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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성철의 가상인터뷰] 막장 인생, 이제 편히 살래요
주성철 2012-02-29

<하울링> 은영

-안녕하세요. 먼저 이번 늑대개 MRI 사건을 잘 해결하신 거 축하드립니다. =물론 늑대개가 기르기도 힘들고 전세계적으로 그 수도 얼마 안된다는 거 잘 압니다. 그래도 무턱대고 늑대개가 아니라 풍산개라니 참. 그러면서 군견으로 가야 된다고요? 물론 그 둘이 닮기도 했죠. 그래도 과학은 정직합니다. 해당 동물병원에서 늑대개 질풍이의 MRI가 본인 아니 본견 것과 일치한다고 해서 사건은 잘 끝났습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강력계에서 잘렸단 얘기를 들었습니다. =네 뭐, 딱히 기분 나쁘지도 않아요. 충분히 예상했던 일이거든요. 여자형사가 도둑이나 하나 제대로 잡겠냐며 무시당하는 거 늘 있는 일이에요. 잠복근무할 때 소변보러 멀리 가면 곤란하니까 남자들처럼 그냥 페트병으로 해결하라는 얘기까지 들어봤는걸요. 똑같이 공을 세워도 남자 동기에게 열매가 돌아가는 거, 뭐 당연하죠.

-사실 동료이자 선배였던 상길(송강호)보다 더 고생하셨잖아요. 그분은 처음부터 그런 분신자살 사건이 고과 점수가 낮다고 별 신경도 쓰지 않았는데…. =제가 순찰대에서 왔다고 무시당하는 건 참겠는데 사사건건 반대하시니 저도 참기가 힘들었어요. 그래도 상길 선배는 나은 편이죠. 자기가 잘못한 건 인정하거든요. 남자들하고 같이 일해보세요. 그렇게 인정하는 남자들 찾기 힘들어요. 사과요? 저 한번도 남자한테 사과 받아본 적 없어요.

-그건 그렇고 힘든 일 있으면 말하라고 다정하게 대해주시던 반장님이 왜 그렇게 싸늘하게 변하신 거죠? 상길씨보다 훨씬 더 친절해 보였는데요. =남자들 친절한 거 믿으면 안돼요. 제가 지금껏 경험한 바로는요 다 무슨 꿍꿍이가 있는 거예요. 반장님은 그 전날 회식 때 자기랑 ‘부르스’ 안 췄다고 그러시는 거 아니겠어요? 이 바닥에서 살아남으려면 줄을 잘 서야 한다나 뭐라나. 그런데 부르스 추고 그걸로 끝이겠어요? 더 얘기하기도 짜증나네요. 늘 가슴속이 커다란 납덩어리로 막힌 것 같은 기분이에요.

-그럴 때 식구들은 좀 위로를 해주나요? 그래도 은영씨 편을 들어줄 것 같은데. =아뇨. 남편은 뭐 매일 제가 야근에다 잠복근무까지 하니, 나한테 아침밥 한번 제대로 차려준 적 있냐며 떠나갔죠. 제가 무슨 식모 생활하려고 결혼했나요? 자기도 매일 회식이다 뭐다 늦으면서 아침밥은 꼭 먹고 나가야 한다는 거죠. 엄마도, 언니도 이해 못하는 건 마찬가지예요. 엄마는 처음부터 여자가 경찰을 왜 하냐며 난리였고 언니하고도 뭐 제대로 얘기해본 적 없어요. 정작 자기는 백수면서….

-생각해보니 은영씨를 이해해준 건 늑대개밖에 없군요. =맞아요. 엄마도 언니도 제 얼굴 똑바로 보고 얘기한 적 없어요. 제가 너무 외계인처럼 생겨서 보고 있으면 재수가 없대요. 이혼하려고 법원 갔을 때 남편도 그랬어요. 요즘에 누구랑 오랫동안 두눈 쳐다보고 있었던 게 사람이 아니라 늑대개라니, 제 인생도 참 막장이네요. 이제 좀 마음 편히 살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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