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Skip to contents]
HOME > Magazine > 칼럼 > 차우진의 귀를 기울이면
[차우진의 귀를 기울이면] 취향도 다양해

라디오헤드와 <로미오와 줄리엣>

라디오헤드가 한국에 온다. 스톤 로지스도 같은 페스티벌에 오지만 대부분은 라디오헤드에 열광하는 것 같다. 옛날 얘기 좀 해보자. 90년대 초반, 한국에서 라디오헤드는 트란 안 훙 감독의 <씨클로>와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주연의 <로미오와 줄리엣>으로 화제가 되었다. 전자는 80, 90년대 초반 홍콩영화 인기가 이어진 아시아권 영화 붐의 여파였다. 게다가 <그린 파파야 향기>의 트란 안 훙 감독의 후속작이었으므로 영화 잡지 <키노>로 성장한 예술영화와 브릿 팝(그땐 이게 쿨한 취향) 키드들의 관심을 얻기에 충분했다. <Creep>도 큰 인기를 누렸다.

흥미로운 건 <로미오와 줄리엣>이다. 비평적으로도, 배우들의 연기(특히 클레어 데인즈)로도 지지를 얻지 못했음에도 여성 관객에게 큰 인기를 얻었다. 클라이맥스 장면에 삽입된 <Exit Music>도 비극적, 낭만적 분위기로 화제가 되었다. 그런데 이 곡은 사운드트랙이 아니라 ≪OK Computer≫에 실렸다. 지나고 보니 두 영화의 관객 성향만큼 라디오헤드 팬들의 성향도 상당히 달랐던 것 같다. 대중적인 ≪OK Computer≫와 난해한 ≪Kid A≫의 취향만큼이나. 여름 록페스티벌에는 이런 기억을 가진 90년대 ‘친구’들이 얼마나 바글댈까.

관련영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