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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 화려한 날은 가고
안현진(LA 통신원) 2012-02-29

스폰서와의 계약 종료로 간판 내리는 코닥극장

할리우드의 랜드마크이자, 매년 2월 아카데미 시상식이 열리는 장소로 유명한 코닥극장이 간판을 내린다. 이스트만 코닥 그룹(이하 코닥)은 지난 1월 법원을 통해 파산 신청을 한 데 이어, 할리우드 앤드 하이랜드 쇼핑센터의 중심에 자리한 코닥극장의 이름에 대한 계약 종료를 청원했고 판사는 2월15일 그 청원을 들어주었다. 이 극장은 1990년대 중반 개발회사 CIM그룹이 할리우드에 영화박물관을 만들지 않겠냐고 영화예술과학아카데미(AMPAS)에 제안한 것에 대해 오스카 전용 시상식장을 만들자고 AMPAS가 역제안하면서 기획된 극장으로, 2000년 건축 당시에 코닥은 7500만달러를 지불하며 20년짜리 명패를 달았다. 이 계약은 코닥극장이라는 이름값을 유지하는 데에만 매년 400만달러의 추가비용을 발생시켜왔는데, 코닥쪽 대변인 크리스토퍼 베론다는 극장의 이름을 유지하는 데 들어가는 돈이 그 가치에 비해 상당하며, 이 결정은 코닥의 고객과 주주, 채권자를 우선에 둔 회사의 움직임이라고 말했다. 계약 종료는 2월15일 즉각적인 효력에 들어갔으나, 건물의 이름표는 아직까지는 그대로다.

코닥의 이같은 결정은 지속된 경영난 때문이기도 하지만 아카데미쪽의 영향도 어느 정도는 개입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할리우드 리포터>는 AMPAS에서 2013년부터 오스카 시상식을 다른 장소에서 개최하고 싶은 의향을 비치며 코닥극장과의 독점적 계약을 종료하고 싶어 한다는 움직임을 보도한 바 있다. 당시 <The Wrap>과 인터뷰에 응했던 쇼 디렉터 루이스 J. 호르비츠는, 코닥극장이 아카데미 시상식을 염두에 두고 지어졌음에도 불구하고 장소가 협소하고, 교통이 불편하며, 주변에 상권이 밀집해 임대료가 높은 점 등을 들어 다른 장소를 물색하고 있다고 했다.

한편, 2월26일 치러지는 아카데미 시상식은 지난 10년과 마찬가지로 코닥극장에서 열릴 준비를 하고 있다. 하지만 오스카 웹사이트에서는 올해 시상식 개최 장소에 대한 스폰서와의 계약 종료로 간판 내리는 코닥극장명명을 찾아보기 힘든데, 10년 이상 한 가지 이름으로 불려온 이 장소에 대해 새롭게 부를 이름이 아직 없으며, 어떤 이름으로 불리든 스폰서십에 대한 결정은 전적으로 건물주인 CIM그룹에 달려 있다는 것이 아카데미쪽의 공식적인 태도다. AMPAS 회장인 톰 시락은 극장의 새로운 파트너를 승인하거나 거부할 권리는 없지만, 시상식과 지나치게 어울리지 않을 경우에는 반대할 발언권 정도는 있다고 답했다.

사실 올해로 84회를 맞는 아카데미 시상식의 역사 중에 코닥극장에서 시상식이 개최된 횟수는 최근 10회에 불과하다. 하지만 1년에 한번 할리우드 대로가 레드카펫으로 뒤덮이고 영화계 스타들이 그 위를 걷는 장관을 선사해온 덕분에 코닥극장은 시상식과는 떼놓을 수 없는 관계를 맺어왔다. 게다가 극장 안에는 코닥 설립자의 이름을 딴 조지 이스트만 룸이 있는데, 여기에는 코닥이 영화산업에서 이룬 과학적이고 기술적인 성취와 헌신에 감사하는 명목으로 수상한 9개의 오스카 트로피가 전시되어 있다. 실제로 오스카 작품상을 수상한 영화의 70%는 코닥 제품으로 촬영되었으며, 올해도 <아티스트> <디센던트> <미드나잇 인 파리> 등 작품상, 감독상 후보들에서 어렵지 않게 코닥필름을 사용한 영화들을 찾아볼 수 있다. 그렇기에 이 극장에서 코닥이라는 이름이 내려지는 것은 그저 건물의 이름이 바뀌고, 스폰서가 바뀌는 것 이상의 의미를 가지는 것이리라.

SNS에서도 코닥을 대신해 아카데미 시상식을 개최할 수 있는 새 파트너에 대한 의견이 분분하다. 해시태그 #KodakTheater를 단 의견들 중에는 ‘페이스북’, ‘컴캐스트’ 등 현실적이고 가능성있어 보이는 예상이 있는가 하면, ‘엘리자베스 테일러 시어터’를 예로 들어 다음 이름은 할리우드의 역사를 기릴 만한 이름이었으면 좋겠다는 의견도 올라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