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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 신인감독 14인] <정글쥬스>의 조민호 감독
2002-01-18

청량리 누아르. 삼류인생에도 빛을

대학 1학년 시절, ‘아나키스트적 공상’이나 하며 소일하던 조민호 감독은 연극영화과에 진학한 고등학교 시절 문학반 친구로부터 연락을 받았다. 조 감독이 고교 시절 썼던 중편소설의 일부를 단편영화로 만들고 싶다는 것. 쉽게 허락을 하고 나서 어쩌다 보니 각색 작업에도 참여하게 됐고, 촬영현장까지 찾아가게 됐다. 장비도 부족하고 여러모로 어수룩한 초보자들의 영화 현장은 “진짜 코미디”처럼 보였지만, 무언가 탈출구를 바라고 있었던 그에게 신선함으로 다가왔다. 첫 작품 <짜장면집 살인사건>(1985)은 이때 인연을 맺은 제작진과 함께 만들었다. 이 코믹한 분위기의 스릴러영화를 통해 입소문을 얻은 그는 한 젊은이가 공짜 술을 먹기까지의 과정을 담은 8mm영화 <봄비>로 청소년영화제에서 동상을 받기도 한다.

대학 시절 4편의 단편영화를 만들었던 그는 진로를 고민하다가 당시 연극을 하던 최인기 유니코리아 이사를 만나게 된다. 그와 함께 노동자문화예술운동연합, 일명 노문연 영화분과로 들어가 ‘사상’을 익히기도 했던 조 감독은 “너의 갈 길은 이쪽이 아니라 상업영화”라는 주위의 강력한 권유에 따라 충무로행을 결심한다. 임종재 감독과 준비하던 영화가 무산된 뒤 91년 영화아카데미 8기로, 그중에서도 “꼴찌로” 들어갔다. 졸업 뒤 김영빈 감독의 <비상구가 없다>의 연출부, 이민용 감독의 <개같은 날의 오후> <인샬라>에서 조감독을 마친 뒤 “더이상 감독과 싸우기 싫어” 1998년부터 데뷔를 준비한다.

데뷔를 결심한 그의 머리 속에 들어온 것은 장르영화였다. “한국영화에는 정통적인 장르영화의 흐름이 없다. 장르 파괴와 뒤틀기만 있을 뿐이다. 프랑스의 누벨바그도 장르적 발전이 없었다면 불가능한 일이었다”는 생각을 하며 그가 처음 준비한 것은 <사랑의 스파이>라는 사회풍 액션영화였다. 시나리오를 쓰고 나니 <도니 브래스코>와 비슷한 이야기였다. 다시 쓴 작품은 중학교 때까지 살았던 청량리를 배경으로 한 어두운 갱스터영화 <죽을 때까지>. 하지만 다 써놓고나니 영 마음에 차지 않았다. “그때 머릿속에 ‘왜 장르라는 공식에 맞추려고만 했을까’라는 생각이 확 들어왔다. 내가 자신있어 하는 것은 생생한 인물과 대사였는데 말이다.”

이렇게 시작한 게 ‘변칙장르영화’ <정글쥬스>였다. <죽을 때까지>가 청량리의 그림자만 표현했다면, <정글쥬스>는 청량리의 밝은 면에 집중적으로 눈길을 보내는 영화다. 지난해 7월부터 촬영을 시작, 11월쯤 마치고 현재 편집을 마무리하는 단계. 다음 영화로 “에밀 쿠스투리차의 <아빠는 출장중> 같은 분위기를 가진 절박하고 시끄러운 멜로영화”를 구상중인 그는 앞으로도 “주관적이지만 작은 진실이나마 분명 들어 있는” 스스로의 체험에서 영화를 끌어내볼 생각이다. 글 문석 ssoony@hani.co.kr·사진 정진환 jungjh@hani.co.kr

어떤 영화?제작사 싸이더스 출연 장혁, 이범수, 손창민, 전혜진 후반작업중(3월말 개봉 예정)

기태(장혁)와 철수(이범수)는 청량리 588을 빈둥거리는 양아치들. ‘멕 라이언’(전혜진) 같은 창녀들과 시간이나 죽이는 게 일상인 이들에게도 꿈은 있다. 폭력조직에 들어가 화끈하게 살아보는 게 그것이다. 어느날 이들에게 기회가 찾아온다. 악어라는 깡패가 예비군 동원훈련에 간 사이에, 조직에서 마약거래가 이뤄지게 된 것. 조직의 중간보스 민철(손창민)은 아쉬운 대로 기태와 철수를 데리고 거래 현장으로 향한다. 하지만 거래 상대의 배신으로 부상을 입고 마약을 뺏긴 민철은 경찰에 잡히고, 기태와 철수는 보스에게 불려가 없어진 마약을 되찾거나 돈을 뱉어내라는 협박을 받는다. 거래 현장을 다시 찾아갔다가 경찰에 붙들려 보스를 팔아먹은 두 양아치는 우여곡절 끝에 엄청난 양의 마약을 손에 넣게 되고, 이를 팔기 위해 멕과 함께 부산으로 내려간다. 민철 일당도 이들을 붙잡기 위해 부산으로 향하면서 요란뻑적지근한 추격전이 시작된다.▶ 2002 신인감독 14인 출사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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