물을 마신 지 일주일도 채 되지 않았지만 아직까지는 순조롭다. 아침에 일어나 미지근한 물을 천천히 마시고, 출근할 때 가끔 들고다니던 텀블러에는 물이 들어 있으며 출근 뒤 한 시간에 한잔씩 꼬박꼬박 물을 마신다. 심지어 안 먹을까봐 체크하기도 하는 정성을 들이고 있다. 효과가 있냐고? 글쎄, 아직까지는 화장실을 자주 가는 것 말고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3개월 뒤에 어찌 될지 누가 아나, 내가 원두를 고르는 것처럼 물 종류에 대해서 침 튀기면서 이야기할지도 모르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