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Skip to contents]
HOME > Culture > 초이스 > 전시
[공연] 우리의 유토피아
장영엽 2012-02-16

<문지하 개인전: Springfield>

문지하, , 45.7x45.7cm, Screen print with collage and paint, 2011.

기간: 3월 11일까지 장소: 아라리오 갤러리 서울 삼청 문의: 02-723-6190

누군가가 “스프링필드에 살아요”라고 말한다면, 그 사람의 정체를 의심해볼 것. 스프링필드는 영어 이름으로 치면 톰이나 제인 같은, 흔하디흔한 마을을 뜻한다. 이 이름을 가진 마을이 미국에만 40여곳이 되며 호주, 영국, 캐나다, 뉴질랜드 등지에도 수많은 ‘스프링필드’가 존재한다. 하지만 <스프링필드>를 전시 제목으로 삼은 문지하 작가의 의도는 보편적인 평범함이 아니라 ‘공존’에 방점을 둔다. 미국이기도 하고 호주이기도 하며 영국이기도 하고 캐나다이기도 한 곳. 문 작가의 스프링필드는 지구촌의 모든 정체성과 문화가 계급장 떼고 한데 어울리는 유토피아를 지향한다. 이러한 취지답게 <스프링필드>에서 소개되는 30여점의 회화, 설치, 판화 작품은 보기만 해서는 어느 나라 작가의 작품인지 알 수 없을 만큼 다채로운 개성을 자랑한다. 빨강, 파랑, 노랑, 흰색의 혼재는 영락없이 한국 사물놀이단의 복장을 떠올리게 하는데 그 색채를 배경으로 한자가 두둥실 떠다니고 일본의 마네키네코(손 흔 드는 고양이)를 똑 닮은 고양이 얼굴이 작품에 등장하는 식이다. 게다가 멀리서 바라보면, 이 하나의 그림은 미국의 코믹스를 연상케 한다. 색채가 현란하고 갖가지 요소들이 왁자지껄한 그녀의 작품을 보면 하나의 단어가 떠오른다. 그건 바로 ‘난장’이다.

문지하 작가가 경쾌한 필치로 캔버스에 색채와 문화를 뒤섞기 시작한 건, 미국 생활의 영향이 크다. 지난 10여년간 워싱턴과 뉴욕을 주요 무대로 활동해오면서 그녀는 “그런데 어디 출신이냐”는 말을 많이 들었다고 한다. 생활습관과 사고방식은 미국 사람처럼 변해가는데 정작 미국에선 동양인으로 취급받는 씁쓸한 현실이 작가로 하여금 난장의 판을 만들게 했다. 그러나 실생활에서 경험한 작가의 혼란만이 <스프링필드>의 모티브가 되는 것은 아니다. 다양한 인종이 모여 사는 미국에서 그녀가 발견한 한국사회와의 공통점도 이번 전시를 주최하는 주요한 동기가 됐다. 예를 들어 <Bless this house>에 등장하는 원앙은 미국 기독교 근본주의자 집단 아미시의 민속품과 닮았고, <Mistery Myo>의 한국적인 부채 모양은 미국의 장례식에서 쓰는 부채와 유사하다. 우리가 한국적이라고 생각해왔던 것들을 사실은 세계의 어떤 곳에서도 사용하고 있었다는 발견의 즐거움, 과연 한국적이라는 것이 존재하긴 하는지에 대한 질문을 던지게 하는 전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